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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7.22 09:07

TOP밴드2 "최악의 격전, 밴드음악의 진수를 경험하다."

데이브레이크, 시베리안허스키, 칵스, 펠라스 16강에 머물다.

▲ 사진='탑밴드2' 로고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아마 '블랙홀'의 리더 주상균이 여러해 전 어느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밴드는 10분만에도 만들어진다. 그러나 밴드가 완성되는데는 10년이 걸린다."

악보대로 정확하게 연주해서 하나의 음악을 완성하는 것이야 프로연주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지시한대로 따르고, 요구한대로 맞춘다. <나는 가수다>만 하더라도 길어봐야 2주동안의 짧은 시간 동안 연주자들은 최대한 가수들의 요구에 자신의 연주를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밴드란 그런 수준을 넘어선다. 굳이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따라준다. 굳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맞춰준다.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 이해하며 받쳐준다. 마치 본능처럼 밴드 안에서 자기자리를 찾아 하나로 녹아든다. 밴드란 하나의 유기체다. 하나의 밴드는 하나의 장르라 말하는 이유다. 수없이 많은 다양한 개성 가운데 셋이나 넷, 그 이상이 모여 하나로 어우러져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란 얼마나 될까?

그만큼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많은 무대경험이 필요하다. 다투기도 많이 다투어봐야 한다. 시간이 알게 해준다. 그동안 함께했던 수많은 시간들이 그들을 자연스럽게 하나이게 만들어준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연주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밴드만의 색깔이 묻어날 수 있을 때 비로소 하나의 밴드로서 완성되었다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밴드가 무르익기에는 그래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주상균씨도 아마 그런 뜻에서 한 말일 것이다. 연주를 잘하는 밴드는 많지만 진정 밴드답게 연주하는 밴드는 드물다.

과연 네임드였다. 물론 트랜스픽션과 피아를 빼고 10년이나 되는 연식을 가진 밴드는 <TOP밴드>에 출전한 수많은 네임드 가운데서도 매우 드물다. 로맨틱펀치가 의외로 9년차가 되었다. 슈퍼키드가 그들보다 한 해 늦게 데뷔했다. 시베리안 허스키와 펠라스가 그보다 2년 뒤다. 칵스와 데이브레이크는 그다지 연식이 오래지 않다. 하지만 역시 밴드를 이루어 함께 연습하고 무대에 서 온 시간이 있지 않던가. 설득되어지고 말았다. 어째서 그들이 트랜스픽션이고 피아인가를. 로맨틱펀치이고 슈퍼키드였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편곡이었지만 그것이 바로 슈퍼키드였다. 칵스의 연주는 에너지가 넘쳤다. 그들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았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가도 몰랐다. 나중에 몇 번이나 연주부분을 다시 반복해 보았다. 신난다. 호쾌했다. 그러나 그보다 무거운 무엇이 있었다. 단단한 무엇이 버티고 있었다. 마음대로 무대 위를 뛰고 논다. 기타를 치는지 베이스를 치는지 정신없이 날뛰고 놀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소리가 들린다. 각 밴드의 이름이 들린다. 새삼 필자가 처음 그들의 음악을 들었을 때를 떠올리고 말았다. 그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한결 무르익어 진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중독되어 어느새 자신도 그들의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인다.

도대체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떨어뜨릴 것인가? 가장 지명도가 떨어지는 펠라스조차 보컬에 있어서는 어느 팀에 뒤지지 않았다. 피아가 떨어졌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데이브레이크 대신 트랜스픽션이 떨어졌어도 아쉬워할 뿐 납득하고 말았을 것이다. 로맨틱펀치에 패하기는 했지만 시베리안 허스키 또한 백지영과는 또다른 도발적이고 격정적인 또다른 '총맞은 것처럼'을 들려주고 있었다. 슈퍼키드보다는 가벼운 느낌이 있었지만 칵스 역시 '트러블메이커'를 훌륭하게 자기식으로 편곡해 관객과 호흡하고 있었다.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기 전에 100점과 96점, 97점이면 객관적인 평가보다는 주관적 판단이 우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철저히 주관적으로 방송을 보았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들이 승리하기만을 바라면서 더 잘해서가 아니라 단지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이다. 음악이란 좋은 음악과 더 좋은 음악만이 있을 뿐이다. 새삼 동의하게 된 말이었다. 귀가 즐거웠다. 눈이 즐거웠다. 시간이 즐거웠다.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사실 필자로서는 피아와 펠라스 가운데 펠라스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피아를 더 좋아했지만 무대에서 보컬은 펠라스가 훨씬 뛰어났다. 보컬만을 들으려 하는 한국 대중의 특성상 보컬에서 승부가 가린다면 피아가 아무래도 열세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역시 <TOP밴드2>의 청중평가단은 달랐다. 고음에서 힘이 딸리는 등 보컬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승자는 다름아닌 피아였다. 그들의 연주는 그들의 이름에 걸맞는 진짜배기였다. 괜한 우려였다. 펠라스와 그 팬들에게는 미안하다.

데이브레이크와 트랜스픽션의 승부 역시 실력차이보다는 현장에서의 분위기에서 갈렸을 것이다. 로맨틱펀치와 시베리안허스키 역시 마찬가지다. 개인적인 보컬취향은 당연히 로맨틱펀치의 배인혁에 가깝다. 이번 <TOP밴드2> 참가팀 가운데 발군일 것이다. 하지만 시베리안허스키의 유수연 또한 그에 결코 뒤지지 않는 훌륭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목관리에 실패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조차 실연의 상처에 좌절하기보다 분노하는 당당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매우 인상 깊었다. 그러나 역시 현장의 분위기란 귀로 듣고 감상하는 것보다 몸으로 함께 뛰어주는 것 아니던가 말이다.

그런 점에서 슈퍼키드의 승리는 역설적이었다. 지금까지 가장 미친듯이 날뛰던 망아지 슈퍼키드가 갑자기 진중해졌다. 뛰어다니기는 칵스가 더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만큼 슈퍼키드만의 농익은 아우라가 느껴졌다. 편곡에 있어 가장 흥미로웠고 가장 만족스러웠다. 칵스가 못한 것이 아니다. 보컬이 약간 아쉽기는 했지만 칵스의 음악에 있어 이현송의 보컬이란 단지 그것을 이루는 일부에 불과했을 것이다. 일단 몸이 들썩이고 있는데 노래가 들릴 게 무언가. 노래란 즐겁기 위한 것이다. 굳이 평가같은 건 하지 않는다.

역시 서사의 부족을 아쉬워하게 된다. 2차예선에서부터 네임드들이 차례로 떨어져나갔더라면 아마도 이번에도 데이브레이크인가 하는 호기심이 생겨났을 것이다. 아니면 16강에서 서로 맞붙기까지의 과정을 통해서도 흥미를 고조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제작진이 너무 착해도 문제인 부분이다. 데이브레이크와 트랜스픽션이 나란히 서 있을 때는 필자 역시 무척 떨리고 있었다. 누가 떨어지더라도 아깝다. 이슈가 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즐거웠다. 무엇보다 무대가 신났다. 더위를 잊었다. 여름을 잊었다. 밤을 잊었다. 여운을 음악으로 풀었다. 역시 여름은 밴드의 계절이다. 어설픈 연출은 잊는다. 무슨 생각인가 싶은 부분도 잠시 접어둔다. 사소한 일로 즐거움을 가리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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