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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사랑> "사랑이라는 운명과 기적"
사랑스러운 공효진...
2011년 05월 06일 (금) 07: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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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사랑은 운명이며, 운명은 기적이다. 로맨틱 코미디가 유쾌한 이유일 것이다. 낙천이 있고 긍정이 있다. 어느 순간에도 사랑의 기적을, 행복을 믿는 믿음이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마침내 서로 엇갈리지 않고 살아 부부가 되었다. 평생을 함께 부부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다. 그들은 그 일에 대해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을까? 비장했을까? 슬펐을까? 처절했을까? 아니면 그 순간조차 행복하고 아름다웠을까?

서로의 만남은 기적이고, 서로 원수의 집안에서 태어난 것조차 운명이 예정한 것이다. 밤늦게 창을 통해 들어가 서로 부부가 되고, 사랑을 이루기 위해 죽음마저 가장하고. 지금이 행복하다면 그 동안의 과정이야 그를 위한 필연이 아니겠는가.

구애정(공효진 분)에 의해서 자신이 피터 감독에게 와인을 뇌물로 건네면서까지 배역을 따내려 했음이 드러나고, 그것을 따져 물으려는데 접촉사고가 나면서 아직 잡히지 않은 다른 스케줄을 핑계대려던 것이 자연스럽게 사고로 인한 부상이라는 명분이 주어진다.

하지만 뉴스를 보고 피터 감독은 독고진(차승원 분)에게 다시 한 번 연락을 해 오고, 그때 독고진은 발목녀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국민비호감이 되어 버린 구애정에게 온정을 베풀다가 그만 아직 발표하지도 않았던 골절을 가장했던 것이 공식적으로 알려지면서 마지막 기회마저 잃는다. 사자성어로 정의하자면 새옹지마랄까? 그래서 기회를 잃고 나니 동정여론에 힘입어 졸작이라 여겨지던 ‘독고진의 파이터’라는 영화마저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공교로울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구애정은 독고진에게, 독고진은 구애정에게 더욱 깊숙이 파고들게 된다.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였던 두 사람이 점차 서로에게 다가가며 서로의 운명에 얽히게 된다. 우연이 필연이 되고 필연은 기적이 된다. 기적은 운명을 위한 증거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어지간한 작위나 억지가 당연하다는 듯 통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운명이란 그 자체가 작위일 테니까. 기적이란 억지다. 모든 것은 사랑을 위한 과정이며 필연이다. 그런 과정들이 있었기에 사랑은 이루어진 것이며 더욱 깊어질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영원할 수 있는 것이다. 때로 그것은 허황되고 말이 되지 않지만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들마저 용서될 수 있는 것이다.

접촉사고로 인해 독고진은 헐리우드 진출이 좌절된 것을 체면 구기지 않고도 해명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고, 사고의 진실에 대해 알고 있는 구애정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가 독고진의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인기예능프로그램인 ‘커플메이킹’에 출연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면서 마주치게 되는 한의사 윤필주(윤계상 분)와 과거 함께 국보소녀로 활동하던 강세리(유인나 분). 윤필주와의 어쩌면 진부하기까지 한 만남과 오해는 두 사람의 앞으로의 관계와 발전을 기대하게 만든다. 강세리 또한 윤필주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것 같고, 윤필주는 구애정의 존재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고 강세리의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그러나 그것이 운명이고 기적이라면 그런 우연들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필연이다.

다만 전제가 있다.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의 가장 큰 차이. 멜로라 하더라도 엔딩은 해피엔드일 수 있다.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심각하거나 진지한 이야기들이 중첩된다면. 독고진이 사고를 당하고, 그로 인해 활동에 지장을 받고, 심지어 영화마저 실패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과연 웃을 수 있는 이야기이겠는가? 그런 비극이 심화되는 데서도 해피엔드를 찾을 수 있다면 멜로일 테고, 순간순간 심각해지고 진지해지다가도 다시 웃을 수 있다면 로맨틱 코미디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반전은 우연에 의한 헤프닝에 반드시 따라오는 것이다. 우울해질 수 있는 틈을 주지 않는 것, 구애정이 과거 아이돌 시절의 매니저와 그 매니저가 이끄는 후배 아이돌들에 의해 무시당하고 모욕당한 끝에 눈물을 흘리는 그 순간에조차 드라마는 독고진의 두근거리는 심장 CG를 통해 심각함을 걷어버린다.

거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진부하다 할 정도로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밟고 있는 드라마다. 중간중간 감각적인 연출이나 구성들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역시 우연과 오해, 헤프닝이라고 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충실히 밟고 있다.

그럼에도 진부한 듯 전혀 지루함을 느낄 사이조차 없는 것은 그만큼 맛깔나게 장면장면을 다듬어낸 제작진의 역량일 거시다. 더불어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고 충분히 이입할 수 잇는 매력과 개성을 부여한 배우들의 역량일 것이다. 억척스러우면서도 낙천적인 구애정과 위악적이면서도 어딘가 허술한 독고진의 캐릭터가 그렇다. 마치 자신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이는 공효진이나, 아니 차승원의 오버스런 연기조차 독고진의 캐릭터와 제대로 일치된다. 마치 공효진이 구애정 같고, 독고진이 차승원 같이 잘 어우러지고 있다.

아쉽다면 강세리를 연기하고 있는 유인나일 텐데, 강세리의 캐릭터가 악역이라는 사실을 기사를 보고서야 처음 알았다. 발성에 문제가 있다. 악역이 어려운 것은 악역이 보여주는 ‘악’이란 인간의 본질적 본성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만큼 악역에는 깊이가 필요하다. 그런데 유인나는 어떻게 해도 표정과 발성이 가볍기만 하다. 마치 어린 아이가 떼를 쓰고 투정을 부리는 느낌?

윤계상의 연기는 잘 모르겠다. 아직 그렇게 분량이 없다. 다만 순수하면서도 외골수적인 윤필주의 캐릭터를 잘 형상화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선량하게만 보이는 웃음이 마치 윤계상 자신인 것 같다. 착하고 성실하게만 보이는 캐릭터가 답답하게 보일 만도 하려만 가지고 있는 자신의 매력으로 그것을 충분히 커버한다. 차승원과 겨루며 독고진과 구애정, 강세리가 복잡하게 얽히는 관계의 한 부분을 맡아 연기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연기이든 아니면 그것이 전부이든 지금으로서는 합격점 이상이다. 잘 하고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라면 역시 독고진이 사고로 입원했을 때 한류배우 독고진의 헐리우드 진출을 막은 발목녀로써 온갖 비난을 듣고 있던 구애정이 독고진의 병실로 잠입해 가는 장면이었다. 배경음악까지 어우러지며 그 자체가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지 않았는가. 예비역의 허풍처럼. 그때는 그랬었다. 공효진의 능청스런 연기와 제작진의 치밀한 계산이 크지는 않지만 제대로 웃을 수 있는 명장면을 만들었다. 울고 있는 구애정을 보며 심장이 두근거리는 독고진의 심장CG도 역시 유쾌하게 두 사람의 관계를 기대하게 만드는 멋진 장면 가운데 하나였다. 제작진의 감각과 노력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부분이었다.

다만 그러나 한 가지 거슬리는 부분이라면 지금까지 독고진과 구애정과의 관계가 상당히 일방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설마 그같은 상투적인 구성일까?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사랑만은 갖지 못한 남자와 아무 것도 가진 것은 없지만 진실만은 가지고 있는 여자.

혹은 그 반대의 경우로 물질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다. 거의 현재상태로는 구애정이 현실적으로 독고진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받고 있는 중이다. 독고진이 구애정으로부터 얻는 것은 의도하지 않은 몇 번의 도움을 제외하고는 그저 자신도 알지 못하는 두근거림. 물론 이런 상태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윤필주마저 구애정을 구원하는 왕자님 캐릭터로 나타나지는 않기만을 진심으로 바라는 바다. 그런 설정은 20세기에나 쓰이던 것이다. 21세기임을 잊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간만에 웃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로맨틱 코미디였다. 진부할 정도로 정석을 밟으면서도 그런 만큼 재미도 확실한. 배우들의 연기는 제작진의 노력과 어우러져 눈을 떼지 못하게 끊임없이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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