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5.03 07:55

나는 가수다와 가요톱텐, 대중음악계에 던지는 화두

대중음악이 대중의 음악이 되기 위한 고민

 
지난주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문득 어렸을 적 보았던 KBS의 가요순위프로그램 <가요톱텐>을 떠올렸다. 매주 누가 1위를 할 것인가, 아니 눈여겨보던 가수의 노래가 이번주에는 몇 위를 할 것인가, 두근거리며 TV앞에 앉고는 했던.

그러고 보면 그때는 순위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영광이었다. 쉽지 않았다. 요즘처럼 음반을 내고 바로 1위 하고 그런 경우란 거의 없었다. 3주만에 1위 하고, 4주만에 1위 하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전설이었다. 저 아래 순위 밖에서부터 차근차근 치고 올라와 마지막에 다른 가수의 노래와 경합하며 마침내 1위의 트로피를 받고...

70위대였다. 그러다 다음주 50위대, 20위대, 그런데 10위권으로 접어들면서 바로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쟁쟁한 다른 가수의 히트곡들과 엎치락뒤치락 한 주 순위가 올라갔다가는 다시 한 주 순위가 내려가기도 하고, 끝내 계속 2위만 하다가 차트 밖으로 사라지기도 했었다. 그 순간이 얼마나 흥미진진했는지.

아마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사람들이 <나는 가수다>에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해외의 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항상 미국의 빌보드 차트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태생적으로 인간은 경쟁한다. 음악도 경쟁한다. 그러나 그러한 경쟁이 사라졌다.

말한 것처럼 이제 더 이상 가요순위프로그램들은 경쟁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제 누구도 더 이상 가요순위프로그램에서의 순위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나마 누가 1위를 하는가에나 신경을 쓸 뿐, 어느 가수의 순위가 오르고, 어떤 노래의 순위가 떨어지고, 하긴 아예 그런 것을 내보내지도 않는다. 더구나 1위라고 하는 것도 몇몇 팬덤의 집단적인 행동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그나마 <가요톱텐>의 후신이랄 수 있는 KBS의 가요순위프로그램 <뮤직뱅크> 정도가 어떻게 순위가 매겨지는가 그 기준이 공개되어 있을 뿐이다. 케이블TV Mnet의 <엠카운트다운>이나 SBS의 <인기가요>는 그조차도 없다. 도대체 어떻게 순위가 산정되는지 그 기준조차 알 수 없다. <뮤직뱅크>에서의 1위에 상대적으로 가중치를 두는 이유다. 그러나 그조차도 음반과 음원차트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팬덤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태반인 것이다.

오죽하면 음원사이트에서의 순위에 대해서조차 가수 싸이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음원사이트 올킬이라는데 정작 행사를 하러 가니 아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 조금 더 열심히 활동해서 사람들이 듣고 따라 들을 수 있을 때 쯤 히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내가 그 노래를 알고 좋아해서 음원사이트 올킬이 아니라 음원사이트 올킬이라 하니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차트가 대중의 반응과 약간 엇박자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2009년 하반기 거의 대세를 이루었던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와 카라의 ‘미스터’가 그런 예일 것이다. 그나마 ‘아브라카다브라’가 방송조차 나가지 않은 1주 1위, 카라의 ‘미스터’는 음원사이트에서마저 반응이 미미했다. 그러나 단연 2009년 하반기 최고의 히트곡이라 한다면 이들 두 노래일 것이다. 그 어떤 음원올킬, 혹은 가요순위프로그램 1위 노래들보다. 하지만 정작 대중이 이들의 노래를 듣고 좋아하게 되었을 때는 이미 한 차례 순위라고 하는 이슈가 지나가 버린 뒤라는 것이다.

음반이 발매되고, 그것을 미디어를 통해 홍보하고, 그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수가 순위를 결정짓고,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대중은 그 음악을 듣는다. 아니 거의 그렇게 결정된 노래들만을 듣게 된다. 가요순위프로그램이 아니라 가요홍보프로그램이다. 이미 나온 결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이슈가 되고 있는가 홍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흥미와 집중도가 떨어진다. 나와는 상관없다.

예전에는 안 그랬다. 내가 좋아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가수이고 노래니까 매주 그 순위에 신경을 쓰게 된다. 어느샌가 좋아하게 된 노래의 순위가 올라가면 기분이 좋고, 또 막 귀에 들리기 시작한 노래들에 대해 얼마나 인기있는가를 알 수 있게 되고, 혹은 내가 좋다고 여기는 가수와 노래들과 다른 가수와 노래들을 비교해 보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은 과연 어떤 가수와 노래들을 더 좋아하는가? 어느 정도 대중의 반응과 차트가 같이 감으로써 보다 집중할 수 있고 관심도 생기는 것이다. 1위를 발표하는데 내가 다 두근두근거리고 했었다. 지금은 아마 해당 가수의 팬덤 정도나 그렇게 긴장하며 볼 것이다.

바로 그것이었다. 최고의 무대도 무대거니와 과연 그 무대들이 어떤 평가를 받을까 발표하는데 설레고 긴장되었던 것은. 가수와 노래에 대해 평가를 하고 순위를 매긴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반감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았던 무대에 대한 평가단의 평가와 순위가 궁금해진다. 내가 가장 좋게 보았던 가수와 무대에 대해 평가단은 어떤 평가를 내렸을 것인가? 어느새 가수에 이입하며 그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바로 그때처럼.

그러고 보면 <가요톱텐>역시 순위산정방식은 미리 선정된 투표인단에 위한 엽서투표였다. 아마 다양한 계층의 기호가 순위에 반영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때문이었을 것이다. 트로트를 비롯한 성인취향의 노래들 역시 아무래도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젊은 취향의 노래들과 함께 경쟁하고 있었다. 순수한 가수와 노래에 대한 반응이라는 점에서 아마도 닮아 있지 않을까. 더구나 실시간으로 날 것으로 보여진다.

그것을 깨달은 것은 지난번 1위를 했다가 7위로 내려앉은 김범수를 보면서였다. 6위를 했다가 5위로 올라선 이소라를 보면서였다. 한 단계 롤랐는데 이소라는 무척 기뻐하고 있었다. 나 역시 기뻤다. 물론 가장 기뻤던 순간은 임재범이 1위를 하던 그 순간이었다. 아마 임재범이 7위를 하거나 했다면 꽤나 과격한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도대체 이런 흥분과 긴장을 느껴 본 적이 언제인지. 무대를 보면서 이렇게까지 이입해가며 설렘과 두근거림을 느꼈던 것이 언제적이었는지. 순수하게 누가 더 나은가, 아니 누가 더 인기있는가 보고 싶다. 누가 더 높은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가 확인하고 싶다.

다만 그럼에도 7위를 하면 탈락해야 한다는 룰에 대해서는 비판의 여지가 있지만. 그렇다고 7명이 계속 돌아가며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는 멤버를 교체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과연 이미 판단이 끝난 전설에 대해서마저 평가를 하고 순위를 부여하고 탈락이라는 징벌을 가해야겠는가.

그러나 잊고 있던 그 감각들이 너무나 소중했기 때문에. 그렇게 자연스레 TV앞에 앉아 지난주의 차트와 이번주의 차트를 비교해가며 지켜보던 음악과 무대에 집중하던 시간들에 대한 기억들이 새롭기 때문에. 어쩌면 그것이야 말로 본능일 것이다. 빌보드차트에서 이번에 누가 1위를 했더라. 누가 몇 위를 했더라.

결국은 가요순위프로그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정작 더 이상 대중음악시장에서 경쟁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최소한 대중이 피부로 느끼기에 그렇다. 몇몇 팬덤간의 힘겨루기일 뿐 대중의 감수서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현재 대중음악시장에서 소외된 연령이나 계층에 대해서는. 그들의 취향과 요구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그것이 <나는 가수다>를 통해 투영된 것이다.

1위가 1위가 아닌 시대. 히트가 히트가 아닌 시대. 일부에 의한 1위이고, 소수에 의한 히트다. 대중은 어느샌가 대중음악의 히트라는 부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소외되어 있다. 남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들만의 리그가 되었다. 나머지 대중들도 충분히 관심이 있음에도. 그것을 즐길 수 있고 즐겨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마 그것을 가수들도 알고 있었으리라. 경쟁하는 즐거움을. 비교되어지는 긴장과 짜릿함을. 누군가는 1위를 하고, 누군가는 꼴찌를 하고. 지난주 1위를 하고 이번주 7위를 하고, 지난주 6위를 했는데 이번주는 5위로 올라섰고. 그에 일희일비하는 순간들을.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던 것들이었다. 잃어버린 것도 모르고 잊고 있던 것들이었다.

현재 왜곡되어지고 위축된 한국대중음악시장을 위한 하나의 대안이 아닐까? 경쟁이란 어떤 경우에든 가장 훌륭한 흥행요소일 터이므로. 경쟁이 더 이상 경쟁이 아니게 되어 버린 현재의 한국대중음악에 있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하나의 기폭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로 하여금 더 집중하여 관심을 가지고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물론 필자가 고민할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나는 가수다>라는 개별프로그램에 머물러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보여지는 대중의 호응은 이미 대중음악계에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할 것이다. 이대로 좋은가? 대안은 없는가?

<나는 가수다>를 넘어서기를. <나는 가수다>에 의해 장악되다시피 된 음원사이트에서 보듯. 그것이 대중음악 전반으로 확산되었으면. 물론 미디어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어 버린 지금으로서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나는 가수다>만 보고 듣는다. <나는 가수다>만을 소비하려 든다.

<나는 가수다>가 갖는 진정한 의미이며 가치일 것이다. 화두다. 정작 대중음악인들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대중의 바람이며 요구일 것이다. 정작 대중과 유리되어 버린 지금의 대중음악에 대해서. 대중음악이 대중의 음악이 되기 위한. 아직 한참 멀었지만.

그 시절을 떠올린다. 음악이 그리 소중하던 때.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와 차트를 누비며 울고 웃고 하던 그 무렵으로. 음악은 항상 내 곁에 있었다. 나와 함께 하고 있었다. 삶의 일부였다. 그때를. 역시 <나는 가수다>에 이끌릴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그것은 본능일 터다. 아마도.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