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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6.26 10:37

빅 "길다란의 설레임의 진실, 절대로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습니다."

영혼교체와 로맨틱코미디의 갈등과 긴장이 비로소 본격화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길다란(이민정 분)이 설레인다. 강경준(신원호 분)이 요리한 닭 때문일까? 아니면 강경준이 지금 하고 있는 서윤재(공유 분)의 모습 때문일까? 길다란 자신도 모른 채 끌려들어가고, 강경준은 조금씩 자신이 서윤재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아간다. 엇갈리지만 다시 만날 수밖에 없다.

비로소 고민이 시작된다. 갈등도 시작된다. 이제껏 단지 캐릭터가 특이하고 느낌이 특이한 흔한 로맨틱코미디에 불과했었다면, 이제부터 비로소 영혼교체의 이유가 보이기 시작한다. 강경준을 위한다는 이유로 길다란은 서윤재의 곁에 머물고 싶어하고, 그저 길다란이 곁에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 하던 강경준은 자신은 결코 서윤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서윤재에게서 강경준을 보는 장마리(수지 분)도 있다. 물론 아직까지 장마리는 소란이나 일으키는 트러블메이커일 뿐이다.

하여튼 안타까운 것은 서윤재를 향한 길다란의 마음이나 길다란을 향한 강경준의 마음이 모두 진심이라는 것일 게다. 그렇다고 그 모든 갈등을 해결해 줄 서윤재는 지금 강경준이 되어 1년째 누워 있다. 길다란이 서윤재를 잊기 위해서도 서윤재는 필요하다. 강경준이 길다란을 포기하기 위해서도 서윤재는 필요하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진실들도 있다. 비록 이세영(장희진 분)과 상당히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오고 있었고,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여 길다란을 떠날 것을 고민했다고는 하지만, 그러나 과연 당시 서윤재가 무엇을 결심했고 무엇을 말하려 했는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차라리 그것이 절망이든 희망이든 밝혀지고 나서야 새로운 시작도 시도해 볼 수 있다.

바로 그 안타까움이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 이야기에 안타까움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조이며 자기 일처럼 걱정하다가도 마침내 모든 것이 잘 풀렸다 할 때 진심으로 기뻐한다. 만일 그 상태로 안좋게 끝났다 하면 연민하며 위로한다. 결국은 투사이고 대상화일 것이다. 자기를 대신하여 기뻐하고, 자신을 대신하여 감정을 발산한다. 한 번 슬프고 아팠다면 다음에는 그보다 덜 슬프고 덜 아플 것이다. 예방주사와도 같다. 예전의 슬픔과 아픔도 그것으로 희석된다. 다만 아직까지 드라마는 단지 배우의 매력과 유쾌하면서도 감각적인 장면의 재미에 집중하고 있었다. 드라마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갈등이 필요하다. 늦었지만 어쩌면 적절할 것이다. 이제까지의 모든 즐거웠던 일상들이 꿈이었다는 듯 갑자기 모두가 현실로 돌아온다.

강경준은 묻고 길다란은 대답하지 못한다. 길다란이 대답하지 못하는 모습에 강경준은 냉정해진다. 매몰차지만 사실 울고 있는 것이다. 처음 길다란이 자기에게 설레지 못하도록 못되게 굴겠다 하던 때와는 다르다. 그때는 희망이 있었다.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진실을 보았다. 길다란은 여전히 서윤재를 잊지 못하고 있다. 서윤재도 길다란에 대한 감정이 아주 식었던 것은 아니었다. 여지가 있었다. 그렇다면 강경준 자신이 있을 곳이란 어디인가? 서윤재도 아니고 길다란도 그를 보아주지 않는다. 장마리는 안타깝게도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없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이다.

강경준으로 인해 사랑하면서도 서윤재에 다가가지 못하고, 서윤재 때문에 강경준과 거리를 두지도 못한다. 그런 길다란을 보면서도 길다란이 자기를 보아주지 않는 것에 절망한다. 다시 서윤재가 돌아오면 자신은 떠나가리라. 더 이상 길다란의 곁에 있지 못하게 되리라. 길다란은 더 이상 자신을 보아주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서윤재가 길다란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 여겼을 때는 희망이라도 있었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얼마나 잔인한 시련인가? 주위의 상황은 그럴수록 더욱 두 사람을 함께 하도록 내몰게 된다. 결혼까지 해야 한다. 길다란은 서윤재가 아닌 서윤재와, 강경준은 서윤재가 아닌 서윤재로서, 이미 모든 것을 알아버린 그들에게.

역시나 장마리는 트러블메이커일 것이다. 그런 장마리를 쫓아다니는 동생 길충식(백성현 분)은 흔이 볼 수 있는 방자의 역할이다. 마당쇠다. 착하고 성실하면서 적당히 어리석다. 어리석다기보다는 솔직하다. 장마리의 저돌성이 사건을 일으키고, 길충식의 순박힘아 사건을 마무리한다. 이세영은 이제 한 발 물러서 있다. 장차 그녀가 일으킬 또 한 번의 결정적 사건을 기대한다. 이대로 물러나기에는 이세영의 서윤재에 대한 감정과 그동안의 시간이 너무 무겁다. 사건은 사람이 만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만든다. 그것이 드라마다. 중심에는 당연히 길다란과 서윤재, 강경준이 있다.

나효상(문지윤 분)과 이애경(신지수 분)의 로맨스도 흥미롭다. 나효상의 길다란에 대한 마음을 응원한다. 나효상을 위해서다. 나효상을 좋아해서 나효상을 위해 길다란과 이어주며 그러나 한 편으로 서윤재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그것을 말려주기를 바란다. 바보가 아니었다. 그저 맹목적인 순애보만은 아니었다. 결정적인 순간 나효상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게 그녀는 실속을 채운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나효상의 길다란에 대한 대쉬와 미련이, 그리고 그런 나효상을 지켜보는 이애경의 엇갈린 관계가 코믹하게 그려지지 않을까.

한 번은 멀어져야 한다. 멀어짐으로써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야 한다. 다만 여기에서도 함정은 있다. 강경준은 아직 고등학생이다. 길다란은 교사다. 물론 길다란의 아버지 길민규(안석환 분)도 제자였던 이정혜(윤해영 분)과 결혼하고 있었다. 길다란이 잠시 멀어진 것은 서윤재인가? 아니면 서윤재로 인해 마음이 멀어진 강경준인가? 그동안 그녀와 함께 하고 있는 것이 서윤재인가, 아니면 강경준인가에 그 답이 있다 할 것이다. 아니면 해피엔드 아닌 해피엔드일 수도 있다. 거리란 반드시 물리적 거리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재미있다. 유쾌하다. 하지만 가볍기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동안은 너무 가벼웠다. 적당히 무게가 있는 쪽이 보다 쉽게 다가오고 남는다. 공유가 공유가 아니라는 점은 조금 아쉽다. 이민정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눈이 즐겁고 마음이 즐겁다. 드라마가 더 즐거워진다. 재미있어지는 이유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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