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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7.03.23 13:49

[S리뷰] '행복 목욕탕' 아픔을 행복으로 데워낸 로드무비

감독은 일본의 구스 반 산트, 폐부 찌르는 대사가 억장 무너트려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23일 개봉, 실시간 예매율 8위(영진위통합전산망 오전 9시)에 올라선 '행복 목욕탕'은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겨나는 수작 영화다.

극중 남자는 도끼로 참나무 장작을 패고, 불가마 속에 넣고 태워 목욕탕 온수를 데우고, 여자는 욕탕을 청소하고 계산대에 앉아 손님들을 향해 인사를 건내는 모습이 정겹다. 여기에 아코디언 선율이 간간히 흘러나오는 장면과 배경음악 없이 소곤대는 대사와 다양한 표정으로 심정을 드러내는 배우들의 연기가 몰입을 한층 더 높여준다.

덧붙여 '행복 목욕탕'은 스크린 개봉과 더불어 제2회 J필름 페스티벌에서 상영 중이다. 또한 지난 3월 3일 진행된 제40회 日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신인배우상을 수상, 3관왕을 차지했다.

소설 '가시고기'보다 더 심각한 가족의 이야기 '행복 목욕탕'

말기암으로 살 날이 얼마 안남은 엄마 후타바(미야자와 리에). 그녀는 독한 마음을 먹고, 1년전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다 가출한 남편 가즈히로(오다기리 죠)를 다시 불러들이고, 중학교에서 왕따로 고통을 당하는 소심한 큰 딸 아즈미(스기사키 하나)를 추스리고, 가즈히로가 데려온 초등학생 막내 아유코(이토 아오이)까지 가족으로 맞이한다. 

시한부 인생을 선언 받은 후타바의 마지막 소원은 이 작품 원제 '물을 데우는 뜨거운 사랑'처럼, 남편의 가업이자 휴업 상태가 된 목욕탕 영업 재개다. 죽기 전에 해체된 가족들이 목욕탕을 운영하며 함께 먹고 살길 희망한다.

특히 이 영화는 짧은 오프닝을 지나면 마냥 평범할것만 같았던 가족들의 기가막힌 상처와 사연이 드러난다. 온 몸 구석구석에 퍼진 암세포로 삶을 마감하는 주인공 후타바의 눈과 귀를 통해 반전의 반전을 이끌어낸다. 보는 이에 따라 영화가 절망과 희망을 오갈 수 있다. 

폐부를 찌르는 대사가 억장 무너트려

'행복 목욕탕'은 대사 하나 하나가 폐부를 찌른다. 나카노 료타 감독의 섬세한 각본과 치밀한 연출이 살아 숨쉰다. 이 작품은 소도시에서 맨 몸으로 버티고 사는 서민들의 희노애락을 다뤘다. 또한, 산업화를 거치며 가부장적 사회에서 급기야 해체 위기를 맞은 이 시대 가족의 아픔과 희망을 심도있게 그려냈다.  

극중 후타바(미야자와 리에)는 어린 두 딸 아즈미(시기사키 하나)와 아유코(이토 아오이)의 눈물과 내적 상처를 보듬어 주기 보다 더 강한 모습으로 거듭나길 주문한다. 그때 마다 두 딸들은 화도 못내고, 눈치만 살피다 자신의 깊은 상처를 드러낸다.

하물며 이런 모습이 영화에서 두 장면 뿐인데, '행복 목욕탕'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건 평범한 서민들이 겪는 현실을 여과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감독의 역량이 배우들의 열정을 이끌어낸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수 있다.

여기에 오다기리 죠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가 오프닝부터 건조한 연극으로 치닫던 작품을 부드럽게 바꿔놨다. 이뿐 아니라, 일본에서 대세 배우로 거듭난 마츠자카 토오리가 방황하는 히치하이커 무카이 타쿠미로 분해 극의 변곡점을 그려냈다.

나카노 료타 감독은 일본의 구스 반 산트

독립영화 '캡처링 대디'(2013)이후 두번째 작품 '행복 목욕탕'을 만들어낸 나카노 료타는 일본에서 가족해체와 사회문제를 다룬 다수의 작품들을 선보인 고레다 히로카즈와 비교되는 감독이다.

하지만 '행복 목욕탕'의 스토리와 전개 방식은 다소 차이가 있다. 이 영화는 기존 日감독들처럼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미화(美化)를 포기했다. 대신, 현실 속에서 실현 가능한 스토리를 내놨다. 이 때문일까. 영화를 통해 삶과 죽음을 말하는 나카노 료타 감독의 통찰은 서구적인 시각이 느껴진다.

가령, 나카노 료타 감독의 '행복 목욕탕'은 과거 1990년대 구스 반 산트의 '아이다호'(1991),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길버트 그레이프'(1993)가 연상된다. 즉, 구석에 처박힌 민초들을 주인공으로 여행과 만남을 통해 극적인 내러티브로 구성한 로드무비가 떠오른다.

최근 국내 매스컴에서 "이창동 감독 작품을 좋아한다"라고 밝힌 나카노 료타 감독. 그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로 한일 관객들의 가슴을 후벼팔까? 

23일 개봉한 '행복목욕탕'(수입: 엔케이컨텐츠 / 배급: 디스테이션)은 가족드라마로 12세 이상 관람가다. 잘 보면 한국의 김유정으로 보도된 스기사키 하나의 연기, 캐릭터는 김유정 보다 '우아한 거짓말'에 나온 고아성을 닮았고, 이토 아오이는 영화 '아저씨'에서 열연했던 김새론의 당시 모습이 떠오른다. 러닝타임은 125분.

▲ 메인 포스터 '행복 목욕탕'(엔케이컨텐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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