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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8.14 08:47

골든타임 "최인혁의 선택, 한 번 이용당해 줄 수 없어?"

의사와 그 의사로 하여금 사람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이들에 대해...

▲ 사진='골든타임' 포스터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싸움은 군인이 한다. 그러나 바로 그 군인으로 하여금 싸우도록 하고, 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다름아닌 정치인과 관료들이다. 누구와 싸우고, 어떻게 싸우고, 때로는 싸움을 멈추기도 하고, 싸움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과 물자를 준비하고 공급한다. 군인은 단지 싸울 수만 있을 뿐, 군인에게만 맡겨 놓으면 결국 모든 역량을 싸움터에서 소진해 버리고 만다.

최인혁(이성민 분)은 분명 훌륭한 의사다. 하지만 최인혁이 죽어가는 사람마저 살려내는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그가 수술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져야 한다. 최소한의 필요인력을 확보하고, 장비를 확충하고, 각종 도구며 소모품을 조달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수술실과 수술을 끝낸 환자가 회복할 수 있는 중환자실도 필수적이다.

모두가 다 돈이다. 노력이다. 자본주의 사회다. 자본주의란 존재하는 모든 가치를 돈으로 계량할 수 있음을 뜻한다. 단지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는데에도 돈은 들어간다. 먹고, 입고, 자는 모든 것이 돈인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살려내어 돌아오도록 하는 일이다. 보통의 수단으로 될 리가 없다. 그만큼 특별한 수단이 필요하고, 그것은 곧 돈과 노력으로 계량되어질 수밖에 없다.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한다. 돈이 없어서 차라리 치료를 포기하고 죽기를 선택한다. 살리고자 하지만 그만한 시설이나 장비를 마련할 돈이 없어 살릴 수 없다. 최소한의 치료를 위한 도구와 약품조차 없어서 뻔히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죽도록 지켜보아야만 한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바로 우리 이웃에서도 흔히 보는 모습들이다. 그런데 더구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중증외상환자이기에 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한 번의 수술에만 최인혁은 막대한 피와 약품, 각종 첨단장비들을 사용한다. 병원 입장에서 적자를 걱정할 정도다. 과연 그같은 뒷받침 없이 최인혁은 지금의 유능한 의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겠는가?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훌륭한 의사였을 것이다.

뒤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선택한다. 결정한다. 그리고 실행하고 노력한다.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서. 더욱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당장 환자를 앞에 두고 책임소재부터 따지는 과장들부터 그런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책임이 있으면 그 만큼 그에 다른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최인혁을 싫어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외과출신으로 응급외과의 TO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더구나 중증외상환자를 도맡아 치료하는 가운데 병원에 적자만 늘리는 미운오리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현실적으로 따지고, 속물처럼 계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병원도 돌아간다. 병원이 이익을 내고 최인혁이 수술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최인혁이 살려낸 환자에게서 병원비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어찌하는가.

그것을 최인혁도 인정한다. 아니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키지 않아 하면서도 박원국 환자를 수술하는 장면을 방송국에서 촬영해 내보내는 것에 동의한 것이었다. 대학시절 은사로부터 '한 번 이용당해주면 안되겠느냐'는 말에 설득당하고 만 것도 바로 그래서였다. 그리고 확인하고 만다. 이용당해주는 댓가로 그가 이루어낼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타협의 댓가로 그가 얻어낼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그것이 다시 그를 고민하게 만든다.

최인혁 자신이야 사람을 살리겠다는 순수한 열정만으로 살아갈 수 있겠지만 병원을 경영할 정도가 되면 그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들은 그 순간에조차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하고 그 가운데서도 이익을 낼 궁리를 한다. 그리고 그같은 궁리가 최인혁에게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가져보게 만든다. 최고는 아니겠지만 지금 당장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은 가능할지 모르겠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최인혁으로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사장이라는 자리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란 최인혁이 생각한 그 이상으로 많다. 권력은 그래서 좋은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굳이 최인혁까지 정치를 해야 할 필요는 없다. 굳이 최인혁 자신이 권력을 가지려 하지 않아도 최인혁 자신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권력이 먼저 그를 이용하고자 접근해 온다. 최인혁은 수술만 잘하면 된다. 사람만 잘 살리면 된다. 그 또한 권력에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이다. 굳이 다른 과장들처럼 정치를 하지 않으면서도 권력이 그를 필요로 하는 한 그는 권력을 등에 업게 된다. 그것이 거래다. 그것이 타협이다. 정치를 하지 않고서도 권력을 손에 넣고 뜻한 바를 이루는 방법이다. 그 기로에 서 있다.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 말했듯 최인혁은 단지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의사'일 뿐이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강재인(황정음 분)의 역할에 대해서도 조금씩 주목하게 된다. 어쩌면 의사로서의 자질 역시 상당히 뛰어난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강재인을 주목하게 되는 것은 할아버지인 강대제 이사장에게 건넨 보고서였다. 그리고 인턴이면서도 이미 여기저기서 좌충우돌하며 보이는 정치력이었다. 보는 눈이 넓고 유연하다. 이민우(이선균 분)가 최인혁의 뒤를 이어 현장에서 사람을 살리는 의사의 길을 걸어간다면, 강재인은 뒤에서 최선의 환경에서 사람을 살리는데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다. 흔한 러브라인보다 더 끈끈한 관계가 두 사람 사이에 벌써 자라나고 있을지 모른다.

최일선에서 직접 사람을 살리는 의사의 존재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의사들이 최대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행정가의 존재 역시 무척 중요하다. 강대제 한 사람의 선택이 최인혁에게 희망을 주었다. 더불어 최인혁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도 희망을 주었다. 그러고 보면 병원의 입장에서도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각 과장의 존재란 필요한 존재들일 것이다. 그 와중에도 외과의 소속의사들을 챙기는 것은 과장밖에 없다. 바로 그같은 관리로부터 과장들의 권력도 나온다. 그래서 그들이 과장이 되었다.

수술이 참 담담하다. 필요이상으로 심각해지지도 비장해지지도 않는다. 박원국 환자의 상태에 비해 수술하는 동안에도, 수술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그들은 의사로서의 일상을 보내고 있을 따름이다. 환자를 살피고, 환자를 치료하고, 그러면서도 교수로서, 그리고 인턴으로서 가르치고 배우고. 수술이 그래도 나름대로는 성공적으로 끝났는데도 환호하는 법 없이 그대로 앞으로 환자를 어떻게 치료해나갈 것인가의 이야기만을 나눈다. 전문적인 이야기야 의사가 아닌 관계로 그저 그러려니 듣고 넘어갈 뿐이고. 진짜 의사드라마같다고나 할까? 의학드라마가 아니라 의사가 주인공인 의사드라마다.

필요로 하는 것과 원하는 것과는 다르다. 결국은 수단인가? 목적인가? 존중이다. 감사함이다. 외상외과의에 대해 과연 우리사회는 감사해하고 있는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그들로 하여금 자신을 위해 일하도록 설득할 용의가 있는가? 대우에 대한 문제다. 존경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드라마의 미덕이다. 생각하게 만든다. 드라마로서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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