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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병준 기자
  • 영화
  • 입력 2017.09.05 10:59

[S리뷰]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릴러 라고 써있지만 씁쓸한 코미디라 느껴진다'

설경구 김남길의 연기는 일품이지만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는 50% 미만

▲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컷 ⓒ쇼박스

[스타데일리뉴스=박병준 기자] 연기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두 배우 설경구, 김남길이 각기 다른 살인자의 모습을 연기한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김영하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해, 이 부분에서 많은 예비관객들에게 상당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원작과의 연결고리를 떼고 본다해도 상당한 부분에서 완성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는 118분을 선사한다.

먼저 원작인 소설과의 연결고리에서의 아쉬움은 보는 이의 상상력에 제약을 둔다는 것이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재미있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수많은 상상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크다. 애매하고 모호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판단을 독자에게 맡기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 아니다. 작가가 던져놓은 이야기에 생각과 생각을 더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것 또한 소설, 그리고 스릴러 라는 장르에서 재미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것, 모공까지 연기력 대폭발하는 설경구 같은 병수의 모습 ⓒ쇼박스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기존 작품이 영화 '곡성'이다. '곡성' 역시 스릴러 라는 장르를 표방하면서도 모호한 설정 몇가지로 관객들에게 생각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했다. 왜? 라는 물음 몇 번으로 이 영화는 영화를 다 본 뒤에도 관객들이 서로 토론을 벌일 만큼 큰 기대로 이어져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이는 흥행 전략적인 부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재미를 극대화 시킴과 동시에 스크린 밖에서까지 영화를 다른 형태로 즐기게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살인자의 기억법'은 일목요연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해버린다. 스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면 모든 이야기를 원신연 감독은 자신이 판단한 이야기로 완성시켜 관객들에게 자랑할 뿐이다. 마치 프레젠테이션처럼.

▲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컷 ⓒ쇼박스

두 번째 아쉬움은 설경구와 김남길이 맡은 병수, 태주 역을 제외하면 캐릭터가 주는 특별함이 현저하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 황석정이 맡은 연주 역은 논외로 하자. 이는 이 영화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작품과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캐릭터로 인해 뇌리에 깊게 박힌 황석정의 연기가 특별함으로 마침표를 맺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까지 과한 캐릭터를 요구했어야 했나 하는 감독의 판단이 아쉽지만 말이다.

세 번째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인 병수의 딸인 은희 역은 AOA 설현이라는 아이돌 가수가 배우로써의 자기 역량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작은 역할이라는 게 다행일 뿐이다. 설현은 '강남1970'에서 정진영(길수 역)의 딸인 강선혜 역으로 출연해 적지만 작지 않은 비중의 인물을 연기했지만 작품 속에 녹아낸 것은 '설현이 예쁘다' 정도였다. 드레스를 입은 설현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예쁘다' 정도로 기억되지, 이후 어떤 이야기가 있었나는 크게 기억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그 보다는 비중이 크기에 많은 부분에서 모습을 드러내지만 역시 남는 것은 '설현이 예뻤다' 정도다. 유니폼을 입은 모습, 만두를 크게 무는 모습,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모습까지 그저 예뻤을 뿐 '이게 바로 설현의 연기다'라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컷, 설현이 예뻤다 ⓒ쇼박스

최근 눈에 띄는 활약으로 연기력까지 인정 받고 있는 걸그룹 출신 연기자로 에이핑크 정은지, 구구단 김세정, 다이아 정채연 등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설현 역시 그들에게 밀리지 않은 연기력과 연기혼을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다크한 분위기를 주력으로 하는 유하 감독과 원신연 감독의 작품에서만 모습을 드러내서 인지, 설현은 드라마 '내 딸 서영이'나 '못난이 주의보'에서 보여줬던 자신의 연기력 중 10%도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 장르가 다른 영화 '안시성'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드는 부분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작품이 내재한 재미요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과 캐릭터성의 부재가 기대에 비해 부족한 작품이다. B급 장르처럼 마냥 보기 좋은 영화냐고 묻는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답하겠고 앞으로 몇주간 '킹스맨: 골든 서클'이 개봉하기 전까지는 가장 볼만한 영화라고도 말하겠다. 하지만 스릴러를 좋아하고 사람들, 특히 원신연 감독의 '세븐 데이즈'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살인자의 기억법'에 대한 기대는 지금 갖고 있는 양의 절반으로 줄이고 극장을 찾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9월 6일 개봉한다.

박기자의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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