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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음악
  • 입력 2012.07.04 16:39

빅 "서윤재가 돌아와서도, 돌아오지 않아서도 안되는 이유..."

뒤늦게야 갈등과 혼란이 심화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본격적인 갈등과 혼란이 시작된다. 어쩌면 이것이 옳다. 이전까지 길다란(이민정 분)에게는 강경준(신원호 분)의 존재가 그다지 크게 와닿지 않았다. 따라서 서윤재(공유 분)의 겉모습만이 보였고, 강경준의 내면은 철저하게 분리되었다. 강경준이 다시 돌아왔을 때도 그래서 서윤재의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강경준의 내면만을 따로 분리하여 강경준이라 정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길다란의 안에서 강경준의 존재가 커지기 시작했다. 강경준인데 서윤재의 모습을 하고 있다. 길다란이 서윤재에게 가졌던 미안함이란 서윤재의 겉모습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그녀 자신이 가진 서윤재의 기억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그러나 현재 그녀가 갖는 미안함이란 서윤재 안에 있는 강경준에 대한 것이다. 대상이 있는 미안함이다. 대상이 구체화되며 미안함도 구체화된다. 강경준의 내면을 느끼면서 더불어 서윤재의 겉모습도 같이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 비로소 강경준과 서윤재가 하나임을 느끼며 그에 따른 문제의식을 깨달아가게 된다. 서윤재와 강경준은 결국 타인임을. 서윤재와 강경준이 함께 있는 현상이 모순됨을.

참으로 속편한 성격일 것이다. 단순하다. 굳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서윤재의 겉모습, 강경준의 내면은 강경준의 내면, 서윤재와 사귈 때도 그랬을 것이다. 서윤재의 다른 모습에 대해 굳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보이는 것만 믿는다. 의심하려 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고 받아들인다. 오죽하면 서윤재가 길다란 자신에게 언제 처음 호감을 가졌는가 하는 이야기조차 친구들로부터 듣게 된다. 결국 그러한 길다란의 성격이 강경준이 서윤재의 몸으로 들어가면서 하나둘씩 드러나는 진실에 스스로 상처입는 이유가 되어 버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한 마디로 너무 늦다. 있는대로 지뢰를 깔아놓고 생각없이 앞으로 달려가는 스타일이다. 지뢰가 터지기 시작한다. 때늦은 길다란의 혼란과 맞물려 강경준의 혼란도 시작된다. 길다란은 강경준을 본다. 그러나 강경준은 자신의 겉모습을 본다. 길다란도 서윤재의 겉모습을 본다. 가만 강경준의 내면이 커지면서 어느 순간 서윤재의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한다. 로맨틱코미디에 최적화된 캐릭터다. 악의없이 갈등을 키우며 스스로 그 모든 갈등을 풀어내는 단서가 된다. 원래는 영혼이 바뀌는 순간 정체성에 혼란이 왔어야 하지만 항상 진심이었던 만큼 진심이 되고서야 겨우 혼란을 느낀다. 그것도 매우 현실적인 절박한 문제다.

강경준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겉모습은 서윤재의 그것이다. 길다란을 좋아한다. 그러나 역시 자신의 겉모습은 서윤재의 그것이다. 길다란이 자기를 좋아하게 된 것을 알더라도, 길다란이 강경준을 좋아하게 된 사실을 깨닫게 된 뒤에도, 여전히 서윤재의 존재는 그들 사이에 경계로써 남는다. 서윤재가 사이에 있는 한 그들은 서로에게 진심이 될 수 없다. 진심이 될수록 고통은 더 커질 뿐이다. 강경준을 사랑하는데 서윤재이고, 길다란을 사랑하는데 서윤재다. 서윤재를 어떤 식으로든 정리해야 하는 이유다. 길다란은 지금 서윤재와 함께 있는가? 강경준과 함께 있는가? 단순하기에 더 깊이 느끼고, 더 깊이 절망하며 좌절한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한다.

결혼이 중간에 배치된 이유일 것이다. 결혼이란 계기다. 길다란과 강경준이 함께 있기 위한. 그러면서도 장애다. 이미 길다란과 서윤재는 어찌되었든간에 결혼한 상태다. 하필 강경준이 서윤재의 친동생이다. 서윤재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강경준을 길러준 어머니가 대리모가 되어 낳았다. 유부녀 교사와 남학생도 남사스러운데, 더구나 그 남학생이 시동생이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그러나 작가에 대한 신뢰는 막장을 막장스럽지 않게 코믹하게 풀어내는 이후의 전개를 기대하게 된다. 어떻게 자연스럽게 서윤재가 깨어나고서도 두 사람은 함께 이어질 수 있는가?

사실 어려운 문제다. 서윤재가 깨어나면 드라마가 막장이 된다. 형이다. 형수다. 시동생이다. 용납될 수 없는 사이다. 그렇다고 서윤재가 깨어나지 않으면 길다란이나 강경준이나 계속 이 모습인 채로일 것이다. 강경준을 사랑하려 해도 서윤재의 모습이 막고, 강경준이 길다란을 사랑한다고 해도 서윤재의 모습이 그로 하여금 주저케 만든다. 깨어나서도 안되고 깨어나지 않아서도 안된다. 깨어나야 하지만 깨어나지 말아야 한다. 그 모순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아무튼 충격적인 소재일 것이다. 한 아이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다른 아이를 대리모를 시켜 낳도록 하다니. 그리고 그 아이를 버렸다. 대리모가 아이를 키웠다. 시간이 흘러 두 아이가 다시 사고현장에서 만난다. 살려준 아이가 이번에는 구함을 받고, 구함을 받은 아이가 이번에는 아이를 살려준다. 영혼이 바뀐다. 어쩌면 강경준은 다시 깨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자칫 선을 넘어가면 그 비윤리성으로 말미암아 드라마는 막장으로 바뀌게 될리라. 가벼운 분위기가 그래서 마음이 놓인다.

처음부터 보여졌어야 했을 영혼교체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이 뒤로 미뤄지게 되었다. 길다란의 갈등 역시 지금에서야 본격화된다. 많이 느리다. 그리고 산만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재미있는 것은 끊임없이 주어지는 긴장의 요소들 때문이다. 특히 강경준의 출생의 비밀이다. 지금으로서는 단지 사족에 불과할 뿐이지만 어떻게 드라마에서 역할을 하게 될 지.

흥미롭다. 여러가지로 흥미로운 드라마다. 소재도 그렇고, 그것을 전개해가는 방식도 그렇고, 결코 평범하지는 않다. 다만 그것이 정리가 되지 않아 산만한 감이 없잖아 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보여주려 하는 탓에 정작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아마 몇 회는 더 압축하고 지나갈 수 있었을 것 같지만.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기대하며 본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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