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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음악
  • 입력 2012.09.18 09:20

골든타임, 두 주인공을 가리는 '현실의 벽' 그들이 주인공인 이유...

드라마의 막바지 성장과 자각을 위한 대서사가 준비되다.

▲ 사진='골든타임' 포스터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사람은 누구나 스스로의 삶에서 주인공이기를 원한다. 영웅이 되기를 꿈꾼다. 당장 내가 나서기만 하면 어떤 문제든 술술 풀리리라. 하지만 실제 그런가?

그래서 드라마를 본다. 영화를 본다. 연극을 보고, 소설을 읽고, 만화를 즐긴다. 이야기속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의 대신이다. 그래서 모든 사건과 관계의 중심에 있으며 주도적으로 그것들을 이끌고 해결해나간다. 그래서 주인공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안다. 이것은 이야기다. 단지 이야기일 뿐이다. 현실은 다르다. 현실에서 나는 주인공도 뭣도 아니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할 뿐이고, 실상 현실에서 중요한 거의 모든 일들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결정된다. 조역조차 되지 못하는 엑스트라 가운데서도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참 잔인한 것이다. 의욕이 넘친다.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의사로서의 사명이 투철하다. 영웅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준비된 엘리트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적절하다. 과연 자신이 의사로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현실을 외면하던 그가 마침내 의사로서 자각하고 사람을 살리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인턴나부랭이에 불과하다. 사람을 살리기 위한 그의 최선은 인턴나부랭이로서의 미숙함과 무능함으로 오히려 환자를 위태로운 상황에 몰아넣을 뿐이다. 모두가 그에게 책임을 묻는다.

기회가 주어졌다. 원하지 않았던 기회였다. 거부하려 했다. 그러나 해보라 말한다. 한 번 원하는대로 마음껏 해보라며. 그러나 막상 이사장의 자리에 올랐을 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도대체 얼마나 되던가? 중중외상센터를 설립하고 지원하는 정부의 계획 역시 그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그녀와 전혀 상관없는 논리로 결정되고 있었다. 고위층의 개인적 인연이 얽힌 그 결정에 그녀가 관여할 수 있는 바란 전혀 없다시피하다. 수술실위원회에서도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그녀는 병원을 실질적으로 꾸려가는 과장들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그것이 바로 그녀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민우(이선균 분)와 강재인(황정음 분)이 주인공인 까닭은 무엇일까? 그럼에도 끝까지 자신이 주인공임을 믿고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무력함을 안다. 자신의 노력이나 실력이 닿지 않는 곳이 있음도 너무나 잘 안다. 그러나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그런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다. 스스로의 삶에 주인공이 되는 방법이다.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는 것.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그런 자신에 만족하는 자신에 또 부끄러워한다. 그래서 이민우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강재인 역시 다시 한 번 자신을 다잡고 있다. 의기소침한 가운데서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 피투성이가 된 이민우가 그래서 아름답다.

냉엄한 현실일 것이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일개 인턴나부랭이. 아무리 할아버지가 재단이사장이어도, 그래서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재단이사장이 되었어도, 그러나 어리고 연륜도 부족한 젊은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결국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저앉아야 하는가? 그럴 것이면 굳이 <골든 타임>이라는 드라마가 만들어지지도, 이들이 주인공으로 설정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째서 사람들은 최인혁(이성민 분)에게 그토록 매료되는가?

그럼에도 싸우려 한다. 물러서지 않고 부딪히려 한다. 무엇보다 무력한 자신에게. 무기력해지려는 바로 자신에게. 그들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적이 무엇인가를 알았으니 이제 전략을 짜고 준비를 갖출 때일 것이다. 이제 겨우 남은 분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로운 기대에 들뜨게 만든다. 드라마틱한 반전이거나, 아니면 보다 긴 호흡으로 가는 여정이거나. 어느쪽이든 지금까지의 만족감을 토대로 기대가 더욱 커진다.

불편하다. 불만스럽다. 주인공이 왜 저리 한심한가? 왜 저리 무능하고 무기력한가? 어째서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가? 바로 자신이니가. 그래서 더 불편하고 불만스럽다. 드라마에서라도 저들은 달랐으면 바란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현실이다. 더욱 냉엄한 현실을 더욱 현실에 가깝게 그들은 헤쳐나간다. 더 지독스런 판타지일 것이다. 차라리 모든 것에 만능인 슈퍼맨쪽이 현실에 더 가깝다. 현실이란 그렇게 두텁고 무겁다. 현실적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판타지에 가까운 이유일 것이다. 재미있는 이유다. 눈을 떼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들이 극복해야 할 벽이다. 실력의 벽, 경험의 벽, 나이의 벽, 관계의 벽, 아직 어린 그들 앞에 놓인 과제들이다. 그들은 어떻게 그같은 어려움들을 헤쳐나가게 될 것일까? 짧은 남은 분량동안, 그리고 혹은 더 긴 시간 동안. 나 자신의 이야기처럼 돌아본다. 나는 어떠했던가.

누구나 하는 고민이다. 누구나 거쳐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 고민들일 것이다. 주인공들의 고민이 주인공스럽다. 공감하며 몰입하게 된다. 재미있다. 항상 만족하며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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