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7.19 09:43

유령 "사이버라고 하는 마법, 마왕의 음모가 너무 쉽게 풀리다!"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다른 세계의 문법, 흥미롭다.

▲ 사진='유령' 포스터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마법이란 원래 진실된 지식이었다. 이 세계에는 이 세계를 이루는 거대한 비밀이 감추어져 있다. 누구로부터 창조되었고, 언제 어떻게 멸망할 것이며,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가? 그 비밀을 만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다면 무한한 힘을 지니게 되리라.

부처가 깨달음을 얻고 신을 뛰어넘는 이능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 그런 예일 것이다. 도교의 도사들도 명상과 수행을 통해 힘을 얻고 그것으로 이적을 행한다. 중세 기독교에서도 개인의 고행과 수양을 중요시여기던 종파가 있었다. 신의 비밀을 엿본다. 성직자란 그래서 마법을 쓰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직업 가운데 하나였다.

사이버세계는 0과 1로 이루어진 어떤 논리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그 법칙만 안다면 얼마든지 세계를 창조하고 멸망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세계에 간섭해 교란하고 직접 조종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진리를 뜻하는 단어 'emet'으로 골렘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다시 죽음을 뜻하는 'met'으로써 골렘을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과 같다.

살아 있다고 명령하면 살아있으며 죽었다고 명령하면 죽는다. 인간이 진리에 접근하는 것도, 그것을 이해하는 것도, 다시 세계에 적용하는 것도 모두 언어의 힘을 비는 것이다. 사이버세계에는 사이버세계의 언어가 있고, 그 언어를 이해하는 이가 사이버세계에 자신의 의지를 구현한다. 세상을 창조하고 다시 파괴한다. 그는 신이다.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마법사다.

바로 김우현(소지섭 분)과 조현민(엄기준 분)의 싸움일 것이다. 정확히 사이버수사 1팀과 국제해커그룹 '대형'과의 싸움일 것이다. 그들은 사이버세계의 언어를 이해한다. 세계의 원리와 법칙을 이해한다. 그것을 자신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 누가 더 능숙한가? 아무도 볼 수 없는 은밀한 이면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며 사이버세계와 연결된 현실에서 그들에 의한 이적이 일어난다.

나름대로 치밀하게 꾸민 음모였을 것이다. 염재희를 도청하는데 사용한 USB를 이용해 검찰을 도청했다는 혐의를 씌운다. 염재희를 도청한 내용은 검찰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까지 불법으로 도청했다는 의혹의 증거가 된다. 빠져나갈 곳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이 2회도 가지 않고 바로 단번에 한꺼번에 해결되고 만다. 디도스 공격으로 조현민이 소유한 세강 세이프텍의 내부를 교란시키고 그 틈을 이용 회사 내부를 감시한 CCTV동영상을 빼낸다. 그리고 그 김에 백신업데이트서버에 추적프로그램을 침투시켜 대형이 암약하는 장소까지 알아낸다. 계략을 꾸미는데 들어간 시간과 노력에 비해 허무할 정도로 빠를 결말이다.

마법이다. 말 그대로 마법사가 마법을 쓰는 것이다. 마법을 써서 서로를 교란하고, 위치를 추적하고, 감추어진 진실을 찾아낸다. 마법이란 또한 기적이기도 하다. 단단한 적의 성벽을 허물고, 수많은 사람들을 거뜬히 속이고, 그 안에 은밀하게 감추어진 것을 꺼내어 돌아온다. 권혁주(곽도원 분)는 탱커다. 가장 앞에서 모든 공격을 몸으로 받아낸다. 실제 공격을 가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닿지 않는 곳까지 치명적인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마법사다. 김우현이다. 이번에는 이태균(지오 분)까지 조공으로 가담했다. 변상우(임지규 분)는 도적이었을 것이다. 마왕의 음모는 그렇게 한 순간에 수포로 돌아간다. 그 위치까지 들키려 한다.

실재하는 세계가 아니다. 그러나 가장 진실한 세계다. 가장 진실한 언어로 이루어진 세계다. 그 세계의 언어를 이해한다. 원리를 이해하고 법칙을 이해한다. 진실이 현실이 된다. 마법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마법이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잠수함이 바다밑을 헤치고, 우주선이 먼 우주까지 날아가듯.

그래서 자칫 지루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또한 화려하기도 하다. 그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지루하고, 그래서 그 이해하지 못하는 장면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꾸미기에 화려하다. 다만 사이버세계에서의 부딪힘을 구제척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없어 그것이 무척 아쉽다. CG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을 것이다. 대신 인물들이 실제 딛고 살아가는 현실의 부딪힘으로 긴장을 더한다. 그들은 사이버수사 1팀이다. 경찰이다. 경찰은 예나 지금이나 몸으로 뛴다. 스릴러에 어울리는 긴장감있는 연출이라 하겠다.

아무튼 직장내에 이연희와 같은 동료가 있다면 변상우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꾸 눈이 가고 관심이 간다. 굳이 이성적인 관심이 아니어도 좋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자체로 좋은 것이다. 권혁주와 함께 아이돌의 콘서트도 찾는다. 권혁주도 의외로 귀여운 데가 많다.

조현민의 위기다. 계속된 실패다. 역공을 노리고 전재욱(장현성 분)의 뒤를 캐려던 것이 도리여 대형의 존재를 들키는 빌미를 주고 말았다. 가장 영광의 순간에 가장 치명적인 위기가 찾아온다. 그것이 정의의 승리일 테지만 쉽게 쓰러져서는 안된다. 그는 마왕이다.

흥미롭다. 이것은 역시 또다른 세계를 다루는 새로운 문법일 것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세계가 존재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네트워크와 현실. 하지만 우리는 현실을 살아간다. 현실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그 또한 마법일 것이다.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다. 좋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