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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5.03 08:34

동안미녀 "진부하고 불안한 출발"

장나라의 국내드라마복귀를 환영하며...

 
시청자로 하여금 짜증나게 하려는 의도였다면 확실하게 성공했다. 지금도 드라마를 본 짜증과 불쾌감이 가시고 있지 않으니. 제대로 민폐캐릭터들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억척스럽지만 순수한 주인공. 그리고 그런 주인공을 항상 난처한 상황에 빠뜨리는 곤란한 주위 환경들. 마침내 주인공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을 거두게 되었을 때 더욱 그 성공에 공감하기 위해서라도 주인공이 놓인 상황은 힘들고 괴로운 것이어야 한다. 주변의 민폐캐릭터들이 밉상이 되는 것은 필연이다.

집안사정으로 대학진학도 포기하고 디자이너의 꿈마저 접은 채 억척스레 버티며 살아온 주인공 이소영(장나라 분), 그러나 어머니(김혜옥 분)는 동생 이소진(오연서 분)만을 편애하고, 동생 이소진은 이소영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어가며 멋대로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겨우 얻은 패션리폼가게에서 이소진이 멋대로 손님의 옷을 가져가는 바람에 결국 오해를 사고 다시 한 번 잘리는 난처한 지경에 놓이게 된다. 이렇게 불행할 수 있을까?

하지만 구원은 존재한다. 아마 지승일(류진 분)일 것이다. 재벌의 아들. 아마 이혼남에 아이까지 있으니 제인 에어류일 것이다. 신데렐라보다는 보다 자립적이며 적극적인 유형이다. 실제 이소영의 억척스러움은 단지 남자만을 바라보고 기대는 캐릭터는 아닐 듯하다.

최진욱(최다니엘 분)의 캐릭터는 아직 감이 잡히지 않는다. 최진욱 사람만들기일까?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하고, 패션쇼장에서 그리 한 것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가더라도 중요한 회의시간에 문자나 주고받으며 심지어 문자의 내용에 반응해 욕설까지 내뱉는 장면에서는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설마 삼각관계일까? 남의 옷을 아무렇게나 부주의하게 던져버릴 수 있는 그 생각없음에 대해 어느 정도 손을 보지 않는 한 시청자들에 좋은 소리를 듣기는 힘들 것이다. 일단 보는 입장에서 보기에 좋아야 호응도 좋다. 당장 보여진 것들만으로도 이리 짜증이 나는데.

이소진의 경우도, 어머니의 경우도, 아니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만들 때 항상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아무리 이소영이라는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주위에 이소영과 대비되며 이소영을 항상 곤란에 빠뜨리는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자꾸 시청자의 감정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차라리 악한 것은 상관없는데 이런 식으로 상식을 벗어난 몰염치는 자칫 불쾌감을 자아낼 수 있다. 그것은 드라마에 대한 인상에도 영향을 준다.

물론 막장드라마란 것도 있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다. 그렇게 실컷 욕을 하면서도 욕을 하는 재미에 본다. 그 자극적인 내용들에. 마치 복어의 독처럼 톡쏘는 맛이 죽는 줄도 모르고 중독성이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아무래도 <동안미녀>와 같은 코믹한 경쾌한 분위기의 드라마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경쾌하다는 것은 가볍게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가볍게 즐기기에는 너무 도를 넘어선다.

아직까지는 판단보류다. 캐릭터가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 대충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범주에 있지 않을까. 그러나 뻔한 가운데서도 자연히 주목하게 되는 특별함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굳이 드라마로까지 제작되어 편성될 정도라면 아무렇게나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많이 실망스럽지 않은가.

장나라는 확실히 동안이다. 놀랐다. 아직까지도 이렇게 어리고 귀엽구나. 딱 어울리는 캐스팅 - 이라기보다는 장나라를 위한 드라마일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중국에서의 활동에 주력하던 장나라의 국내복귀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크다. 연기력은 단연 합격점. 진부한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장나라스럽게 잘 소화해 보여주고 있었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의 활동도 점차 늘려갈 수 있게 될까?

아무튼 이소영의 캐릭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지금까지의 억척스럽기만 한 캐릭터로는 부족하다. 장나라 특유의 톡톡튀는 귀여운 연기도 이소영을 뒷받침하기에는 한찬 모자르다. 주위의 캐릭터들은 이렇게 짜증나도록 민폐인데. 이소영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성패가 달려 있다 하겠다. 어쩔 수 없는 주인공인 탓이다. 이소영으로 인해 기분이 좋아져야 한다. 아직 한참 부족하다.

새로운 시작. 그러나 불안한 출발. 진부한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진부하기만 한 것은 나쁜 것보다도 더 나쁘다.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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