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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7.20 15:06

유령 "작가의 무리수, 이 사회가 거대한 프로그램이 되어 버렸죠!"

네트워크는 인간과 같이 시작했으며 역사는 프로그램의 비밀과 함께 해왔다.

▲ 사진='유령' 포스터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그런데 이젠 컴퓨터가 없으면 안되는 세상이 왔어요. 이 사회가 거대한 프로그램이 되어 버렸죠!"

정확히는 컴퓨터가 아닌 네트워크일 것이다. 컴퓨터란 단지 단말에 불과하다. 컴퓨터를 사용해 소통하는 것은 사람 자신이다. 다만 사람을 대신하는 그 수단을 통해 보다 수월하게 사람에게 접근할 수 있다. 더 깊이 더 많이 사람을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다.

오류일 것이다. 어쩌면 자만이었을 것이다. 원래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프로그램이었다. 그 프로그램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종교가 있었고, 철학이 있었고, 과학이 있었다. 인간 자신에 대해서조차 사회과학과 심리학이 그 심층을 파고들고 있었다. 인간은 어떻게 인지하고 인식하고 사고하고 판단하는가? 인간의 행동은 어떤 원리로 이루어지는가? 인간의 사회는 어떻게 유지되고 발전하는가?

당장 조현민(엄기준 분)의 아버지 조경문의 죽음과 관련된 강윤우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만 보더라도 그렇다. 과연 세이프텍의 백신프로그램이 보내온 정보가 강윤우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가? 아니면 그 정보를 이용해서 치밀하게 꾸민 계획이 그를 끝내 죽음에 이르도록 만들었는가?

그렇다 보니 무리수도 생겨난다. 검사 임치현(이기영 분)을 게임중독자인 정동윤을 이용해 죽이려 한 계획이 그렇다. 아무리 게임에 중독되어 있다고 현실에서 처음 본 사람을 칼로 찌르기까지 할 가능성이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현피라는 것이 있다. 온라인상의 갈등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부딪혀 해결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것이 흉기까지 동원한 상해사건으로까지 번지는 경우란 그다지 많지 않다. 죽이려 한다면 보다 확실한 방법이 필요하다.

단지 프로그램의 한 단위가 아니다. 객체가 아니다. 그렇게 때문에 보다 깊이 면밀히 살피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가 발달해서 좋은 점은 그 과정이 보다 쉽고 상세해졌기 때문이다. 판단은 자신이 한다. 프로그램은 판단하지 않는다. 사람이 프로그램으로 하여금 판단하도록 한다.

조현민이 고전하는 이유다. 조현민이 그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면 김우현(소지섭 분)도 이용할 수 있다. 오히려 현실보다 편하다. 현실에서는 나이나 성별, 직업, 직급, 개인의 인간관계 등 다양한 요소들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네트워크에서는 오로지 논리 하나만이 통한다. 0과 1로 이루어진 단순한 기호가 모든 것을 정의한다. 네트워크의 규칙만 안다면 누구나 그것을 이용할 수 있다. 김우현, 아니 박기영이 바로 그 네트워크를 통해 조현민에게 바로 역습을 가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오히려 속는다면 오프라인에서 속는다. 눈에 보이는 것에. 귀에 들리는 것에. 기억에. 생각에. 판단에. 'Phantom3080'이라고 하는 아이디에 흥분해 금새 속임수에 넘어가고 마는 박기영처럼. 권혁주(곽도원 분)와 유강미(이연희 분) 또한 바로 눈에 보이는 모습에 속아 전재욱(장현성 분)을 의심한다. 신경주(최정우 분)의 수사국장이라고 하는 직위와 전재욱의 선배라고 하는 신분이 그의 안전을 보장한다. 조현민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은 역설적이게도 온라인에서의 네트워크가 아닌 현실의 네트워크인 셈이다. 거짓과 기만이 그곳에 숨쉰다. 그것은 김우현이 닿지 못하는 곳이다. 그곳에 닿을 수 있는 주문도 다름아닌 온라인에 있다.

프로그램이 사람을 0과 1로 정의한 것이 아니다. 조현민이다. 그가 정의하고 그것을 프로그램에 입력한다. 그가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프로그램은 누구의 편도 아닌 중립에 있다. 김우현이 다른 정의를 내린다면 그에 따른다. 조현민을 쫓는다. 조현민이 다시 김우현을 쫓아 김우현이 아닌 박기영을 만난다. 마지막에 조현민이 선택한 것도 직접 박기영을 만나는 것이다. 비로소 대등한 위치에서 박기영을 본다. 박기영은 그의 프로그램 바깥에 있다.

의도가 너무 앞섰다고 할 수 있다. 주가가 떨어졌다고 강윤우는 자살할 것인가? 그렇다면 주가를 어떻게 떨어지도록 만들 것인가? 떨어질 주식을 사도록 유도하고, 산 주식이 떨어지도록 시장을 움직이고, 복잡하다. 네트워크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만한 힘이 있다. 준비가 필요하다. 그 면밀함이 부족하다. 임치현이 피습당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보다 확실하게 칼로 찌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네트워크의 규칙을 알았다. 그 규칙으로 각 단말로부터 정보를 취합했다. 그러나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세상을 이루는 프로그램을 이해해야 한다. 컴퓨터만 보고 있으니 계획도 허술하다. 죽은 사람이나 죽인 범인이나 운이 좋았을 뿐이다. 컴퓨터의 네트워크는 알지만 현실의 네트워크는 모른다. 바로 거기에서 파탄이 일어나게 될까?

결국 사람이 단위가 되는 것은 진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객체가 되고 마는 이유는 익명이기 때문이다. 익명에 가려진 채 단면만을 보이며 그것이 전부가 된다. 더 깊이 들어간다면 주체가 되고 입체가 된다. 그때서야 세상의 프로그램이 적용된다. 그렇게 이해한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은 컴퓨터가 만들어지기 훨씬 전부터 존재해 왔었다. 사람이 있는 곳에 네트워크는 있다.

권혁주가 박기영에게 마음을 연다. 박기영도 권혁주에게 마음을 연다. 친구가 된다. 변상우(임지규 분)는 유강미에 대해 조금 더 뻔뻔해진다. 컴퓨터의 네트워크도 고도화되지만 사람의 네트워크도 고도화된다. 조금 한가하기도 하다. 긴장을 예고한다. 박기영과 조현민, 그들의 만남이 내놓을 결론에 주목한다. 그들은 처음부터 적이었다.

흥미로웠다. 그리고 혼란스러웠다. 어딘가 모순된다. 조현민의 말이 너무 넘쳤던 때문이다. 컴퓨터도 아니었고, 네트워크라는 것이 컴퓨터와 함께 생겨난 것도 아니다. 조현민의 힘이 네트워크에서만 나오는 것도 아니다. 오프라인이 어쩌면 더 중요하고 비중있다. 욕심이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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