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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7.26 10:10

유령, "마침내 밝혀진 김우현의 진실, 전재욱 죽다."

정석적인 반전과 심화되는 위기, 스릴러 드라마의 기본을 보다

▲ 사진='유령' 포스터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추리물은 관객을 탐정으로 만든다. 스릴러는 관객을 바보로 만든다. 주어진 단서를 통해 진실을 쫓는다. 그러나 그 진실이란 거짓에 불과했다. 진실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된다. 그래서 스릴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반전이다. 이제껏 얼마나 자신이 터무니없는 오해를 하고 있었는가? 성격 좋은 스릴러 작가란 없다. 물론 충분한 설득력과 개연성이 필요하다.

너무 수상했다. 너무 수상해서 용의선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김우현(소지섭 분)이 간직하고 있던 어떤 은밀한 비밀들과 평소 김우현을 아끼며 가까이하던 사람좋은 신경수(최정우 분) 수사국장과의 관계라는 것은. 설마 처음부터 이렇게 노골적으로 단서를 드러낼 리 있겠는가. 더구나 신경수 대신 전재욱(장현성 분) 사이버수사국장이 드러내 놓고 자기가 배신자라며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었다. 권혁주(곽도원 분) 사이버수사1팀장마저 넘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전재욱 국장이야 말로 배신자일지도 모른다.

올곧은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우현이 사실은 살인자인 조현민(엄기준 분)과 어떤 모종의 관계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자체 또한 이미 반전이었다. 줄곧 김우현과 조현민 사이의 비밀스런 관계에 대해 추적해오고 있었다. 남상원 사장이 살해되는 현장에 있었고, 신효정을 죽인 범인을 알고 있었으며, 그 범인의 지시에 따라 박기영(최다니엘 분)을 죽이려 했었다. 조현민을 비롯 구연주(윤지혜 분)기자 등 조현민과 관계된 인물 가운데 김우현을 아는 이들이 많다. 그런 한 편으로 김우현에게 중요한 단서를 넘긴 남상원의 의도는 무엇이었는가?

사실 너무 뻔한 것은 있었다. 원래의 얼굴과 목소리를 잃은 채 김우현이 되어 김우현이 어쩌면 저질렀을 죄에 대한 책임까지 대신 지게 되는가 싶더니만 알고 보니 김우현은 죄가 없었다.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죄에 대한 책임이라는 부분에서 <유령>이라고 하는 제목에 어울리는 정체성의 문제가 제기될까 했더니만 김우현은 단지 정의로운 경찰에 불과했다. 해커인 박기영이 경찰인 김우현의 모습을 하게 되면서 김우현의 죄를 뒤집어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죄를 지우게 되었다. 약간은 아쉽다. 단지 김우현이 남긴 과제를 대신해 살아남은 댓가로 해결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김우현 아닌 박기영이 조현민과 만나고 조현민과 만난 자리에서 김우현에 대한 진실을 듣는다. 추측이 확신이 되는 가운데 조현민은 제안한다. 박기영을 거절하고 조현민은 박기영을 원래 김우현을 위해 만들어놓은 함정에 빠뜨린다. 쫓기는 가운데 박기영은 김우현의 아버지 김석준(정동환 분)을 만나 조현민이 왜곡한 김우현의 진실을 듣는다. 그러나 그 진실을 전재욱에게 전하려는데 그 순간 조현민의 하수인이 나타나 전재욱을 죽이고 만다. 김우현과 만난 자리에서 전재욱이 죽임을 당했으니 그렇지 않아도 살인죄로 수배를 받던 김우현에게 다시 한 가지의 혐의가 더해지기 쉬울 것이다. 함정에 더해 함정을 파고, 그 출구에 겨우 닿으려 하니 새로운 함정이 기다린다. 조현민이 지배하고 있는 것은 온라인 세계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가 손에 넣은 세강그룹이라고 하는 현실의 힘이고 그 힘에 의해 움직이는 현실의 세계였다.

처음 온라인세계에 대한 지배력을 무기로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더니만 이제 그 힘이 오프라인으로 뻗었다. 아니 오프라인이야 말로 조현민이 원래 살던 세계였다. 그가 바라던 모든 것들이 오프라인에 있었다. 그게 실제 지배하고 있는 세계였다. 뛰어난 해커이지만 오프라인에서 박기영은 오히려 무력하다. 더구나 박기영은 김우현 조차 아니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그는 김우현이 아니며 박기영 또한 아니다. 무력한 존재로 전락한다. 전적으로 권혁주와 유강미(이연희 분)에 의지해서만 그는 조현민과 싸울 수 있다. 물론 조현민 앞에서도 그는 박기영으로 자신의 원래 이름을 찾는다. 그야말로 떠도는 유령같은 존재다.

잔뜩 뒤틀리고 일그러졌던 이야기가 곧게 펴진다. 적과 아군이 나뉜다. 옳고 그른 것이 나뉜다. 죄와 그를 단죄하고자 하는 의지가 나뉜다. 혼란이 정리된다. 유일하게 남은 혼란이 박기영에 대해서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그를 박기영이라 불러야 하는가, 김우현이라 불러야 하는가. 그가 이름을 되찾을 때 드라마는 끝난다. 박기영이든, 아니면 김우현이든, 해커이든, 아니면 원래의 경찰로 돌아가든. 박기영 또한 경찰을 꿈꾸던 경찰학도였을 것이다.

상황이 더욱 급박해진다. 남상원 혹은 신효정 그리고 전재욱. 살인용의자로 쫓기던 그가 다시 전재욱이 죽은 현장에 있었다. 현실에서의 승부가 결정되었다면 이제는 온라인에서의 출구를 찾는다. 어쩌면 다시 하데스 박기영으로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얼굴이나 목소리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하데스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그곳으로 마지막 승부는 그곳에서 벌어질까? 현실에서 싸우려 한다면 권혁주의 비중이 더 커지게 된다. 현실에서 수사국장인 신경수와 세강그룹의 총수인 조현민을 이기기란 무척 힘들다.

재미있게 쓰는 법을 안다. 그것도 너무 잘 안다. 정석적이지만 그래서 예상하기도 힘들고, 복기를 하면서도 어느새 납득하고 만다. 잘 만들었다는 말이다. 정석을 지키면서도 이렇게 지루하지 않게 쓸 줄 아는 것도 대단한 것이다. 처음의 의도와는 많이 달라진 듯 보이지만 한국에서 드라마란 원래 살아있는 것이기도 하다. 크게 무너지는 법 없이 탄탄하게 잘 달려왔다.

조현민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느낀다. 온라인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결국 하는 일이란 개인의 뒷조사를 통해 일일이 죽음을 유도하는 것이다. 불확실한 것을 싫어한다면서 게임중독자가 칼을 휘두르리라는 확신은 어떻게 가지고 있었다. 가장 모순되다. 가장 혼란스럽다. 그야말로 유령이 아닐까? 의도를 읽으려 한다. 아직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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