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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9.05 09:42

골든타임 "어느날 갑작스레 찾아온 계기, 이민우와 강재인의 길을 보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와 그 의사를 지원하는 행정가, 선택의 순간이 오다.

▲ 사진='골든타임' 포스터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강물이 흘러가는 것은 뒷물결에 앞물결이 떠밀려가는 것이 아니라, 앞물결이 지나가고 빈 자리를 뒷물결이 채워가는 것이다. 언젠가 앞물결은 흘러 바다에 이를 것이고 뒷물결이 그 빈자리를 채워 다시 바다로 향해 나아갈 것이다.

참으로 공교롭다. 그리고 정교하다. 하필 할머니와 법원에서 이혼에 합의하고 나온 그날 할아버지가 뇌동맥류로 쓰러졌다. 재단이사장인 할아버지가 쓰러지고, 더구나 의료원장인 할머니는 이혼으로 인해 할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명분이 약해졌다. 그리고 바로 그때 보건복지부에서 해운대세중병원에 감사를 시작하려 한다. 친척들까지 나서서 노골적으로 재단에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니 쓰러진 할아버지를 대신할 누군가가 지금 당장 바로 필요하게 된다. 할머니 박금녀(선우용녀 분)가 결단을 내린다.

하필이면 바로 그날따라 과장이며 레지던트며 모두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 응급외과와 외상외과의 과장은 모두 컨퍼런스에 참석차 자리를 비우고 있었고, 그나마 응급외과의 레지던트 김도형(김기방 분)마저 휴가를 떠난 뒤다. 과장과 레지던트의 빈자리를 외과장인 김민준(엄효섭 분)에게 부탁하여 외과의 팰로우 송경화(홍지민 분)에게 맡겼지만 그조차 신경외과 레지던트 조동미(신동미 분)와 마침 늦은 식사를 하러 병원 밖으로 나가 있는 중이다. 그런데 때마침 실려온 환자는 임산부, 산모와 아이를 모두 살릴 수 있는 시간의 리미트는 5분이다. 다른 과에 호출을 해도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부족하다. 어떻게든 해야 한다.

두 사람의 미래를 보여준다. 의사와 병원행정가. 결국은 그렇게 가게 될 것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의사로서의 치열한 사명감따위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 현모양처가 꿈이었고 그를 위해 의사라고 하는 조건이 유리해 보였기에 그것을 선택했을 뿐이었다. 해운대 세중병원에서 인턴생활을 하게 된 것도 단지 좋아하는 남자가 그 근처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금씩 의사로서 스스로를 깨우쳐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아직 의사로서의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계기가 주어진다. 할아버지의 병과 할머니의 이혼, 그로 인한 재단의 공백과 친척의 욕심, 그리고 마침 해운대 세중병원에는 할아버지가 시작한 중증외상센터라고 하는 막중한 과제가 놓여 있었다. 강재인이 지금 속해 있는 곳이다.

역시나 의사로서의 엄중한 사명삼따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 비겁하고 나약했다. 쉽고 편한 길만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닫고 말았다. 죽어가는 환자 앞에서 의사로서 사망선고조차 할 수 없었던 자신에게서 역설적으로 자신 또한 의사라는 사실을. 뼈저린 자각이었다. 의사로서 너무나 한심했기에 도리어 그러한 한심한 자신을 뼈아프게 느끼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이 환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진짜 의사 최인혁(이성민 분)이었다. 마치 아버지처럼 어린아이가 되어 이민우는 최인혁을 따른다. 그런 그에게 최인혁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종영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게 된다. 성장은 끝났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은 그야말로 한순간이다. 의사가 되고 행정가가 되고. 물론 미숙하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미숙하다. 하나씩 채워나가는 것이다. 스스로 어른임을 자각한다면.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으로서 온전히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할 수 있게 된다면. 자신의 길 위에 선다. 자신의 자리 위에 선다. 환자가 살든 죽든 환자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에 옮기는 순간 그는 의사가 된다. 그렇다면 행정가로서 강재인의 역할은 무엇일까?

사실 상당히 억지스런 설정일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병원행정에 전혀 경험도 지식도 없는 이를 단지 손녀라는 이유로 이사장의 자리에 앉히려 하겠는가? 박금녀 자신도 말하고 있다. 능력도 없고 책임감도 없는 사람에게 혈육이라는 이유만으로 큰 일을 맡기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전남편인 강대제의 형제들이 강대제와 자신의 자리마저 위협해 오자 강대제의 손녀이며 자신의 손녀이기도 한 강재인을 전면에 내세운다.

더구나 응급실인데 정작 환자를 살펴야 할 의사가 모두 자리를 비우고 있다는 것도 지나치게 작위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헬기 컨퍼런스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그렇다고 이미 예약해 놓았다는 이유만으로 레지던트가 병원을 비우고 휴가를 떠나는가? 인턴들만이 응급실을 지키는 가운데 타과에서 팰로우가 당직을 서고 있다. 그 팰로우마저 식사를 위해 병원밖에 나가 있는 중이다. 인턴이 모든 책임을 지고 환자를 살려야 한다. 5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인턴들 스스로 무언가를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안된다. 드라마에서도 인턴이란 잘하려고 해서도 안되는 미숙한 존재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들이 한 번은 거쳐가야 할 과정이었을 테니까. 계기였을 것이다. 의사가 되기 위한 계기. 그리고 병원행정가가 되기 위한 계기. 이민우는 최인혁의 되어야 했고, 강재인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처럼 되어야 했다. 통과의례다. 한꺼풀을 벗는다. 그것이 애벌레의 껍데기일지, 아니면 번대기의 고치일지. 언젠가는 성충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는 그것을 기다려주기에는 너무 짧다. 이제 겨우 17회다. 다시 한 번 시즌제를 제안해 본다. 한 사람의 의사와 병원행정가가 커나가는 이야기는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울 것이다.

오히려 남녀사이 이상의 유대를 보게 된다. 한 남자와 한 여자보다 한 의사와 한 병원행정가가 만난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고, 병원행정가는 그를 서포트한다. 일선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최인혁과 이사장으로서 그를 위해 외상외과를 만들고 모든 지원을 해주는 강대제처럼. 그보다 더 가깝게 밀착해 있다. 역시 아까운 관계다. 사랑하기에는 너무나 그 사이가 아깝다.

아이는 어른이 된다. 번데기는 나비가 된다. 기어가는 애벌레도 어느 순간 화려하게 비상할 때가 온다. 그것이 언제인가는 자신만이 안다. 선택의 순간이다. 이민우나 강재인이나. 그들의 선택을 지켜본다. 비상을 지켜본다. 심장이 조이는 장면이다. 다음주가 너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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