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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7.18 09:49

골든타임 "이민우의 선택, 최인혁 교수님 목은 날아가도 그만이야?"

사람인가? 의사인가? 의사의 존재에 대해 묻다.

▲ 사진='골든타임' 포스터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최인혁 교수님 목은 날아가도 그만이야?"

세상에 사람 목숨보다 귀한 게 없다고 말한다. 물론 거짓말이다. 사람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다. 이를테면 돈, 권력, 명예, 자존심, 인간관계, 혹은 사랑.

아이가 위독하다. 당장 생명이 경각에 달렸다.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강재인(황정음 분)은 아이를 살리려 최인혁(이성민 분)에게 전화를 걸려는 이민우(이선균 분)를 말리며 이같이 말한다. 자칫 아이를 살리려 수술이라도 했다가는 최인혁 교수는 잘리게 될 거라고.

머리가 너무 좋다. 그리고 생각이 너무 많다. 이민우는 그에 비하면 어수룩한 데가 있다. 어눌하고 순진하다. 의사로서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한 가지 말고는 아무것도 모른다. 바보다. 의외로 이민우와 최인혁이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최인혁 역시 그 사실을 알면서도 바로 응급실로 달려와 아이의 처치를 돕는다.

확실히 캐릭터가 바뀌었다. 아니 원래 강재인은 영리한 캐릭터였을 것이다. 단지 방선우(송유하 분) 앞에서만 바보가 된다. 방선우가 위독할 때는 각 과를 돌아다니며 의사를 불러모으는데 열심이더니 정작 모르는 아이가 아프다 하니 이미 익숙한 최인혁의 안위부터 챙기려 든다. 어디론가 부지런히 뛰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최인혁이 도착하는 것보다는 당연히 늦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는 최인혁을 위해 그것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인간이 정치를 하는 이유다. 정치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정의다. 나는 누구인가? 너는 누구인가? 그리고 우리는 누구인가? 서로에게 존재로써 각인되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간다. 강재인에게 최인혁이란 어떤 의미인가? 그러나 최소한 누워 있는 아이보다는 위에 있다. 외과장 김민준(엄효섭 분)이 최인혁을 쫓아내지 못해 안달하는 이유다.

서로 티격태격하더라도 김민준과 정형외과장 황세헌(이기영 분)과는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평소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다툴 땐 다투더라도 여유가 있을 때는 포커를 하며 함께 어울리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이다. 굳이 병원이 아니더라도 그런 식으로 사람은 서로를 인지하고 인식하고 의식하며 살아가게 된다. 다만 문제라면 그들은 다름아닌 의사이고,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개인의 사정이 의사로서의 사명에 우선하는가?

하기는 이미 그에 대한 메시지를 드라마는 건넨 바 있다. 이민우가 끝내 살리지 못한 어린 소녀에 대해서.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여러가지 다양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의사다. 사람을 치료하는 사람이다. 사람을 살리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다. 살려달라고 찾아온 환자와 가족에게 그것을 변명처럼 늘어놓을 수 있겠는가? 그것을 납득시킬 수 있겠는가?

하지만 사람이다. 의사라는 직업 또한 사람이기에 갖게 되는 직업일 것이다.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지 않는다면 굳이 남을 치료하고 살리는 것으로 자신의 직업으로 삼을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사람을 살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정이나 이유가 의사에게 있을 수 있는가? 오히려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속물적인 의사들의 모습에서 그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적극적이던 강재인의 그같은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냉정한 모습은 그같은 본질에 대한 물음에 다가선다.

의사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사람이 아니다. 최소한 환자는 의사가 사람이 아니기를 바란다. 대상화한다. 사물화한다. 의사가 갖는 공적 책임은 그같은 환자와 가족의 요구에 응해주는 것일 게다. 최소한 환자와 가족 앞에서 의사로서 자신을 연기할 줄 알아야 한다. 강재인이 보여주는 의사가 인간으로서의 의사라면, 이민우가 보여주는 의사는 이상화된 대상으로서의 의사일 것이다. 최인혁과 마찬가지로 환자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순수한 열정과 의지의 존재. 이민우에게 부족한 것은 다름아닌 기술과 경험일 것이다.

사람들이 영웅물에 빠져드는 이유일 것이다. 대상을 원한다. 이상화된 자신의 욕망을 투사할 객체를 원한다. 영웅이란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더라도 영웅이 되는 순간 그는 사람이 아니게 된다. 초월적인 존재는 항상 대중으로부터 우러름을 받거나 따돌려진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 어울리지 못하고 항상 겉돌게 된다. 영리하지 못한 최인혁과 같은 캐릭터는 그래서 허구의 세계에서 그다지 드물지 않다. 가장 환영받는 캐릭터가 그런 캐릭터다. 당사자는 죽을 맛이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목줄을 옭죄려 한다.

계산들이 많다. 생각들이 많다. 속물적이다. 인간적으로 친근하다. 왁자한 것이 한 바탕 유쾌하기까지 하다. 서울대까지 나와서 자기네 뭐하러 왔느냐고 태연히 디스도 한다. 그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지만 사람의 생명이란 그보다 더 위험하고 간절하다. 아슬아슬한 선 위에 있다. 그 위화감이 드라마를 만든다. 저돌적인 바보와 영리한 사람들 사이에서.

영웅이 세상을 구하는가? 세상이 영웅을 구하는가? 그보다 어째서 영웅은 영웅이라 불리는가? 모두가 스파이더맨이라면 스파이더맨을 영웅이라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민우와 같은 바보가 주인공이 된다. 바보란 항상 드물기에 바보라 불리는 것이다.

어수룩함이 이제는 유쾌함으로 다가온다. 강재인의 캐릭터에도 반전은 필요하다. 어딘가 부지런히 뛰어가고 있다. 그녀 또한 생명의 소중함을 안다. 머리가 조금 더 좋을 뿐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특히 뻘쭘하게 주위를 살피는 이민우에게서.

강재인에게 방선우의 양다리를 들키지 않으려 이민우와 최인혁이 펼치는 합동작전이 인상적이다. 진지한 가운데 유쾌하게 웃을 수 있다. 한 번도 손을 맞춰 본 적이 없는데 짠 듯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물론 드라마다. 진지한 이야기는 웃음 속에 감춘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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