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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7.04.22 11:11

감각적인 '모놀리스' & 집요한 '더 플랜'

상영관 스크린으로 봐야 집중이 배가 되는 두 작품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20일 개봉한 '모놀리스'(12세 이상 관람가)와 '더 플랜'(15세 이상 관람가)은 뚜렷한 공통 분모가 하나 있다. 다름아닌 기계에 대한 불신이다. 바꿔 쓰면 기계문명을 향한 돌직구다.

'모놀리스'는 자동주행 자동차가 틈 많은 인간을 사지(死地)로 몰아세우고, '더 플랜'은 전자동 개표기계가 유권자의 소신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즉, 두 작품은 픽션과 논픽션의 차이를 넘어 기계 문명아래 디지털화 된 사회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아쉽다면 관객의 관심이 아직 덜 영글었다.

▲ 20일 개봉한 '모놀리스'와 '더 플랜' 포스터 (제공 영화공간, 더 프로젝트 不)

'모놀리스', '더 플랜' 스크린으로 봐야하는 이유

70개의 개봉관에서 57개 상영관으로 줄어든 '모놀리스', 상영관 156개에서 122개관으로 감소된 '더 플랜'을 보는건 그리 어렵지 않다. '더 플랜'은 상영관이 어딘지만 알면 충분히 볼 수 있다. 오전, 오후, 저녁 시간대에 상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놀리스'는 극장과 상영시간대를 미리 보고 예매를 해야한다. 하루 한번 상영되는 극장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두 작품을 스크린으로 봐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몰입감 때문이다. 먼저 '모놀리스'는 가정파탄을 맞은 한 여성의 히스테릭과 이를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인공지능 자동차의 대결구도가 너무 뚜렷하다. TV, 스마트폰으로는 디테일한 과정 보다 뻔한 결말에 집중돼 산만한 시청이 예상된다. 하지만 상영관에서는 달리 보인다. 큰 스크린과 음향이 주는 영향 덕분이다.

다큐영화 '더 플랜'(감독 최진성)은 한국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정치선거 탐사취재 다큐멘터리이다. 또한 18대 대선 개표와 관련해 팩트 검증에 따른 해외 통계 석학들의 인터뷰가 포함돼 많은 집중력이 요구된다.

하물며 유튜브에 공개된 파파이스 버전 '더 플랜'의 경우 제작자 김어준이 부연 설명을 따로 했음에도 자동 개표 기계를 분석 실험하는 장면에서는 낯설기 그지 없었다. 한번도 이런 스토리(팩트체크)를 접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영화관에서 본 '더 플랜'의 스토리는 또렷히 들렸다. PC모니터와 스크린은 집중 할 수 있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관에서 본 '더 플랜', '모놀리스'

20일 개봉한 '더 플랜'(러닝타임 102분)은 투표를 분류하는 전자동 개표기의 조작 가능성을 놓고 의문을 던진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를 집중하고 관찰하다 보면 이것이 비단 한국 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 걸쳐 심각한 폐해를 불러일으킨 오류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은 그동안 보수와 진보라는 진부한(?) 이념대결을 떠나 "투표만 하면 끝"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모두가 개표과정까지 지켜봐야만 '진정한 선거참여'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특히 독일과 영국의 사례를 들어 전자개표에서 수개표로 전환한 현지 선거풍토를 통해 선거문화가 기계가 아닌 인간의 힘으로 완성되야만 한다고 역설한다.

덧붙여 가까운 시일 안에 '더 플랜'이 온라인TV 넷플릭스에 공개된다면 보다 더 많은 세계 시청자들이 한국의 선거 사례를 들어 자국의 문제점을 바라볼 것으로 기대된다. 그만큼 이 작품은 완성도가 높고, 기존 다큐에 비해 분석과 비주얼에 공을 들인 모습이 역력하다. 더 많은 이들의 공감과 격론이 예상된다.

한편 영화 '모놀리스'(러닝타임 84분)는 이탈리아 TV드라마 감독으로 알려진 이반 실베스트리니가 작가들과 함께 각본을 집필하고 연출을 한 작품이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제작 프로덕션도 SKY이탈리아와 군소 제작사가 맡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SUV다. 자동주행은 물론, 스마트폰 앱으로 보안관리와 주행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 A.I 자동차의 가장 큰 약점은 인간(운전자)의 감정과 건강 상태를 읽지 못한다는 점이다. 1980년대 인기 드라마 '전격Z작전 키트'의 인공지능 스포츠카와 비교해 상당히 떨어지는 성능이다.

과거 걸그룹 메인 싱어였던 주인공 샌드라(카트리나 바우덴)는 바람 난 남편과 화상 통화를 하다 분노를 못참고 미 서부 유타州 사막 한가운데 있는 국도를 직접 운전하며 달려간다. 같이 승차한 자신의 어린 아이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는건 까맣게 잊고 말이다.

그러던 중, 우연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인공지능 차량의 약점이 하나 둘씩 드러난다. 가령, 아이한테 심심할때 오락이나 하라고 던져준 스마트폰을 놓고 하차한 샌드라. 순간, 인공지능 차량이 제 실력(?)을 발휘해 보안모드로 돌아선다. 이때부터 특정 명령 없이는 꿈쩍도 않는 자동차와 샌드라의 목숨을 건 사투가 시작된다. 

SUV 전체가 온통 블랙으로 코팅된 인공지능 자동차 모놀리스, 이 정체불명의 차량이 지닌 폭력적인 이미지는 흡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데뷔 장편작 '듀엘'(1971)에 등장하는 그 위험한 트럭과 많이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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