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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의사 이민우의 좌절, 뭐 한 게 없어서 바람 좀 쐬고 오겠다구요, 네?"
이민우의 좌절과 최인혁이 그만둔 이유, 의사이고자 하는 의지를 보다
2012년 07월 25일 (수) 1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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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사진='골든타임' 포스터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뭐 한 게 없어서 바람 좀 쐬고 오겠다구요, 네?"

어쩌면 인간이 느끼는 고통 가운데 가장 강한 것이 무위의 고통일 것이다. 차라리 육체가 고통스러우면 살고 싶다는 욕망도 함께 강해진다. 그러나 무위의 고통은 심지어 그같은 삶에 대한 의지마저 꺾어 놓는다. 존재에 의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나란 인간의 가치란 무엇인가?

실재하는 사물은 눈으로 본다. 귀로 듣는다. 손으로 만져서 느낀다. 그러나 존재란 이성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숨을 쉰다면 아직 살아있다. 심장이 뛴다면 아직 죽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바쁘게 길을 걸어갈 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 길 위에 있겠지만 그 가운데 과연 몇 사람이나 존재한다고 자신에게 인식될까?

나는 여기 있다. 여기서 숨쉬고 있다. 심장도 뛰고 있다. 그런데 나란 어떤 존재인가? 어떤 가치가 있는 인간인가? 안타깝게도 인간은 지나치게 이성이 발달해서 단지 실재하는 것으로 자기를 인식하지 못한다. 의미를 찾아야 한다.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타인은 물론 자기에 대해서도 그래서 끊임없이 묻는다. 존엄에 대한 물음이다. 나는 과연 존엄한가?

노숙자들이 한 번 노숙에 익숙해지면 다시 보통의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존엄하지 못한 이가 자기를 위해 노력할 까닭이 없다. 자기 자신에 대해 엄격해지지도 못한다. 방임은 포기다. 자기 자신을 자신이 버린다. 아직 존엄함이 남아 있다면 자기를 지키려 한다. 차라리 존엄하지 못한 삶보다 죽음이 낫다. 자살이야 말로 실재와 존재의 차이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예일 것이다. 존재하기 위해 실재를 버린다. 존엄한 죽음은 가치가 있지만, 존엄하지 못한 삶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존엄을 스스로 저버린 이가 다시 존엄을 되찾기란 무척 힘들다.

최인혁(이성민 분)이 끝내 다른 학과장들의 집중적인 견제를 견디지 못하고 병원을 그만두고 만 이유였다. 차라리 따돌림당하고 온갖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의사로서 집도만 할 수 있다면 그는 조금 더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껏 그렇게 견뎌왔었다.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그 사명감을 이루어줄 트라우마 센터에 대한 희망으로. 아마도 어떻게든 조금만 더 견뎠더라면 그 오랜 바람이 이루어질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러나 의사로서의 자신을 저버려야 하는 순간들을 그는 끝내 참아낼 수 없었다. 그는 의사였고,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해야 했다. 그것을 빼앗기는 순간 그는 의사가 아니게 되고, 의사가 아닌 자신은 자신이 아니게 된다.

이민우(이선균 분)가 일도 편하고 대우도 좋은 한방병원 임상강사의 자리마저 포기하고 무려 2년만에 새삼 인턴생활을 시작하게 된 이유였다. 어찌되었거나 자신은 의사였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자격증까지 땄다. 그러나 환자가 죽어가는데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죽은 환자를 위한 사망선고조차 의사로서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존엄에 대한 위기였다. 의사이기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인간이기를 포기하거나. 그는 의사이고자 했고 인간이고자 했다. 그래서 강재인(황정음 분)이 말리는데도 굳이 최인혁을 부르고 그에게 수술을 부탁했던 것이었다.

자신은 의사다. 의사는 환자를 살리는 사람이다. 인턴이기를 잊는다. 그것이 문제였다. 이미 그는 밖에서 자기가 의사라는 사실을 아프토록 깨닫고 난 뒤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병원에서 요구하는 인턴이란 의사가 아니었다. 환자를 살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환자를 살리는 것은 의사들이 한다. 인턴은 의사가 시키는대로 충실히 따르며 의사가 되기 위해 보고 듣고 배우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의사로서 자꾸 자기주장을 하려 한다. 워낙 유복한 환경에서 어려움 없이 자라 대책없이 낙천적인 강재인과는 다른 적극성이다. 그것이 결국 문제를 일으킨다.

사실 이민우란 매우 현실적인 캐릭터다. 최인혁도 말한다. 편하게 사는 법을 안다고. 편하게 살기 위해 인턴지원을 포기했다. 보다 높은 수입과 더 편한 일을 찾아 한방병원에 면허증만 빌려주고 임상강사로 있었다. 오죽하면 자기 눈앞에서 사고가 났는데 의사로서 무언가 하나라도 도우려 하기보다 책임을 면하려 한쪽 구석에 몸을 사리고 있었겠는가. 환자가 죽어 슬퍼하는 와중에도 동생이 자기 차를 끌고 나가 상처낸 것에 화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폭력 앞에 바로 고개를 숙이고 형님이라 부르는 그런 이민우가 의사가 되기 위해 하늘같은 심지어 학과장들에게도 자기 할 말을 다하려 한다. 그리 겁내하면서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 차라리 자기를 때리라 말하기까지 한다.

최인혁이 다시 이민우를 걱정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상이 높으면 현실이 고단하다. 의사로서의 사명과 현실을 아직 일치시키지 못하고 있다. 환자를 살리려 했다. 그러나 대신 최인혁이 병원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 환자는 살아나고 있지 않다. 자신의 오판으로 위험한 환자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이번에는 현실이라고 하는 참혹함 앞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환자가 길위에서 죽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었다. 상처입기 쉽다. 상처를 입게 되면 회복되기 어렵다. 다시 기로에 선다. 세상에는 완전한 인간도 완벽한 의사도 없다.

어른들을 보게 된다. 필자가 어려서 보던 어른들의 모습이다. 그런 과정들을 다 거쳐왔다. 그런 경험들이 모두들 있다. 사람 죽는 것도 처음이나 충격이고 고통이지 시간이 지나면 무덤덤해진다. 어떤 일이든 익숙해지고 난 뒤가 문제다. 처음의 설렘이나 감동도 잊어버린 채 기계처럼 반복해 왔던 것들을 다시 반복한다. 마치 정작 환자를 살리기 위해 모였다고 하는 의사들의 표정에서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 이유다. 살릴 수 있으면 살릴 것이고 살릴 수 없다면 살릴 수 없다. 체념이고 인정이다. 현실에 길들여진다. 그때는 그렇게 답답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사람으로 치자면 인턴이란 아이들이다. 특히 이민우는 아직 철들지 않은 아이다. 모든 게 불합리하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어른의 사정이 있다.

환자를 길 위에서 죽인다. 뉴스로도 많이 보도되었다. 모든 병원을 아우르는 중앙통제센터도 필요할 것이다. 어디에 의사가 있고 수술실이 있는가? 어디에서 최선의 처치를 받을 수 있는가? 트라우마 센터란 그런 역할일 것이다. 응급환자에게 필요한 처치를 바로 해줄 수 있는 전문인력과 각 과를 연결하여 전문의들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지휘할 브레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당장 사람이 죽어나가는데도 결국은 자신의 입장과 체면만 따진다. 그보다는 병원의 체계와 질서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같다. 변화에 대한 저항은 이제까지의 방식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이기로부터 비롯된다. 조금 더 치열하고 처절한 현장이라는 차이가 있다.

사람의 생명은 과연 존엄한가? 항상 묻는 질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사람이 죽는다고 말한다. 당장 수술을 받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병원비를 말하고 입원의 불필요함을 말한다. 우겨서 퇴원하고서는 다시 수술해야 한다고 하니 합의금을 말한다. 달건이라는 이름의 건달이나 사람의 생명을 앞에 두고서도 자기의 입장만을 강조하려는 의사들이나 사람을 살리려는 그 치열한 노력조차 의미없이 바라보는 무심함이 섬뜩하기조차 하다. 사람의 생명이란 어쩌면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익숙해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바로 모순일 것이다. 역설이다. 의사가 먼저 되었다. 그리고 인턴이 되었다. 의사로서 먼저 자각하고 인턴에 지원하게 되었다. 하필 이민우가 주인공으로서 인턴으로 설정된 이유일 것이다. 아직 섣부른 순수와 용기가 의사로서의 사명과 만난다. 현실과 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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