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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7.10.11 00:25

[S리뷰] '블레이드 러너 2049' 35년을 품은 걸작의 이음새

압도적인 비주얼과 음향, 파괴와 비정함의 끝을 담아낸 스토리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오는 12일 개봉 예정인 '블레이드 러너 2049'(배급: 소니픽쳐스 코리아)는 35년전 SF걸작을 품은 이음새다. 드니 빌뇌브 감독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이 작품은 영화 시작부터 웅장한 비주얼과 음향 사운드를 선보이며 기존 SF영화들을 압도한다. 

'블레이드 러너' 35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걸작

인간의 존재 이유부터 '저항'이라는 주제가 담긴 전작 '블레이드 러너'(감독 리들리 스콧)는 1982년 제작된 걸작이다. 상영 당시 난해한 철학적 메시지와 시대를 앞서나간 스토리와 비주얼 때문에 평단과 관객의 철저한 외면을 받고 흥행에 참패했다.

하지만 감독 리들리 스콧의 재편집 끝에 1993년 감독판이 공개되면서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저주 받은 걸작'으로 재평가를 받았다.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은 SF작가 필립 K.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1968)이다. 최근 인기가 급상승한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의 오리지널 시리즈 '높은 성의 사나이'와 더불어 작가의 대표작이다.

앞서 소개된 두 소설의 특징 중 하나는 돌이킬 수 없는 핵전쟁과 지구 파괴, 그뒤 파시즘 일당독재 아래에서 고통받고 신음하는 인류의 고군분투가 압권이다. 학창시절부터 기득권에 대한 반항과 반전운동을 전개해온 작가 필립 K.딕의 위기의식과 저항의지가 담겼다.

'블레이드 러너'는 2019년 최악의 핵전쟁으로 파괴된 세상, 극단적인 양극화, 외계 행성으로 이주한 가진 자들을 위해 엘든 타이렐 박사가 만든 복제인간 리플리컨트가 등장한다.

영화는 식민지 행성에서 차별, 통제를 못견디고 집단반란을 일으킨뒤 지구로 탈출한 일부 리플리컨트, 이들을 뒤쫓는 전담 형사 블레이드 러너의 추격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특히 전직 블레이드 러너였으나 다시 차출된 주인공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와 리플리컨트 집단의 리더 로이 배티(루트거 하우어)의 대결 장면은 지금도 전세계 매스컴과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 '블레이드 러너 2049' 스틸컷(소니픽쳐스 코리아 제공)

'블레이드 러너 2049' 단 한편으로 끝일까?

5일 유럽부터 6일 북미에 이어 오는 12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지난해 말 SF 미스터리 '컨택트'(Arrival)로 유수 매스컴과 영화팬들의 찬사를 받았던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신작 SF영화다. 총제작자로 걸작 '블레이드 러너' 감독이었던 리들리 스콧이 참여했다.

레트로(복고, Retro) 스타일의 패션과 21세기 디스토피아가 담긴 의상과 소품, 실사장면과 홀로그램을 포함한 컴퓨터그래픽(CG)은 화려함 그 자체다.

영화를 보면,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전작의 30년 이후를 담고 있다. 전작과 비교해 보다 더 확장된 디스토피아를 구현했다.

'쇼생크 탈출'부터 '데드 맨 워킹', '파고', '쿤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다우트', '인타임', '007 스카이폴', '언브로큰',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해일 시저'등 매 작품마다 걸작을 탄생시킨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의 역량이 제대로 발휘됐다.

여기에 영화음악은 대가 한스 짐머 음악감독과 호러물 '그것'으로 급부상한 벤자민 월피쉬가 참여해 웅장하면서도 섬찟한 사운드를 선사한다.

한편, 극중 시대배경인 2049년은 30년전 리플리컨트의 리더 로이 배티(루트거 하우어)가 타이렐社 사주 엘던 타이렐(조 터클)를 살해하고, 이후 2022년 대정전 사태(Black Out)의 빌미를 제공한 대가로 정부로부터 영구 폐기 처분 명령이 내려진 상태.

이후 2036년 니안더 월레스(자레드 레토)가 파산한 타이렐社 일부를 인수해 월레스 코퍼레이션으로 거듭난다. 월레스社는 수명이 4년밖에 안되던 타이렐社의 복제인간 리플리컨트를 복원하며 저항의지를 삭제하는 대신, 수명을 늘리고 순종적인 복제인간으로 개조한다.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는 故 히스 레저가 연기한 '다크나이트' 조커 캐릭터 이후 탁월한 매소드 연기로 각광받는 배우겸 록가수 자레드 레토가 돋보인다. 

가령 1982년 '블레이드 러너'에서 배우 루트거 하우어가 열연한 복제인간 로이 배티가 선악을 오가는 인상적인 캐릭터였다면, 니안더 월레스(자레드 레토)는 0과1로 반응하는 인공지능처럼 차갑고 목적 지향적인 악(惡)으로 등장한다. 

여기에 35년 만에 원작 릭 데커드 역으로 다시 등장한 해리슨 포드의 지칠줄 모르는 연기와 액션씬. 과거를 쫓는 로스앤젤레스 경찰국 소속 블레이드 러너 K로 나오는 라이언 고슬링의 캐릭터 변신도 눈에 띈다.

또한 블레이드 러너 K의 홀로그램 연인 조이 역을 맡아 뇌쇄적인 모습을 드러낸 쿠바 출신의 아나 디 아르마스는 전작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한 복제인간 레이첼(숀 영)과 달리 21세기 중반에 다다른 물질문명의 이중적인 모습을 표현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블레이드 러너 2049' 개봉일은 10월 12일, 러닝타임은 163분이다. 이 작품에서 드니 빌뇌브 감독 특유의 느린 전개는 약점이라기 보다 강점으로 부각됐다. 웅장한 음악과 음향효과가 영화 사운드 디자인의 전체를 이룬 덕분이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일부 보인다. 전작 전반을 이루는 펑크 스타일의 저항적인 면모가 사라지고, 엉키고 뒤섞인 혼돈의 세계관이 영상 배경을 차지하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그래서 더 암울하다. 

하지만 예고편에도 잠시 비춰졌지만, 한글 간판 '행운'이 걸린 근대건축물은 극의 변곡점을 시사하며 인상적인 장면들을 구현하고 있다. 다 사라진 폐허, 그 속에서 블레이드 러너 K(라이언 고슬링)가 발견한 전직 블레이드 러너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는 또 다른 희망과 복선을 선사한다. 

▲ '블레이드 러너 2049' 메인 포스터(소니픽쳐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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