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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 예능과 교양의 갈림길에 선 TV 속 강의 프로그램
명견만리, 어쩌다 어른, 차이나는 클라스가 가야 할 길
2017년 04월 22일 (토) 12: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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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니스트 messiah21th@gmail.com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솔직히 말해 국내 상당수 대학의 강의실에서 학생들의 열정이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학교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힘겹게 공부하는 학생들도 유명 강사들이 진행하는 대중강의에는 그 누구보다 열광한다. 학생들의 페이스북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글이나 콘텐츠 역시 대중강의에서 전파된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이다. 이미 온라인 공간을 포함, 대중강의 시장은 연 수천억에서 1조에 가까운 시장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과거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 모 대학 교수 또는 유명 강사의 1회 강의료는 1,00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대중은 강연에 열광할까? 기본적으로 대학에서 진행하는 강의는 학문 탐구를 전제로 하다 보니 재미를 발견하기 힘들다. 정확한 알고리즘과 연산에 의해 정답을 도출하는 자연과학, 공학 분야는 일단 이해하기 어렵고 법학은 용어 자체가 딱딱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공감을 느끼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대중은 현실적으로 쉽게 느낄 수 있는 그리고 사람과 세상의 가치와 지혜를 제공하는 인문학, 사회과학 영역에 빠져들게 된다. 고교나 대학에서 주요 이론, 교과서적 지식을 바탕으로 딱딱하게 가르치는 것과 달리 대중강연은 청중과의 공감을 바탕으로 보다 쉽게 내용을 전개하다 보니 더 많은 이들이 현재 대중강연에 열광하고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대학 및 기업체 등에서 주로 진행되던 오프라인 속 대중강의가 본격적으로 TV 매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미 KBS의 <명견만리>, tvN의 <어쩌다 어른>은 20대~40대층에서 마니아 시청자 그룹을 탄탄하게 형성하고 있다. 이 기세에 힘입어 JTBC 역시 유시민 작가를 시작으로 <차이나는 클라스>라는 프로그램을 신설하여 대중강의를 교양과 예능의 영역으로 밀어 넣었다. 평소 독서하기 힘든 환경에 놓여 있는 직장인, 그리고 지루한 강의로 인해 흥미를 잃어버린 대학생 계층에서 각광을 받기 시작한 해당 프로그램들은 평생 교육이라는 테두리 속에 끊임없이 학습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는 모든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현재 받고 있다.

   
▲ 차이나는 클라스 ⓒJTBC

필자 역시 주요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강의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시청하는 편이다. 교수가 아니더라도 현실에 관한 다양한 안목과 세상에 관한 통찰력을 때로는 전문강사들에게서 배울 수 있고 또 다른 영역의 참신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딱딱하고 어려운 이론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례와 현상을 통해 더 많은 대중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강의 프로그램은 시청률에 상관없이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대학교에서 실현해야 할 집단지성을 방송사가 강의 프로그램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면 이 역시 방송사의 교양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는 공유가치 창출이기 때문이다.

TV 강의를 통해 가장 많이 알려진 이는 다름아닌 안철수 전 카이스트 교수였다. 대중은 안철수 의원이 <무릎팍도사>를 통해 유명해졌다고 알고 있지만 이미 안철수 당시 교수는 TV에서 다양한 강의를 통해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상당한 호감과 전문성을 인정받던 인물이었다. 안철수 교수가 TV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가정신, 경영 교육의 필요성, 국내 창업의 척박함을 알기 쉬운 사례로 설명하며 많은 시청자 그룹을 확보하자 유명 강사들뿐만 아니라 제작진 역시 TV 강의의 필요성 및 틈새 시장을 확인,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교양/예능 강의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긍정적인 기능을 여러 측면에서 제공하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첫째, 강의 프로그램의 목적이 보다 분명해야 한다. 쉽게 말해 교양을 추구해야 할 것인지, 예능을 추구해야 할 것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KBS의 <명견만리> 등은 확실히 지향해야 할 방향을 교양에 포커스를 두고 있지만 기타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교양에 방점을 찍고 있는지 예능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지 모호하다. 그렇다 보니 출연하는 강사들은 정확한 콘텐츠를 전달하는 데 노력하기 보다 조금 더 높은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거나 유쾌함과 재미만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자충수를 둔다. 필자 역시 강의나 교육에 있어 재미 또는 유쾌함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재미만을 추구하다 보면 프로그램의 핵심 목적인 교양은 사라지고 예능만 기억에 남는 경우가 발생한다. 재미를 추구하면서 지혜라는 소중한 가치가 희석되어서는 곤란하다.

둘째, 출연진의 중복 및 전문성의 부재가 여전히 아쉽다. 간혹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학문적으로 연구되지 않은 사항을 강사들이 단정지어 주장하거나 학문적으로 이미 규명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전혀 다른 얘기를 쏟아내는 경우가 많다. 여전히 일부 강의에서는 ‘좌뇌형 사고와 우뇌형 사고를 얘기하고 있고 긍정적인 감정이 부정적인 감정보다 언제나 좋다’고 하는 등 학문적으로 전혀 사실이 아닌 얘기를 진실처럼 퍼뜨리고 있다. 또는 학문적 전문성이 부족한 한 명의 강사가 미래 산업, 정의, 경제, 한국사회 등 기술경영, 정치철학, 경제학, 사회학 등을 모두 포괄해서 강의하고 있다. 전문성이 부재된 콘텐츠의 전달은 집단지성이 아닌 부정확한 지식에 의한 집단사고를 대중에게 부추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진행하는 주요 강의 프로그램은 현재 시행착오 단계에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앞서 얘기한대로, 프로그램의 목적이 혼선을 빚다 보니 일부 프로그램은 시청률에 따라 포멧을 완전히 바꾸기도 하고 교양에서 예능으로 영역을 완전히 탈바꿈하기도 한다. 또한, 한정된 출연진을 토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다양한 영역의 소재를 발굴하지 못하고 때로는 잘못 알려진 왜곡된 지식을 전달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TV 속 강의 프로그램들은 예능과 교양의 갈림길에서 보다 분명하게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각 분야 전문가들을 토대로 올바른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전달해야 한다. 대중은 TV 속 강의를 통해 정확한 지식/지혜와 함께 쉬어갈 수 있는 유쾌한 즐거움도 원한다. 프로그램의 분명한 방향성과 함께 지식과 즐거움을 균형 있게 맞추는 TV속 강의 프로그램을 기대해본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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