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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2.09.19 10:40

응답하라1997 "1997과 순수와 낭만의 의미..."

어느새 몰입하며 자신의 이야기처럼 빠져들고 만 이유...

▲ 사진제공=tvN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90년대란 참으로 애매하다. 특히 90년대 말이 그렇다. 80년대까지 대한민국은 성장기였다. 90년대 들어 비로소 그동안의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리게 된다. 낙천과 기대가 온 사회를 뒤덮고 있었다. 자신감에도 들떠 있었다. 그리고 바로 IMF.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다시 말해 90년대 말이란 아마도 성인이라 불리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그리워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시대라 할 수 있다. 21세기와는 현실과는 다른 어떤 낭만이 그 시대에는 있었다. 낭만을 달리 순수라 부른다. 순수할 수 있었던 시대. 그 순수를 그리워할 수 있는 시대.

비단 남녀간의 사랑만이 아니다. 누구나 사랑을 했었다. 성시원(정은지 분)처럼. 하필 성시원이 당대 최고의 아이돌 HOT의, 그것도 토니의 광팬으로 설정된 이유일 것이다. 윤윤제(서인국 분)는 성시원을 사랑했고, 성시원은 HOT를 사랑했다. 그 순간 만큼은 진실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현재도 진실하다.

두고 온 기억의 이야기일 것이다. 각박한 삶속에 놓아두고 어쩌면 잊고 있었던 이야기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떠올린다. 아마 지금의 어린 세대들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들에 대해서. 윤윤제와 성시원이 마침내 성공적으로 맺어진 것은 드라마가 주는 판타지이며 시청자에 대한 보상일 것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윤윤제와 성시원이 그랬듯 멀리 돌아가기는 했지만 자신이 사랑하던 그것과 만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을 사랑하라.

윤윤제와 성시원의 뻔하고 흔한 사랑이야기가 절로 피식거리며 웃음이 비져나오게 만든다. 어쩌면 저리 닮았을까? 음흉한 속내를 감추려 하지 않는 윤윤제와 그것을 알면서도 결국은 받아들이고 마는 성시원, 우연처럼 발생한 실수가 두 사람 사이에 축복이 되어준다. 결혼하고 나서도 언제나 그때의 윤윤제와 성시원 같은. 그래서 꿈이라 부른다. 그들은 꿈을 꾸고 있다.

마지막에 나온 조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남기고 싶은 앨범속 사진과 같은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살아온 이들이 있었다. 그 흔적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려 한다. 그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인정받으려 한다. 기억이 퇴색되기 전에. 여전히 아름다울 때. 그리고 자신도 아직 아름다울 때. 그래서 더욱 드라마에 빠져들고 만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가를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다. 계산한 것이 아니다. 아니 자신들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늘어놓는 수다에 어느새 공감하며 빠져들게 된다. 윤윤제가 성시원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그리고 현재의 윤윤제와 성시원이 하는 말들과 과거의 기억들을 교차하며. 평범한 일상과도 같다. 제작진은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제작진이었다. TV속 드라마가 아닌 한 편의 리얼리티 쇼처럼 이야기가 펼쳐진다.

케이블이기에 가능한 드라마였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었다. 수위를 넘나드는 대사와 질펀한 욕설들. 그리고 노골적인 장면들. 하지만 노골적이라고 해서 그것이 수준이 낮다는 뜻이 아니다. 일상처럼 당연하게 다가온다. 끝남이 아쉽다.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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