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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7.06.02 22:05

[권상집 칼럼] 루저 · 외톨이, 센 척하는 겁쟁이 YG

빅뱅 탑의 대마초 사건을 통해 본 YG, 이대로는 곤란하다

▲ YG엔터테인먼트 로고 ⓒYG엔터테인먼트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YG엔터테인먼트의 최종 지향점은 대한민국 콘텐츠 기획의 제국으로 군림하는 것이다. 가수에서 배우, 최근에는 이른바 A급 PD들을 모조리 영입하며 지상파 및 종편, CJ E&M에 버금가는 문화권력을 현재 YG는 자랑하고 있다. 실제 SM엔터테인먼트보다 더욱 공격적인 확장을 하는 이유 역시 YG의 최종 목적이 단순한 매출, 이익이 아닌 그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문화권력의 정점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현석 대표는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문화권력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이미 25년전 몸으로 체감한 인물이다.

그러나 양현석 대표의 야심을 언제나 가로막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YG의 간판스타인 빅뱅이었다. 최근 들어 빅뱅의 탑이 대마초 논란에 휩싸이며 YG 소속 연예인들이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추문과 루머를 만들었는지 또 다시 인터넷에 회자되고 있다. YG의 아이콘인 지드래곤은 이미 6년 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으며, YG에서 벗어난 2NE1의 박봄 역시 2014년 필로폰류의 암페타민을 밀수입하다 적발되어 대중의 질타를 받았다. 주기적으로 3년마다 벌어지는 YG의 대마초 연루설에 네티즌은 YG의 약자가 ‘약국’ 아니냐는 조롱까지 현재 보내고 있다.

문제는 YG의 수장인 양현석 대표가 항상 해당 문제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건을 특정 방향으로 여론 몰이하거나 서둘러 무마하는 식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검찰의 내사로 인해 가수 박봄이 2010년 10월 미국 페덱스를 통해 마약 밀수를 시도한 점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인천지방검찰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박봄을 입건유예 조치하고 내사를 중지했다. 일반인이 박봄 같은 마약 밀수입을 하다 적발되면 어떻게 처리될까? 마약류 관리에 의한 법률에 의하면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검찰은 YG 사건을 맡을 때마다 동일한 방식으로 사건 종결을 거듭해왔다.

박봄 사건이 발생했을 때 YG의 양현석 대표는 박봄의 마약 밀수 혐의를 부인하고 치료 목적이라는 희괴한 해명을 내놔 수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치료 목적인데 박봄 본인의 이름이 아닌 인척의 이름을 통해 인척 주소지에 해당 마약을 몰래 배송한 이유에 대해서도 검찰과 양현석 대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드래곤 역시 6년 전 일본에서 대마초 흡연으로 모발 검사를 받은 결과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검찰 조사까지 받아 징계가 예상되었으나 이후 검찰은 지드래곤이 초범이고 대마초 흡연량이 적다는 점을 고려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범죄 혐의는 충분히 인정되나 기소를 하지 않아 처벌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죄는 지었으나 우리는 결코 YG 연예인들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검찰의 입장이 매번 되풀이 되면서 YG가 ‘문화계 삼성’이냐라는 비아냥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퍼지기도 했다. 일반인이라면 가혹하게 처벌 받았을 사안을 YG에 대해서만 유독 봐주기식 수사를 일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에 대해 검찰, 양현석 대표, YG 소속 연예인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리고 이내 자숙이라는 미명 아래 몇 달 잠적해 있다가 또 다시 화려한 곡을 통해 YG는 팬들을 찾는다. YG의 매니지먼트 방식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비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양현석 대표는 지난해 YG 20주년을 맞이하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리더십을 ‘노터치’라고 얘기했다. 아티스트들이 가진 감성을 훼손해서 안되며 소속 연예인들과 자신은 자라온 환경, 세대 차이 등이 있기에 절대적으로 간섭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빅뱅의 경우 자신이 직접 관여하는 비율이 10% 내외에 불과하다고 양현석 대표는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만큼 안전한 보호책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많은 청소년 팬들을 거느린 YG가 소속 연예인들의 사생활까지 노터치를 넘어 방치 및 수수방관 상태로 일관하는 건, 양현석 대표가 패착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양현석 대표는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JYP의 박진영은 착한 사람을 가장 중요시 여기지만 자신은 아티스트를 발굴할 때 재능 있는 사람을 가장 우선순위에 둔다고 강조했다. 놀랍게도 그가 아티스트를 발굴할 때 가장 후순위로 여긴 사항은 바로 착한 사람이었다. 연예인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정치인, 경제인보다 앞서나가는 현 상황 속에서 인성보다 재능만을 우선시하는 그의 인재관에서 YG의 모든 마약 사태, 성 추문 의혹이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EO의 인재관이 해당 조직 구성원들의 언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YG 사태이다.

YG는 현재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슈퍼 파워를 행사하고 있다. 양현석 대표는 방송사들이 가수와 기획사를 길들이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며 콘텐츠 제작사인 YG는 이런 옳지 못한 행위에 저항할 것이라는 점을 그 동안 수 차례 밝혔다. 방송사의 횡포에 홀로 저항했던 YG는 한때 외롭지만 용감한 기획사로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사의 횡포와 갑질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던 그도 정작 소속 연예인들의 대마초, 마약 논란 등 끊이지 않는 루머에는 항상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빅뱅의 노래 가사처럼 센 척하는 겁쟁이 루저는 바로 YG가 아닐까. 내부의 적폐를 단호하게 청산해야 센 척하는 루저가 아닌 위너로 거듭날 수 있다. 이번이 어쩌면 마지막 기회이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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