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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8.05 11:39

넝쿨째 굴러온 당신 "가족, 장양실이 방장수의 가족에게 돌아간 이유..."

여전히 천재용과 방이숙의 로맨스에는 시련이 남아 있다.

▲ 사진출처='넝쿨째 굴러온 당신' 포스터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외롭다는 건 그런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고 싶다는 것도 그런 것이고. 가족이란 또한 그런 것이다. 잘못한 것이 있다.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 용서받지 못할 잘못을 가족 거의가 알고 있음도 안다. 바늘방석일 터다. 그런데 어찌 그런 방장수(장용 분)의 집으로 들어갈 생각을 했을까? .

차라리 장양실(나영희 분)로서는 자신을 구박해주는 시어머니(강부자 분)가 고마웠을 것이다. 구박할 정도로 미워해준다. 구박할 정도로 여전히 사랑하고 걱정해준다. 정히 싫었다면 그 길로 장양실을 받아주지 않고 거리로 내쫓았을 것이다. 받아들이는 대신 구박한다. 구박하는 대신 집에 있도록 해준다. 그래도 그 순간 그녀를 위해 남편 방정훈에게 전화를 걸어준 것도 어머니였다.

시련이다. 넘어서라는 것이다. 네 동서가 그리했으니. 모두가 그리 아프고 슬펐을 것이니. 방말숙(오연서 분)과 차세광(강민혁 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어느새 방말숙의 부모들은 웃고 있었다. 자신들의 예전일을 생각하면서. 그때 그들도 부모님 몰래 집을 빠져나와 도피할 생각을 했더랬다. 그만큼 의지를 보이고 진심을 보인다면 그것으로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방말숙의 아버지 방장수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어머니 엄청애(윤여정 분)가 곁에서 걱정해준다.

어차피 용서할 수밖에 없는 것이 가족이기 때문이다.  장양실 스스로 용서하지 못해도 가족이기에 그녀를 용서하고 받아들여준다. 아니 최소한 미워는 해준다. 진심으로 미워하고 원망해주기라도 한다.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진심의 부딪힘이다. 남이라면 한 번 잘못한 것으로 영영 돌아설 수도 있지만 가족이기에 잘못한 것이 있어도 용서를 기대하고 용서를 기다린다. 누가 있어 그리 미운 잘못을 저지른 장양실을 그리 진심으로 걱정해 줄 수 있을까?

가족이 없기에 가족에게 돌아가려 한다. 가족이 그리워서 차라리 원망을 듣더라도 가족에게로 돌아가 보려 한다. 용서받을 길 없어도 용서를 빌려 한다. 차라리 용서를 빌지조차 않는다. 미워하면 미워하는대로. 원망하면 원망하는대로. 구박하면 구박하는대로. 한 점 거짓없이, 아무런 계산없이 퍼부어지는 감정이 바로 진심인 것이다. 외롭기에, 외롭다는 것이 그런 것이다. 아무도 진심이 아닐 때. 누구도 나를 봐주려 하지 않고, 나 또한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진심이 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진심이 담기고 진심이 전해질 때 그는 존재를 갖게 된다. 자신 역시 그 앞에 존재를 갖게 된다. 외롭지 않다는 것은 나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로지 방장수의 가족들에게서만 그녀 자신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안다. 그동안에도 그래왔다. 남편에게 무시당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존재마저 의심하게 될 때 오로지 방장수의 가족들만이, 아니 막내시동생인 방정배(김상호 분)의 가족들만이 그녀를 가족으로 인정해주었었다. 그녀를 위로해주고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해주었었다. 그곳에 그녀의 가족들이 있다. 세상에 이미 없는 원래의 가족이 아닌 그녀의 진짜 가족이다. 그녀가 있을 곳이고 그녀가 돌아갈 곳이다. 그를 위해서는 어떤 시련이든 기꺼이 감당할 자신이 있다. 의지가 있다.

처음부터 그녀의 잘못도 그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사람이기에 당연히 갖게 되는 원망과 질투, 그리고 분노, 그리고 뒤이어 찾아온 죄책감. 때로 사람은 가족이기에 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남의 자식이었다면. 그저 모르는 집 자식이었다면. 그러나 손윗동서의 자식이었다. 평소 그리 살갑게 대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가족이었다. 어쩌면 죄를 지었기에 그 죄로 인해 더욱 미안해하고 죄스러워하는 사이 진짜 가족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죄로 인해 자신을 낮추고 자기를 양보한다. 그런데 하필 그때 과거의 죄가 다시 떠오를 것이 무언가. 죄를 짓고는 사람은 못사는 것이다.

세상에 혼자 자라는 아이는 없다. 아이에게는 부모가 필요하다. 가끔 그리 생각한다. 저 아이에게는 부모가 필요없다. 혼자서도 잘하니까. 그러나 아직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그같은 믿음조차 버거운 것이기 쉽다. 누군가 자신을 야단쳐주고 혹은 혼내주기도 할 때 자기가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을 아이는 가지게 된다. 지나치면 그것도 문제겠지만 너무 없어도 그것은 아이에게 상처가 된다. 그 또한 일종의 학대가 된다.

사람에게 정이 없는 것은 믿음이 없어서다. 기대가 없어서다. 혼자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만을 믿고 자기 자신에게만 의지하려 한다. 그래서 잘못도 저지른다. 대부분의 잘못은 혼자서 무언가를 해결하려 할 때 저질러진다. 방정훈이 유일하게 집착하고 있던 것이다. 자신의 사회적 성공. 어쩌면 그것으로써 부모와 형제들에게 자신을 인정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내에게도, 어머니에게도, 형제들에게도, 그에게 있어 유일한 자신의 존재가치란 사회적으로 성공한, 어려서부터 모두에게 떠받들려지고 인정받던 바로 그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허물어졌을 때 그는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끝내 도망쳐버리고 만다. 마치 아이처럼.

어쩌면 많이들 그러지 않을까? 성공이 곧 가족이다. 성공이 곧 친구다. 그렇게 배운다. 성공하면 모든 것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성공이 전부다. 성공에 집착하고 성공에 매달린다. 그것을 자기 자신이라 여긴다. 그래서 죄를 저지르고, 그 죄를 감당하지 못해 끝내 도망쳐버리고 만다. 무언가 잘못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머니만이 아닌 이 사회 전부가 아이들에게 잘못된 가르침을 주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기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방장수나 방정배처럼 적당히 야단듣고 적당히 걱정받으며 아무렇지 않게 평범하게 살아간다. 아직 방정훈처럼 똑똑한 아이를 가르치는 법을 어머니는 알지 못했었다.

천재용(이희준 분)과 방이숙(조윤희 분)의 사이에도 아직 봄날은 먼 것 같다. 열등감에 찌들어 사는 방이숙에게 재벌의 아들인 천재용은 차마 감당하기 힘든 상대다. 차라리 사채쓰는 천재용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사채를 써가며 사치를 즐기는 천재용이었다면 차라리 자기에게 의지하라며 다가가기도 수월했을 것이다. 실제 천재용에 대한 걱정에 심지어 커피를 뽑아주고 밥까지 사주겠다 말한다. 그런 천재용을 지키기 위해서 넘어지는 것도 무릅쓰고 차의 뒤를 쫓고, 천재용의 누나에게도 사채업자라 오해한 나머지 한소리 하고 만다. 그러나 정작 천재용이 재벌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녀는 도망치고 만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랑인 것이다. 찌질해야 인정받는다. 찌질해야 사랑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다. 하기는 천재용은 그 자체로 찌질한 캐릭터이기는 하다. 찌질하다는 말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인물도 그다지 흔하지는 않다. 멋있어지기 힘들다. 멋있어지면 방이숙은 달아난다. 방이숙을 위해서라도 천재용은 한심한 모습 그대로 여전히 남아 있어야 한다. 방이숙은 여전히 어눌하고. 이들 커플의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작가가 알아서 그릴 것이다.

또다른 가족이 보여진다. 고옥(심이영 분)은 이미 자신의 어머니를 용서했다. 그리고 그리워하고 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방정배에게도 고옥의 어머니는 자신의 장모다. 고옥이 이토록 그녀를 그리워하는데 마냥 외면하고 있을 수도 없다. 염치없음을 알기에 어머니는 팬을 사칭해 손주의 이름으로 딸에게 선물을 보내고, 딸은 그런 어머니의 오랜 글씨체를 한 번에 알아본다. 오열하는 그녀에게서 지난 오랜 시간의 상실감을 읽는다. 차라리 어머니가 자신을 외면했을 때도 그렇게까지 서러워않던 그녀가 서럽게 눈물을 흘린다. 희망이란 차라리 절망보다 지독하다. 어머니가 자신을 잊지 않았음을 알았는데 어머니 없는 시간을 그녀는 어찌 견딜까? 다시 화해하게 될까? 고옥 그녀를 위해서.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어머니에게 버려진 자신인 채로 남아 있을 수 없다.

과연 방일숙(양정아 분)과 윤빈(김원준 분)은 남자와 여자로서 서로를 의식하게 될 것인가. 하지만 연예인이다. 스타다. 스타란 한 개인이 아니다. 스타란 어느 특정한 대상이 아닌 모두로부터 사랑받고 모두를 사랑하는 존재일 것이다. 서로 매니저와 스타로서 믿고 의지하고는 있지만 그 관계를 서로가 독점할 수 없다. 매니저란 또한 그런 일이기도 하다. 자신의 연예인으로 하여금 모두의 연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다시 윤빈을 오빠라 부른다. 결혼이란 독점일 텐데. 설사 사랑하게 되더라도 그 방식은 남다른 것이기 쉬울 것이다. 어떻게 그려갈까? 마냥 자신을 믿어주던 팬과 그런 팬을 믿고 의지하며 여기까지 달려온 연예인은.

조금은 힘이 빠진 것을 느낀다. 흐트러져 있다. 중심없이 산만하다. 부분부분 재미있는 장면도 있는데 그것이 밀도있게 밀착하지 못하고 있다. 덕분에 무척 재미있으면서도 보는 내내 지루하기도 했었다.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어쩔 수 없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드라마의 숙명일 것이다. 초지일관하는 드라마를 찾기란 해외드라마 가운데서도 그다지 쉽지 않다.

하지만 가족이 있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다. 재벌아들 천재용조차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찌질한 남자 그대로다. 부모와도 TV드라마를 함께 보며 그것을 소재로 한 차례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그것이 다른 모든 것을 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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