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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7.05.04 13:28

[리뷰]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오래 간만에 보는 韓영화의 힘

별 볼일 없던 예고편, 막상 영화는 대박!..장르, 선악 경계 허물어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18일 개봉하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진부한 예고편을 보다 영화를 보면 놀라움과 경이로움 그 자체다. "스타일리시한 웰메이드"라는 말도 부족하다. 장르는 물론, 심지어 이 시대가 품었던 선악 구조마저 무자비하게 파괴한다. 다시 쓰자면, 이 영화는 선악이 없다.

이 작품을 보면, 배우 설경구 특유의 발성과 캐릭터가 허무하게 깨져있고, 그 뒤로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가졌는지 알 수 없는 한재호라는 惡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 극중 한재호와 대립 관계라고 여겼던 현수(임시완)는 어떤가. 교도소에서 한재호를 만난 인연으로 기업형 범죄 조직에 입문한 이 위인은 영화 막판까지 선악의 경계를 넘나든다.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어..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오프닝부터 시선을 끈다. '아저씨'에서 악역 제대로 해낸 배우 김성오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재호(설경구)가 현수에게 건낸 대사 한마디가 '불한당'의 폐부를 찌른다.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어" 이 영화가 지닌 모호한 경계, 그것을 파괴하는 지점이다. 동물의 왕국과 인간사회가 혼연일체는 커녕,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 걸 대사 한 마디로 정리했다.  

간략한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기업형 범죄조직의 수장 강병철(이경영), 그뒤를 졸졸 따라 다니며 떡고물을 줏어먹는 강병갑(김희원)은 혈육관계다. 교도소와 조직을 하나로 인식하는 한재호(설경구)는 굴러 들어온 돌. 흥미로운 건 이 캐릭터가 범죄형 사이코패스인지 한 인간인지 구분이 안된다.

다시 쓰자면, 영화속 한재호가 살고 있는 세상은 민족의식과 정치 체계가 서있는 인간 사회가 아니라 동물과 곤충이 번식하는 생태계로 보면 맞다. 그러니 인간처럼 느낄 필요가 없고, 연민의 정을 가질 이유도 없다. 덧붙여 이런 것들을 두고 국가와 사회의 법 테두리에서 허용된 공권력으로 제압하려는 경찰청 천 팀장(전혜진)은 혹독한 희생을 각오하고 이들과 한 판 게임을 벌인다.

▲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인간 아닌 살모사의 삶을 그렸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은 한국 범죄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비주얼과 촘촘한 스토리를 담아냈다. 심지어 영상과 사운드 디자인, 무대세트, 의상을 포함한 미장센이 관객의 눈과 귀를 공포에 떨게 만들고 소름마저 끼치는 세상으로 이끈다. 그런데도 내러티브가 유지된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혹자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놓고 홍콩 느와르의 부활을 알린 '무간도'시리즈와 비교하고, 무간도를 재구성한 '디파티드'(2006), '신세계'(2012)를 애써 연결지으려고 했다. 물론 포탈에 공개된 예고편과 줄거리로 미리 예단했다면 그렇게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는 5월 18일 이 영화를 보게 될 관객들의 다양한 후기와 입소문은 비교할 대상과 연결할 작품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없던 스타일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70회 칸 영화제에 초청된 것이 아닐까.

한편 오늘날 정치, 사회, 모든 분야를 보면 동물의 왕국과 인간 세계를 구분하기는 커녕, 납득조차 안되는 잔혹한 사건과 사고가 매일 터진다. 하물며 러닝타임 120분 동안 영화 관객을 구석까지 몰고갈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죽일 殺(살), 어미 모母(모), 뱀 蛇(사)를 담은 살모사의 뜻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게 만든다. 정말 끔찍하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제작 바른손-CJ Ent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한국영화의 전성기로 평가 받는 2003년과 04년의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개봉일은 5월 18일. 청소년관람불가.

▲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티저포스터(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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