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7.06.17 11:40

[S리뷰] '옥자' 아우슈비츠가 생각나는 아포칼립스

남녀노소 오랫동안 회자될 봉준호 감독의 큰 그림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29일 극장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개봉되는 '옥자'는 봉준호 감독이 그린 큰 그림이다.

영화 속 주인공 옥자를 포함한 수많은 슈퍼돼지들을 처리하는 도살장은 마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을 자행한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생각날 만큼 잔혹한데다 심지어 멀지 않은 미래에 닥칠 묵시(Apocalypse)의 세상을 구현하고 있다.

시대를 아우르는 두 영화, 하나로 연결된 두 장면

▲ '옥자' 3차 예고편 화면(위), '쉰들러 리스트' 스틸컷(아래) ⓒ넷플릭스,UP

두 장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출근길 시민들이 큰 무리를 지어 한 방향으로 걸어올라 가는 이 장면은 강원도 산골에서 서울로 상경한 미자(안서현)만이 빨간색 자켓을 입고 있다. 

사실 이 장면은 1994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에서도 발견된다. 독일인 사업가 쉰들러가 산책하던 장면이다. 나치군의 고함에 겁먹은 소떼처럼 서있던 유대인 무리에서 발견한 한 소녀. 흑백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 유일한 색깔인 레드 코트를 입은 그 소녀가 연상된다.

뭐로 봐도 이 두 장면은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역설적인 표현이다. 사회 체제에 종속된 어른들은 할 수 없지만 때묻지 않은 어린 아이들만이 할수 있는 모습이다.

다시 쓰자면, 21세기 영화 '옥자'와 20세기 영화 '쉰들러 리스트'는 하나의 공통점으로 연결되어 있다.

첫째 비록 두 작품이 표현하는 시대상은 다르지만, 나치와 자본주의는 절대 다수를 향해 일방적인 흐름을 강요한다. 비뚫어진 이념과 경제 성장이라는 화두만 다를 뿐, 이런 경직된 사회 현상은 파시즘과 진배없다.

둘째 '옥자'에서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된 슈퍼돼지들을 처분하는 거대한 도살장, 이를 운영하는다국적 기업 미란도(Mirando)와 '쉰들러 리스트'에서 유대인과 유럽 집시들을 모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독가스로 처분하고, 시신을 대거 인체 실험과 비누, 양탄자로 재가공한 나치의 행태는 본질적으로 같다.  

즉, 미자(안서현)가 그렇게 찾으려 애쓰는 옥자와 슈퍼돼지는 20세기 영화에서 나치 권력 앞에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로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쉰들러 리스트'와 '옥자' 두 작품이 한 세기를 거치며 사회 현상만 바뀐채 다시 연결된 것이다.

봉준호의 '옥자' 인간과 동물의 자유 의지를 표현해

오는 29일 개봉하는 옥자는 초반 강원도 산골의 절경을 비추며 조용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그린다. 마치 '삼시 세끼' 첫 회를 보는 것처럼 정겹고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후 영화 속 주인공 옥자는 악명높은 화학 기업에서 유전자조작 식품회사로 거듭난 미란도 그룹의 슈퍼돼지들 중 하나로써 다뤄진다. 즉 인간의 식생활 패턴을 바꿔줄 최고의 식품으로 조명된다.

결국 옥자를 두고 미란도 그룹과 동물해방전선(ALF)이 쟁탈전이 벌어지고, 궁극적인 해결 보다는 대결양상을 띈다. 그 사이에 끼어버린 미자의 모습은 때묻지 않은 순수함 그 자체. 옥자는 미자에게 있어서 인류를 구원할 식량이 아니라 혈육이나 다름없는 중요한 가족이다. 찾아서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미자의 의지는 당연히 자연스러울수 밖에 없다.

'옥자' 걸작인가, 문제작인가?

'옥자'는 일부 매체가 지적한 것처럼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 답지 않게 어색하거나 떨어지는 스토리가 아니다. 12세 관람가로 전세계 190개국 남녀노소가 온라인과 극장에서 관람한다는 점을 상기하자면 영화는 일부 매니아들을 타킷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내놨다. 영화속 가상동물 옥자를 구현한 CG(컴퓨터그래픽)도 스크린으로 봐도 매우 자연스럽고 디테일하다.

이 작품은 당연히 보편 타당한 지구촌 사람들의 정서를 감안했다. 봉준호 감독이 '옥자'를 통해 내놓은 희망은 10년전 북미에서 일어난 오큐파이(Occupy) 운동처럼 '월가를 점령하자'는 슬로건에서 벗어나 피폐해진 자본사회의 희생양으로 도륙된 수많은 동물들을 살펴 보자는 측면이 강하다. 

이같은 상징적인 장면들을 무시하고 영화를 단순히 걸작과 문제작으로 표현한다면, 봉 감독의 희망과 스티븐 연이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큰 그림'을 오직 한 곳에 고정한 꼴이 아닐지? 국가에 한정 짓지 말고 더 넓게 보자면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걸작이 아닐지. 물론, 모든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덧붙여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들은 시대적 아픔과 문제 의식을 다룬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당시를 표현하는 사회 현상이 봉준호의 영화로 재조명된다. 즉, 봉 감독의 영화들은 인간(자연)과 괴리된 사회를 바라보는 색안경이다.

치안부재를 다룬 '살인의 추억'부터 흉악 범죄와 모정을 오가는 '마더', 화학 쓰레기로 탄생된 '괴물', 디스토피아와 양극화로 범범이 된 '설국열차'를 보면 작금의 역사 혹은 이념과 철학이 인간들이 미처 발견 못한 세상을 보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한편 최근까지의 소식으로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관 개봉은 불가능하다. 대신 영화 시장에서 한동안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위세에 밀려있던 크고 작은 극장들이 러닝타임 120분의 '옥자'를 상영한다.

17일까지 개봉이 확정된 국내 극장은 서울의 경우 대한극장, 서울극장, 씨네큐브광화문, 더숲 아트시네마, 이봄씨어터, KU시네마테크, KU시네마트랩 등이다. 인천은 애관극장, 경기는 여주 월드시네마, 충청은 청주의 SFX시네마, 전북은 전주시네마타운, 전남은 광주극장과 고흥 작은영화관, 경북은 대구 MMC만경관, 울산 알프스시네마 등이다. 부산은 영화의전당에서 상영된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