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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황정호 기자
  • 음악
  • 입력 2012.08.02 08:17

뮤직비디오 사전 등급분류 심의 제도 시행 '8월 18일부터'

법률 개정으로 뮤직비디오 사전등급심의 못 받으면 인터넷 서비스 불가능

[스타데일리뉴스=황정호 기자] 음악사용료 징수규정 개정 등으로 인해 연초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음악 산업계가 또 다른 어려움을 맞게 되었다.

지난 2월17일 개정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올 8월18일부터 뮤직비디오(음악영상물)에 대한 사전 등급분류 심의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뮤직비디오가 온라인을 통해 청소년에게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회에서 개정을 추진하게 되었고 그 결과 지난 2월17일 최종적으로 개정이 확정된 바 있다.

그러나, 뮤직비디오를 주요한 마케팅 및 매출 수단으로 삼고 있는 음악 업계에서는 물론 뮤직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 음악 서비스 및 포털 사이트 또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어서 큰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주요 시행 내용을 살펴 보면,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는 뮤직비디오에 대해 제작자 또는 배급업자가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사전 등급 부여 신청을 하지 않고 게재할 경우 처벌받게 된다.

하지만, 음반 발매일에 맞춰 뮤직비디오의 공개일을 결정해 온 음악업계의 특성상 등급부여 심의가 일정 내에 완료되지 못하거나 적정한 등급을 부여 받지 못했을 경우 발매일정은 물론 활동에도 제약을 받을 상황이 예상되기에 업계의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큰 혼란이 예상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는 통상적으로 법률 통과 이전에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등의 자리를 전혀 마련한 바가 없었고, 개정법안 통과 이후에도 해당 제도를 알리기 위한 별다른 활동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뒤늦게야 업계의 문제 제기와 질의를 받고서야 시행을 불과 1개월 남겨둔 지난 7월18일 설명회를 개최한 것이 전부인 상황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해당 설명회를 통해 심의 절차에 대한 안내와 함께 우려가 되고 있는 심의기간과 관련하여 관련 인력을 충원할 예정이기에 심의소요기간(14일)내에 충분히 심의가 가능함을 알린 바 있다. 하지만, 심의 대상에는 뮤직비디오 뿐만 아니라 사전 홍보 목적의 티저(teaser) 영상과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메이킹(making) 영상도 포함되어 있는 바,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예상하고 있는 연간 3천여 편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어 원활한 심의가 가능할 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한 제작자는 “뮤직비디오 제작의 경우 발매 일정에 맞춰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제작과 편집이 이루어 진다. 영등위에서는 그간 영화 위주의 심의를 진행해 온 상황이기에 이러한 제작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영화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뮤직비디오의 경우 최근 들어 티저 영상이나 메이킹 영상 등이 함께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심의일정에 문제가 생기거나 혹여 재심의 신청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음악산업 환경의 경우 디지털 환경을 통한 배급/홍보가 주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고 발매 후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불과 2~3주에 불과한데 심의로 인해 일정상의 문제가 생긴다면 활동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걱정스러움을 표현했다.

물론, 이번 개정안이 모든 뮤직비디오가 반드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전 방송심의를 득한 뮤직비디오의 경우 별도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활동을 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웹사이트와 SNS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비용을 들여 홍보하고 있는 인디 뮤직션들에게 있어서는 방송심의의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득해야 하는 상황이 예상된다.

또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설명회 당시 ‘유튜브(Youtube)’와 같이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해외 사업자의 경우에도 예외로 구분 할 규정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지만, 업계에서는 ‘유튜브’를 제재할 실질적인 규정이 존재하고 있지 않고 있어 무리한 적용을 추진할 경우 전세계적인 서비스에 대해 사전심의를 적용하는 유일한 국가가 된다는 비난은 물론 국내 온라인 서비스 업체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문화 컨텐츠 심의에 대한 논란은 여러 차례 있어 온 바 있는 사안이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올해 내한했던 ‘레이디 가가’의 공연에 대한 등급판정이 논란을 일으킨 바 있었고, 올 3월엔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국내 영화 ‘즐탁동시’에 대해 영등위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해서 영화인들의 분노를 산 적이 있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33년 일제가 만든 ‘레코드 단속 규칙’의 잔재가 이어져 무려 60여년간 사전 심의제도가 지속되어 오다 불과 10여년 전인 1996년6월에야 비로소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통해 사전심의제도는 위헌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낸 바 있다.

하지만, 사전심의제도의 위헌 판결 이후에도 방송사의 방송심의는 물론 청소년 보호 명분아래 여성가족부의 음반 사후심의제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뮤직비디오 사전심의는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음악업계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요즈음 포스트 한류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K-POP의 글로벌 열풍은 한국 대중음악의 국제적 인인지도 높인 것은 물론 국가의 대외적인 이미지 또한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케이팝 스타들은 공적 외교 채널에서 할 수 없는 국가 경쟁력을 위한 수많은 일들을 해왔고 전 세계 젊음 음악 소비자들에게 한국문화의 특별함을 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혜를 입고 있는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규제책들을 쏟아 내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 보호와 표현의 자유, 둘 다 중요한 가치이다.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가치임에 분명하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뮤직비디오를 통해 잠시 화제가 될 수는 있지만 지속적인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는 없는 법이다. 이러한 사실을 음악 제작자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제작자와 레이블이 자율적으로 청소년에 미칠 수 있는 유해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팝 앨범에 ‘노골적인 가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부모의 지도가 필요함’이란 스티커를 붙인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음반사다.

이제라도 금번 뮤직비디오 등급심의가 우리 음악의 표현을 제약하는 문제는 없는지, 절차 상의 문제점들은 없는지에 대해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고 혼란과 문제점이 예상된다면 무리한 추진이 아닌 일정기간 시행을 유예하거나 시범기간을 거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높아진 우리 음악 제작자들과 소비자들의 수준을 감안하여 자율적인 민간 심의 기구가 구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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