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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공소리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7.03.17 16:19

[공소리 칼럼] 혼인제도 밖 다양한 가족, 그리고 ‘동반자등록제’

[스타데일리뉴스=공소리 칼럼니스트] 전통적인 가족 형태는 이미 핵가족시대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속속히 등장하는데 결혼을 연기하거나 비혼을 선택하거나, 한때 이혼율은 높아졌으며 초혼은 줄어들었다. 또 재혼율도 높아졌다. 비단, 가족의 형태 변화만 있으랴. 서류상에 나타나지 않는 동반자이며 동거인인 비가족이 속속히 늘어간다.

지난 1월 미혼자 1,000명에게 조사한 십 년 뒤 혼인 모습의 변화에 대한 ‘미혼남녀의 혼인 이혼 인식’ 연구 내용에 따르면, 전체응답자 중 △46.9%가 ‘사실혼(동거)’이 보편적인 혼인의 모습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기존 방식의 ‘결혼’이 그대로 유지 33.9% △계약 결혼 9.1% △졸혼 8.1%, △이혼 1.6%로 나타났다(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 D 결혼정보업체, 서울대 최인철 심리학과 교수 공동).

이처럼 혼인에 대한 인식도 다양하고, 미혼자의 대부분이 전통혼인에서 벗어난 모습을 인지하고 있다.

▲ 픽사베이

혼인제도를 벗어난 동반자. 인정되는 것이 인권 존중이다

A 씨 부부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생계를 유지하는 장애인복지금이 끊길까 봐 혼인하지 못한다. 동거하는 것조차 행정적으로 문제 삼아 골치다. 장애인이라서 필요한 복지혜택과 혼인 여부가 충돌하는 것이다. A 씨 부부는 장애 때문에 복지혜택을 못 받게 되면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법적 혼인을 포기했다.

B 씨는 결혼하지 않기로 했지만, 평생 혼자거나 연애만 하고 살 생각도 없다. 동반자로서 상대와 함께하되 결혼으로 국한되길 원치 않는다. 결혼하지 않아도 동거하면서 동반자(배우자)로 인정받길 원한다.

현재 다양한 형태로 동반자를 원하고 가족을 원한다. 각자의 다양한 형편과 가치관이 인정되는 것이 인권을 존중하는 길이다. 동반자등록제는 사회보장적 제도이며,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기회의 균등을 맞추고, 정당한 권리가 행사되는 명명한 제도이다.

동반자등록제?

기대수명이 높아지고 사회 시선이 달라지면서 노인의 재혼이나 동거가 늘어나고, 미·비혼모 가정, 장애인공동체, 비혼 커플, 동성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하고 있다. 또한, 한부모가정과 다문화가정, 1인 가구 등이 증가하지만, 법적인 가족형태를 떠난 다양한 가구에 대한 구조적 대안은 아직 어설프다.

지난 5일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상임대표가 동거 노인, 미혼모, 비혼 커플, 공동체, 동성 커플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동반자등록제’를 제정하겠다고 대선 공약을 내놨다.

동반자등록제란 프랑스의 PACS(시민연대협약)와 비슷하다. 프랑스는 비혼 커플, 동성 커플 등 결혼하지 않지만 동거하는 커플에게 법적 부부와 똑같은 혜택을 주는 PACS를 1999년에 도입했다.

‘동반자등록제’는 법적 혼인과 사실혼, 그 밖의 가족형태에서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인다. 동반자등록제가 시행되면 동거인과 의료보험 통합, 비혼 상태로 아이를 출산해도 법적으로 부모 밑으로 호적 등록 및 세금 문제 해결, 동거인 사망 시 유산상속 문제의 해소 등이 예상된다.

심 대표는 동반자등록제를 거론하면서 부가적인 정책도 내다보았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주택문제 해결, 한부모·다문화가정 자립을 돕는 일자리 창출, 노인과 장애인 등 동거 및 공동체 생활을 가정형태로 인정한다. 동성 가정도 차별을 두지 않는다.

정책 취지는 제도 밖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정책적으로 보호하자는 것이다. 부가적인 정책도 반박할 것이 없어 보인다. 다양한 현실 가구 형태에서 필요한 부분이다. 필자는 사회보장제도 측면부터 현실적으로 만져져야 동반자등록제가 매끄럽게 시행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정책이 세우고 실정에 맞는 체계나 행정적인 방안이 우리 피부에 닿게 실행되는 것은 다음의 문제이다. 우선, 동반자등록제에 돌입하는 현실을 인지해야 한다.

동반자등록제에 대한 의견으로 천안시에 사는 C 씨(남성)는 “우리나라 가족체계에서 그것(동반자등록제)을 과연 받아들일 수 있는지 우려된다. 하지만 찬성한다”고 답했다.

용인시에 거주하는 D 씨(남)는 “명분 있는 정책이다. 나와 같이 동반자등록제에 대해 찬성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적 혼인에 따른 일반가정을 이루지 않는 사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아직 동거에 대해 관대하지 않고, 일반적인 형태의 가정을 이루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사람, 관계에 책임감이 없는 사람 등으로 여기는 편견도 상당하다.

또 사실혼도 법적 부부들과 크게 다를 바 없으므로 동반자등록제가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수순으로 보는 태도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프랑스 국립인구연구소(INED)의 비공식 자료에 의하면 PACS 등록자 중 이성 커플 비중이 95%(2009년) 이상으로 보고 있다. 명백히 동반자등록제는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제안이 아니다. 한정해서 해석하는 것은 동반자등록제의 취지를 무너뜨린다.

우리는 혼자이면서 혼자일 수 없는 사회적 존재다. 어떤 형태든 평생 혼자이지 않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친근한 관계를 함께해 나가는 것과 가장 근본적인 공동체 형태를 혼인이라는 단편적 제도로만 인정한다면 소외되는 이가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든지 소외받지 않고, 어떤 애정의 모습으로도 인정받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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