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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7.12 08:53

유령 "층층이 합정과 트릭, 마침내 유령이 유령을 쫓다!"

넌 경찰 아냐? 김우현이지만 김우현이 아닌 역설을 보다.

▲ 사진='유령' 포스터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첩첩이란 바로 이런 경우 쓰라고 있는 단어일 것이다. 이중삼중의 함정을 팠다. 한영석(권해효 분) 형사는 그 시작이었다. 조현민(엄기준 분)과의 의심스러운 만남 이후 한영석이야 말로 경찰내 배신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었다. 그러나 한영석은 바로 다음회 의문의 죽음을 당하며 또다른 배신자의 존재를 예고하고 있었다.

한영석이 죽은 것은 그가 남상원의 노트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살인사건의 유력한 증거인 남상원의 노트북을 한영석이 찾아낸 것을 알고 조현민이 그것을 빼앗고자 한영석마저 죽이고 만 것이었다. 당시 한영석이 남상원의 노트북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 역시 마찬가지로 남상원의 노트북을 쫓고 있던 김우현(소지섭 분)과 유강미(이연희 분), 그리고 죽기 직전 한영석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은 권혁주(곽도원 분) 뿐이었다.

아니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정확히 네 사람이었다. 한영석이 전화를 걸어 노트북의 조작법을 물었던 이태균(지오 분)과 이태균의 통화내용을 옆에서 듣고 있었던 변상우(임지규 분), 강응진(백승현 분), 이혜람(배민희 분), 이 네 사람이었다. 이 가운데 어쩌면 조현민에게 한영석이 남상원의 노트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전한 배신자가 있다. 그로 인해 한영석이 죽었고, 조현민의 의도대로 경찰이 농락당하고 있다. 과연 누구일까? 이 네 명 가운데 조현민과 결탁한 배신자는?

처음 용의선상에 오른 것은 다름아닌 이태균이었다. 당연했다. 한영석과 통화를 한 당사자도 이태균이었고, 염재희(정문성 분)가 죽던 순간에도 그 자리에 이태균이 있었다. 염재희가 죽고 염재희를 지키던 경찰관에게서 이태균이 혼자서 염재희와 만났다는 사실을 듣게 된 순간에도 이태균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마치 살인을 저지르고 미처 사람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재빨리 도망쳐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이태균을 찾아나서는 김우현과 권혁주에게서도 긴장감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김우현과 권혁주가 이태균을 찾아나선 그 순간 유강미의 눈에는 뻘쭘이 서있는 이태균의 앞에서 혼자서 발작하며 죽어가는 염재희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이태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염재희 혼자서 발작하다가 쓰러져 죽었다. 이태균은 아니다.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태균에 대한 의혹이 사라질 때 쯤 변상우가 나타났다. 하기는 그동안에도 의심의 눈으로 보자면 얼마든지 수상쩍게 여겨질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가 바로 변상우였다. 더구나 염재희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약병이 들어 있던 가방을 바로 직전에 조사한 이가 다름아닌 그 변상우였다. 하필 사이버수사팀 요원들의 증언으로도 변상우는 USB가 있던 권혁주의 사무실에 들어간 적이 있는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거의 확실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에서 제작진에 낚이고 말았을 것이다. 이쯤되면 변상우가 조현민과 결탁한 경찰내 배신자인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그것이 함정이었다. 스릴러의 공식이다. 가장 확실해 보이는 그가 가장 멀다. 가장 의심해야 하는 것은 가장 의심이 가지 않는 상대. 의심스럽다면 다시 한 번 의심해봐야 한다. 존재감이 없었다. 그저 스치고 지나가는 흔한 수많은 단역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였다. 그래서 더 의심해야 했을 것이다. 강응진이거나, 아니면 이혜람이거나. 태연하게 권혁주와 스치고 지나가서는 어느새 필사적으로 증거를 인멸하려 한다.

물론 이것이 끝은 아닐 것이다. 권혁주도 어느새 전재욱(장현성 분) 국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조현민의 뜻대로 경찰을 움직였다. 남상원의 죽음을 재조사하고 조재민(이재윤 분)을 용의자로 체포함으로써 조현민이 의도한대로 그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조현민의 작은아버지이기도 한 조경신(명계남 분) 회장과의 싸움이 첨예한 극단을 달리고 있다. 마침내 절대권력의 조경신 회장의 입에서 나온 자신의 해임안을 중역회의에서 부결시키고 있었다.

조현민이 과거 국제해커그룹까지 동원해가며 일부러 한국전력을 해킹하고자 시도했던 이유였다. 전사회적인 해킹사건을 통해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그를 이용해 자신이 소유한 세이프텍으로 하여금 세강그룹 내의 모든 것을 한 눈에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그리고 그렇게 확보한 정보를 활용해 조경신의 수족과 다름없는 중역들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도록 만든다. 조경신은 고립되고 마침내 그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이 회장의 자리에 앉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경신을 끌어내리기 위해서다. 어쩌면 뒤에 숨은 더 큰 뜻이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증거가 사라졌다. 신효정이 가지고 있던 동영상파일도, 남상원의 노트북도, 한영석이 백업해둔 카피본도, 마지막 그의 하수인이 남아 있는 증거마저 지우고 있다. 과연 유령과도 같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려는 그를 김우현과 권혁주 등은 뒤쫓아 잡을 수 있겠는가? 강응진 역시 조현민의 하수인으로 오랫동안 암약해 온 만큼 그렇게 만만한 인물은 아닐 것이다.

역설이다. 경찰청 특수수사대가 나서며 염재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조현민이 의도한대로 묻혀버리려는 것처럼 보이자 김우현이 말한다.

"내가 이래서 경찰을 안 믿는다니까!"

그리고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권혁주가 목소리를 높인다.

"이게 말이면 다 하는 줄 아나? 넌 경찰 아냐?"

당연히 아니다. 김우현은 경찰이지만 박기영은 아니다. 비록 김우현의 이름을 쓰고, 김우현의 겉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지금 김우현이라 불리고 있는 그는 원래는 박기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해커였다. 한때 하데스로 불리던. 신효정의 살해용의자로 경찰에 쫓기고 있었다. 단지 김우현의 이름을 쓰고, 김우현의 겉모습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신분마저 김우현의 경찰신분을 대신해 쓰고 있을 뿐이다.

경찰이 아니다. 그런데 경찰로 위장하고 있다. 그것을 유강미는 도왔다. 권혁주는 방조하고 있다. 진정 경찰내 스파이를 찾는다면, 그리고 그 협력자를 잡으려 한다면, 경찰도 아니면서 김우현으로 행세하고 있는 박기영이나,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돕거나 묵인하고 있는 유강미와 권혁주 또한 그 대상이지 않을까? 유령이 유령을 쫓는다. 스파이가 스파이를 쫓는다. 배신자가 배신자를 쫓는다. 아무리 그래도 박기영은 김우현이 될 수 없다. 해커가 경찰이 될 수는 없다.

긴장이 고조된다. 마침내 강응진까지 밝혀졌다. 그 뒤에 더 큰 존재가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먼저 강응진이 꼼짝 못 하도록 그가 가지고 있는 증거부터 확보해야 한다. 증거를 폐기하려는 강응진과 그것을 저지해야 하는 김우현과 권혁주, 조현민의 조경신에 대한 싸움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그 뒤에도 더 큰 그림이 그려져 있을 것이다. 음모는 커지고 진실을 치열해진다. 피비린내가 난다.

하나의 고비를 넘기기가 이렇게 힘들다. 결국 어렵사리 큰 희생까지 치르고 경찰내 배신자의 존재를 밝혀냈다. 이제 조현민의 정체를 밝혀내야 한다. 이미 드러난 조현민의 정체를 밝혀내지 않으면 안된다. 스릴러 드라마의 진수를 보고 있을 것이다. 한 순간에 압축하듯 층층이 함정을 만들고, 모든 비밀이 밝혀졌을 때 또다른 더 거대한 미로를 만든다.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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