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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음악
  • 입력 2012.08.28 09:49

골든타임 "인턴이라는 의사의 요람, 인턴 이민우의 성장기"

선배들이나 선생님들이 자기들끼리 다 했다면 내가 여기까지 왔겠나?

▲ 사진='골든타임' 포스터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내 선배들이나 선생님들이 답답하다고 나한테 시키지 않았다면, 자기들끼리 다 했다면 내가 여기까지 왔겠나? 야단치면서도 기회를 주니까 여기까지 온 거지."

바로 인류가 지금까지 문명을 발전시켜 온 과정일 것이다. 시행착오 없이는 발전도 없다. 실수나 잘못을 두려워만 해서는 정체되거나 퇴보할 뿐이다. 경험이 이어지며 지식이 되고 기술이 된다. 이론이 되고 법칙이 된다. 체계를 갖추어간다.

아이가 넘어지는 것이 두렵다면 아예 일어서지 못하게 해야 한다. 아이가 일어서려 한다면 반드시 넘어질 수밖에 없다. 넘어지면 다친다. 아프다. 운다. 그렇다고 아이가 일어서지 못하게 한다면 아이는 영영 걸을 수 없게 된다. 다치지 않는 곳을 골라 걷는 연습을 시킨다. 적당히 넘어져가면서. 적당히 다쳐가면서. 그러면서 어느새 걷는 법을 배우게 된다.

선배란 나보다 앞서 이 길을 갔던 이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다. 선생님이란 역시 나보다 앞서 이 길을 갔던 이에게서 배우고자 하는 공경의 마음을 담아 부르는 말일 것이다. 선배란 곧 선생님과 같다. 굳이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먼저 배우고 겪은 모든 것을 아낌없이 뒷사람을 위해 베풀어준다. 그것은 하나의 의무와도 같다. 선배이기에 가르치고, 후배이기에 그로부터 배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지식과 경험은 후대로 이어지며 체계를 갖추게 된다. 문명이라 부르고 문화라 부른다. 생명으로서 유전자를 후대로 물려주듯 지식과 경험을 물려주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켜 온 것이다.

차라리 자기에게 도전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본다. 이미 박원국 환자의 다리를 자르기로 결정을 내렸다. 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설사 그것이 성급한 판단이었다 할지라도 자칫 성급한 판단조차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과 맞닥뜨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다려준다. 이민우(이선균 분)가 모든 가능성을 스스로 찾아보고 검토해보고 나름의 답을 찾아낼 때까지. 그래서 스스로 모두가 내린 결론에 대해 납득하고 의사로서 동의할 수 있도록.

아니 어쩌면 이민우가 자신도 미처 생각지 못한 가능성을 찾아내어 다리를 자르지 않을 수 있는 다른 이유나 대안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설사 당장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그동안 박원국 환자의 다리를 지키기 위해 기울인 이민우의 노력은 다른 비슷한 처지에 놓인 환자를 만났을 때 그를 도울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기대다. 장차 그가 의사가 되어 겪어갈 미래에 대한 기대이며 투자다.

마음껏 고민하라. 마음껏 실수도 하고 잘못도 저지르라. 그래서 인턴나부랭이다. 아무런 책임도 지우지 않는다. 대신 모든 책임은 그들보다 먼저 그 과정을 거쳤던 자신들이 진다. 의사로서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위치가 된 자신들이 모두 져준다. 그렇게 선배들이 마련해준 무대 위에서 안전하게 부딪히고 깨지고 넘어져가며 한 사람의 의사로서 성장해간다. 환자의 다리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일단 자르기로 결정했다면 자르고 난 이후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당연하지만 스스로 한계까지 부딪혀 보았기에 더욱 와닿을 수밖에 없는 한 마디였다. 여전히 자신은 미숙하다. 인턴나부랭이에 불과하다.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근막까지의 개복과, 그리고 실수를 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출혈이 없는 지점의 봉합, 그리고 그 사소한 실수를 짐짓 심각한 실수인 양 겁을 주는 선배들까지. 자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인턴으로서 처음으로 개복도 했고 봉합도 했다. 그리고 실수가 있었다. 그 실수를 잊지 말라. 스스로 주의하고 반성하라. 의사로서 다시 한 가지를 더 경험하고, 그리고 그 한 가지에 대해 더 고민하고 주의를 기울이라.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 장차 한 사람의 의사로서 오롯이 서게 되었을 때 자칫 잠깐의 방심으로 인한 실수가 한 사람의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하늘같은 병원의 이사장에서부터, 그리고 평소 병원내 정치에만 여념이 없어 보이던 학과장들까지, 평소 그렇게 속좁고 이기적인 모습만 보이던 것과는 달리 의사로서 스스로 고민하며 방법을 찾아가는 후배의 앞에서는 어느새 한 사람의 의사로 돌아와 있었다. 최소한 의사로서 의학에 대해서만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개인의 사적인 입장이나 욕심을 의학적 판단에 끼워넣지 않는다. 그것이 설사 그토록 밉고 싫은 최인혁의 편을 들게 되는 것이더라도. 달라 보인다. 하여튼 평소의 모습과는 달리 의사로서 있을 때는 그들도 역시 의사다.

선배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런 선배들 속에 의사로서 자라나는 새싹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새싹이라기에는 이선균의 나이가 조금 많다. 황정음 역시 어리다고 할 만한 나이는 아니다. 그래도 햇병아리다. 아직 한 사람의 의사로서 홀로서기에는 무리다. 그런 이민우와 강재인(황정음 분)을 마치 부모가 아이를 보살피듯 보듬고 살펴주는 선배들이 있다. 선생님들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들이 있어 이민우나 강재인이나 의사가 될 수 있다. 최인혁만이 아닌 해운대세중병원의 의사 모두가 그들의 선생님이다.

인턴으로서의 이민우의 고민이 보인다. 그런 이민우의 고민을 지켜보는 선배의사들의 배려가 보인다. 그런 가운데 이민우는 의사로서 성장해간다. 그런 이민우의 성장을 지켜보며 최인혁은 따끔한 질책을 아끼지 않는다. 결론을 먼저 내리고 그것을 찾아가려는 것은 아닌가. 냉정함에 대한 것이다. 이성에 대한 것이다. 의사란 개인의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어떤 상황에서든 냉정하게 자기로부터 벗어나서 환자를 위한 최선만을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당장은 최악일지라도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면 최선일 것이었다.

의료계의 현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의지도 없으면서도 단지 사진을 찍기 위해 병원을 찾는 국회의원이 있다. 병원의 실정이나 환자의 상태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입장만을 위해 그것을 이용하려 할 뿐이다. 농락당한다. 그래도 지역구 국회의원이기에 무어라도 도움을 구하려는 병원의 입장만 구차해진다. 어디라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거물을 좋아한다. 내실이 있어서 거물이 아니라 보기에 거창하니 거물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치인을 갖는다. 그리고 그런 정치인들에 의해 여전히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요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말만 많다. 가장 지저분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가장 밀접해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간만에 따뜻했다. 정겨웠다. 그래서 의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인 것이다. 의사들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자 의도했다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울컥 순간 감동하고 말았다. 그렇게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이 있다. 환자를 위해 밤잠을 마다하고 매순간 공부하고 노력하는 의사들이 있다. 결국 아무리 이기적이고 정치적인 의사라도 어느 순간에는 원래의 의사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 그래서 그들은 의사다. 의사를 보여준다.

새로운 코디네이터에 대한 신은아(송선미 분)의 질투가 귀엽다. 사실 그래서 대비를 이룬다. 신인이랄 인턴들을 위해 배려하는 선배의사들과, 정작 자신을 대신할 새 코디네이터에 까칠하게 질투심을 드러내는 신은아와, 그녀가 최인혁을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각별한가? 애정이었을까? 이성에 대한 감정이었을까? 그런 신은아의 모습에 당황해하면서도 흐뭇한 미소를 짓는 최인혁과의 사이가 작은 진전을 보인다. 그래도 답답하기는 여전하다. 하기는 두 사람 모두 그런 서툰 모습이 어울린다. 능숙하게 자신의 감정을 전하는 최인혁이나 신은아는 어쩐지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단호한 이민우나 고민하는 강재인도 마찬가지로 어울리지 않는다. 캐릭터라는 것이다. 기대와 서사다.

마침내 박원국 환자의 다리절단수술이 시작되었다. 바로 그 순간 이민우가 자신이 개복했던 환자의 배를 다시 가르고 있다. 의사로서의 성장이다. 미련이고, 아쉬움이고, 그리고 도전이고, 전진이다. 그의 복잡한 표정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역시 그는 주인공이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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