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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6.20 10:05

추적자 "백홍석의 선택과 강동윤의 선택, 세상이 슬프고 잔인한 이유..."

황일관의 선택과 서지수의 선택, 그럼에도 신혜라는 눈물을 흘리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사실 돈이 없다고 사람이 아주 못살지는 않는다. 물론 너무 없으면 정상적인 삶을 누린다는 자체가 아예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최소한만 갖추어진다면 조금 덜 먹고, 조금 덜 입고, 조금 더 불편하게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가난하지만 사랑하는 아내가 있고 딸이 있어 행복해하던 가족이 있었다. 다만 그렇더라도 조금 더 많은 돈이 그들에게 주어졌다면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만족이란 어쩌면 한계일 것이다. 여기까지라고 선을 긋는 것이다. 포기이며 체념이다. 나는 이것밖에는 안되니까. 우리에게는 이것이 최선이니까. 그 안에서 찾으려 한다. 그 안에서 구하려 한다. 그 밖의 것들은 어차피 자신들에 허락된 것이 아니다.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다. 포기가 쌓이고 체념이 쌓인다. 그것은 차라리 절망조차 아니다. 희망이 있어야 절망도 있는 것인데 희망마저 포기하고 체념해버린 자신들에 어떤 절망이나 있겠는가. 그저 그렇게 당연하게 여기고 사는 것이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희망이 찾아와 그 당연한 일상을 뒤흔들기까지.

강동윤(김상중 분)이 말하는 선택의 순간일 것이다. 아마 강동윤 자신도 이미 오래전에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지독한 가난으로 인해 끼니마저 포기해야 했었다.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어렵게 들어간 대학을 중간에 그만두지 않으면 안되었다. 아내 서지수(김성령 분)를 만났을 때도 그랬을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 이 지독스런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서회장(박근형 분)에 의해 오랜 꿈을 코앞에서 놓아버려야 했을 때 그의 앞에는 서지수의 사고라는 마지막 희망이 주어지고 있었다. 결코 놓을 수 없는.

차라리 아무것도 없을 때는 당당할 수 있었다. 세상에는 돈으로 사고팔 수 없는 것이 있다며. 아무리 많은 돈을 주더라도 자기의 양심과 의리를 팔아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 금액이 10억에 이르고 있었다. 잔인한 것이다. 주는 쪽에서는 그까짓것 그다지 티도 나지 않는 액수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정작 받는 입장에서는 인생이 바뀔 수 있는 돈이다. 가족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 아내의 약값과 자식들의 대학등록금, 무엇보다 더 이상 자신과 마찬가지로 구차한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 자기와 같은 삶을 자식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 10억이란 황일관(강신일 분)에게 그런 돈이었다. 기꺼이 가족과도 같던 백홍석(손현주 분)에게 총을 겨눌 정도로.

백홍석이라고 다를까? 그것은 하나의 깨달음이었을 것이다. 오랜 친구였다. 오랜 동료였다. 믿고 의지하던 친구였다. 죄인이 되어 쫓기는 그에게 경찰로서의 자신의 자리까지 걸고 의리를 지키려던 동료였다. 하지만 그들도 눈앞의 유혹을 거부하지는 못했다. 입으로는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손으로는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인간이란 얼마나 약한가? 인간이란 얼마나 슬픈 존재인가? 그렇게라도 살아가려 한다. 그렇게라도 꿈을 꾸려 한다. 비로소 강동윤의 말이 아프게 다가와 박힌다. 그렇다면 자신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 당장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억울하게 죽은 자신의 딸에게 원조교제나 일삼던 약물중독자라는 낙인을 찍인 당사자였다. 이미 죽은 딸이 그로 인해 사회적으로 다시 한 번 죽었다. 억울하게 죽은 것도 원통한 일인데 그 죽음마저 누구로부터도 동정받지 못한다. 오히려 비난과 모욕이 쏟아진다. 그래서 아내도 죽었다. 딸을 잃은 슬픔에 그런 딸의 명예조차 지켜주지 못한 무력감에 아내마저 죽고 말았다. 그래서 거절했었다. 강동윤의 편에 서서 죽은 딸에게 참혹한 낙인을 찍고, 아내마저 죽게 만든 그를. 그럼에도 어느새 강동윤의 반대편에 서서 그를 물어뜯으려는 그 추악함에 대해. 하지만 그의 뒤에는 그토록 버거운 강동윤마저 파멸시킬 수 있는 힘이 도사리고 있다. 그들이 유혹해 오고 있다.

결국 선택하고 만다. 자신의 간절함 앞에 무릎꿇고 만다. 오히려 더 큰 악일 것이다. 더 큰 죄의 근원일 것이다. 어쩌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모든 모순과 부조리의 근원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선택한다. 그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기에. 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한을 풀고 그 원흉인 강동윤에게 댓가를 치르게 한다. 그를 위해서 못할 것이 무엇이 있는가? 자기 힘으로 하지 못한다면 설사 더 더럽고 더 추악한 손이더라도 그 손을 잡아서라도 그리 되도록 하면 될 것이다. 악마와 손을 잡는다. 그 역시도 이리도 약하고 슬픈 군상인 것이다.

반전을 이룬다. 이제까지는 강동윤이 악이었다. 백홍석의 딸을 사주해 죽인 강동윤이야 말로 마땅히 배제해야 할 악 그 자체였다. 그러나 강동윤의 앞에는 그보다 더 큰 악이 있었다. 강동윤이 부수고자 하는 모든 모순과 부조리의 근원이었다. 강동윤이 싸우고 있는 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적과 백홍석은 손을 잡는다. 강동윤이 작은 악이라면 그들은 더 큰 악이었을 것이다. 작은 악을 제거하기 위해 백홍석은 기꺼이 더 큰 악과 손을 잡는다. 강동윤이 악이라면 백홍석도 악이다. 결코 악하지 않은 악이기에 슬픈 악이다. 강동윤과 같다. 원인은 강동윤이 제공했지만 이때도 선택은 백홍석이 했다. 그래서 강동윤이 무대에서 사라졌을 때 남은 이들이 주인공이 된 이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당장 그 중심에 백홍석이 강동윤만큼이나 증오하는 대법관출신의 변호사 장병호(전국환 분)이 있다.

인간이란 어쩌면 이리도 슬픈가? 어쩌면 인간이 사는 세상이란 이리도 추하고 더러운가? 압권이었을 것이다. 그리 아내를 꾸짖으며 인간의 도리를 말하던 황일관이 자동응답기에서 들려오는 10억이라는 말에 한순간에 굳어버리는 것은. 그의 아내가 황일관을 설득하는데는 다른 어떤 논리도 필요치 않았다. 단지 10억이면 되었다. 그가 평생을 한 번도 감히 들어보지도 못한 액수. 그러나 강동윤의 입장에서 그것은 그리 큰 돈이 아니다. 윤창민은 30억을 받았다.

서지수도 선택을 한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 이제는 강동윤 한 사람이다. 사랑하고 있는가의 여부는 상관없다. 그녀 자신의 남편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남자이며 그의 여자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를 지켜야 한다. 그것이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가치이며 존엄이다. 강동윤의 여자로서 서지수의 남자를 지키기 위해 그녀는 스스로 희생하려 한다. 그것은 오로지 서지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다.

신혜라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다. 그녀는 하고 싶어도 못한다. 아니 설사 하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로지 서지수만이 가능하다. 강동윤과 같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 가장 가까이에서 이토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건만, 그러나 가장 필요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을 강동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다름아닌 그의 아내 서지수 뿐이다. 그것이 서럽다. 결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을 그녀의 현명함과 냉정함이 스스로 직접 마주하도록 만든다. 서지수는 강동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 하고, 신혜라는 단지 그것을 뒤에서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강동윤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는 다른 누구도 아닌 신혜라 자신이어야 했다. 역시 신혜라 자신의 선택일 것이다.

누구나 선택을 한다. 누구나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그러면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선택이란 또한 포기이기도 하다. 아들 서영욱(전노민 분)을 위해 딸 서지수를 단호히 포기해버린 서회장의 경우처럼. 가족을 위해 황일관은 백홍석을 포기했고, 딸의 복수를 위해 백홍석은 부정한 권력에 대한 분노를 포기했다. 강동윤은 양심을 포기했다. 신혜라는 여성을 포기했다. 남겨지는 것이 서러운 것이다. 버려지는 것이 서러운 것이다. 선택의 결과 얻는 것과 포기함으로써 버려지게 되는 것들. 그렇더라도 서지수는 스스로를 희생하는 대신 강동윤의 아내로 남게 되지 않았던가. 백홍석 역시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딸의 아빠이고 아내의 남편일 수 있었다.

최정우(류승수 분)가 서지원(고준희 분)에게 묻는다. 어째서 기자가 되었는가? 기자의 일이란 진실고 마주하는 것이다. 과연 서지원은 기자로서 자신의 아버지, 혹은 오빠, 가족의 진실과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같은 간절함이나 절박함이 그녀에게는 있는가? 최정우에게는 있다. 그래서 그는 검사가 되었다. 최정우는 서지원을 이해하지 못한다. 서지원도 최정우를 이해하지 못한다. 처음으로 마주한 언니 서지수의 죄는 서지원을 당황하게 만든다. 아직 그녀는 여유롭다.

잔인한 드라마다.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한다. 선택하도록 강요한다. 버려지는 것들을 유도한다. 가장 소중한 것들이 각자에게서 참혹한 비명과 함께 떨어져 나온다. 아프다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할 정도로 잔인한 비명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그것은 서러운 울음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이 악이 된다. 세상은 악으로 채워진다. 버려진 것들이 남긴 한이 세상을 죄로 채운다. 아프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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