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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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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5 13:34

[권상집 칼럼] 박유천의 '너는 내 운명'

대중의 생각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그들의 만남

▲ 박유천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박유천은 역시 대중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공익근무로 근무하면서 군 복무 기간의 4분의 1을 병가로 보내 공분을 샀고 연이은 성폭행 논란과 독특한 그의 성적 취미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게 지난해 6월이다. 박유천 사건으로 인해 아동심리학, 사회심리학, 인지심리학 분야에 대한 대중의 관심까지 늘어났다는 기사까지 등장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박유천이 또 다시 비밀 결혼 발표로 대중을 놀라게 했다. 심지어, 모 대선 후보들의 자녀 문제와 재산 문제를 덮기 위해 박유천이 이용되었다는 저질 음모론 마저 등장했다. 대중이 더욱 놀라움을 표한 건, 그의 결혼 상대가 갑질 기업의 대명사 남양유업의 외손녀였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박유천 결혼 기사가 등장하자 댓글은 역시 폭발적 반응을 보였다. 거의 모든 댓글은 ‘어떻게 박유천과 결혼할 수가 있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그가 지난해 모든 뉴스를 덮을 정도로 메가톤급 위력을 발휘한 건 성적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이 연이어 등장했기 때문이라기보다 그가 저지른 행위가 대중의 상식으로 이해되기에는 너무나 독특한(?) 측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대통령 탄핵이 모든 뉴스를 도배했다면 지난해 상반기는 박유천의 성폭행 연루 사건이 정치, 경제 뉴스를 모두 덮어버렸다. 놀라운 건, 남양유업의 외손녀인 황하나 씨가 박유천이 당시 사건으로 어려움에 빠졌을 때도 옆에서 든든히 지켜줬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보통 사랑이 아니다.

참고로, 부와 명예욕이 강한 사람들은 결혼 상대를 선정할 때도 최우선 항목으로 상대가 얼마나 부와 명예를 갖고 있는지를 중시한다. 자본을 갖고 있는 기업가가 빼어난 외모와 대중의 인기로 먹고 사는 여성 톱스타와 열애에 빠졌다는 소식은 1970~1990년대까지 스포츠신문의 단골 기사거리였다. 2000년대 이후 한류 바람과 함께 국내 톱스타들의 위상이 아시아로 확대되자 재벌 기업의 자제 또는 손녀와 스캔들을 양산하는 남성 연예인들도 대폭 늘어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배우뿐만 아니라 이번 박유천 결혼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 가진 자들이 중시하는 최우선 사항은 참고로 도덕성이나 윤리의식이 아니라 언제나 화려함과 명예다.

인터넷에선 ‘성 스캔들로 이미지가 하락했는데도 결혼을 재벌 여성과? 연예인 파워 대단하네’, ‘결혼을 약속한 여성의 멘탈이나 부모님의 멘탈도 대단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특히, 결혼 상대로 알려진 황하나씨가 단순한 파워 블로거가 아니라 실제로 남양유업의 창업주 외손녀로 알려지며 그들만의 독특한 결합이 화제가 되었다. 그렇다. 자본을 가질수록 그리고 흔히 말하는 권력(Power)이 강할수록, 명예가 높을수록 그들은 자신의 위상에 부합되는 화려함을 갖고 있는 상대를 찾기 위해 더욱 혈안이 된다. 연예인을 만나는 것에 대해 환상(?)을 갖는 기업가 또는 유력 자제들이 많다는 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부 연예인들 역시 가벼운 연애는 일반인과 하더라도 결혼은 부와 명예를 강화해줄 수 있는 상대방을 원한다.

박유천과 황하나 씨의 결혼에 관해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지만 대다수의 호평이 반영된 기사는 일관되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아는 지인을 통해 둘이 만나 사랑을 키웠으며 둘째, 지난해 성폭행 논란으로 박유천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황하나 씨가 옆에서 위로해주며 격려를 해주었기에 둘의 사랑이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지인을 통해 만났고 상대의 난처한 입장을 묵묵히 옆에서 지켜주었다는 기사 내용은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바뀌어도 어찌나 이토록 일관되는지 놀라울 뿐이다. 측근들이 전한 박유천은 지금 연인인 황하나 씨에게 푹 빠져 있다고 한다. 문란하다는 타격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헌신적으로 지켜주었고 지켜준 사람이 재벌 자제이니 박유천이 그녀에게 빠지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이 와중에 박유천의 결혼 상대로 알려진 황하나 씨의 반응은 솔직히 유치했다. 박유천의 소속사 관계자가 공식적으로 복수의 언론을 통해 ‘결혼 상대는 남양유업 일가의 황하나가 맞다’라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초반에 결혼을 전면 부인하고 모호한 발언을 쏟아내며 자신에게 향하는 관심과 비판을 모두 거부했다. ‘기사가 헛소문이니까 다들 못 본 걸로 해주세요’, ‘남을 깎아 내리고 물어뜯으려는 온라인 문화가 없었으면 좋겠어요’라며 비난성 댓글에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그러다가 비공개로 전환한 SNS를 몇 시간 후 다시 공개해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가족에 대한 애틋한(?) 글을 다시 올렸다. 박유천과의 결혼을 왜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고 네티즌들을 비난하거나 갑자기 가족을 운운하며 4차원 감성에 빠지는지 그녀의 멘탈이 궁금할 뿐이다.

공식적으로 남양유업에서는 회사 경영과 무관한 인물이기에 박유천과 황하나 씨의 결혼 여부를 확인해주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사가 헛소문은 아니었지만 황하나 씨의 말대로 박유천이나 황하나 씨를 깎아 내리거나 물어뜯는 행위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비난을 퍼부을수록 황하나라는 블로거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박유천은 검찰에서 진행한 4건의 고소 사건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받은 정신적 충격은 매우 클 것이다. 박유천이 지난해 입었던 트라우마를 덮어줄 수 있는 사람은 강력한 멘탈을 지닌 황하나 씨뿐이다. 둘이 보여준 ‘너는 내 운명’이 부디 오래가길 바란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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