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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6.19 10:03

추적자 "박검사의 위악,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를 나무랄 수 있는 이유..."

서회장의 선택과 신혜라의 선택, 권력이 괴물을 만들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당연하다. 똥 묻은 개가 권력이니까. 무엇이 더러운가는 권력이 판단한다. 권력에 묻은 똥은 금보다도 향기롭다. 권력도 아닌데 묻은 티끌은 똥보다 더럽다. 그래서 사람들이 권력을 손에 쥐고자 그리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더럽지만 않다면 똥도 뒤집어쓸 만하다.

어쩌면 부패한 검사 박민찬(송영규 분)의 마치 연극배우와도 같은 위악스런 과장된 표정과 몸짓들은 그같은 현실에 대한 나름의 조롱이고 복수였을 것이다. 그런다고 과연 너희들이 나를 어찌할 수 있겠는가? 나는 검사이고 내 뒤에는 한오그룹의 후계자 서영욱(전노민 분)이 있다. 지금 나는 그를 위해 일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고작 푼돈이나 받아 챙겼을 뿐인 황반장(강신일 분)이건만 검사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되는 일까지 기꺼이 저지른 자신이 그를 수사하고 심판한다.

얼마나 우스운가? 하지만 바로 그것이 현실인 것이다. 고작해야 당당히 드러내놓고 처리하지 못할 일들에 대해 자신의 비공식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리 뻔뻔하게 거만한 태도를 취한다. 하기는 그런 서영욱 앞에 마치 개처럼 납죽 엎드려 있는 자신도 자신이다. 무엇보다 그런 자신에게조차 감히 고개를 들지도 못하는 황반장이라는 가련한 인생이 있다. 황반장이 무언가 개인적으로 직분을 이용해 법을 어기고 범법을 행한 것이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고작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자기에게 이 수모를 당하고 있는 모습이 우스운 것이다. 자신은 옳았다.

굳이 황반장이 짓지도 않는 죄를 억지로 꾸며 압박하려 드는 것은 그같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었다. 검사의 신분을 이용해 없는 죄를 만들고, 그 없는 죄를 가지고 다시 황반장을 두렵게 만들 수 있다. 조고가 신하들 앞에 사슴을 던져주고 말이라 불렀듯 자신의 말 몇 마디에 두려움에 떠는 황반장의 모습에 어떤 배덕한 도취감마저 느끼고 마는 것이다. 부조리하고 모순된 현실이지만 그것이 자신을 위해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에 마치 남들은 모르는 세상의 비밀을 엿본 듯한 쾌감마저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들과 나는 다르다.

그래서 박민찬이 황반장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그런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으니까. 그런 자신을 모욕하려 하고 있으니까. 허튼 의리와 정의감으로 현실을 외면하려 하고 있다. 자신이 인정하고 굴복한 현실을 거스르려 하고 있다. 자신은 옳다. 아니 자신은 옳지 않지만 현실이 옳다. 그것을 거역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황반장이 마침내 그의 앞에서 굴복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비로소 정의는 승리한 것이다.

죄는 행위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법이 정하는 것도 아니다. 아니 법이 정하더라도 그 법을 정하는 사람은 항상 따로 있다. 법이 있어도 그 법을 어떻게 적용하는가 하는 것 역시 사람이 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것이 권력이다. 법을 만들고, 그 법을 마음대로 이용한다. 혹은 아예 그 법조차 필요로 하지 않는다. 도덕도 필요없다. 한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지만 수 만의 사람을 죽이면 그는 영웅이 된다. 무엇을 죄라 하고 악이라 하겠는가?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 간절함이 사람으로 하여금 선을 넘도록 만든다. 황반장으로 하여금 선을 넘도록 만든 것은 현실의 고단함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현실의 고단함을 이유로 백홍석(손현주 분)과의 의리마저 팔아넘기지는 않는다. 물론 백홍석이 이유를 만들어줬을 때는 황반장도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박민찬은 어떤 간절함을 위해 타락을 선택한 것일까? 분명 그에게도 법과 정의를 위해 일하고자 했던 순수로 가득하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죄를 지어도 죄가 되지 않는 힘이 그로 하여금 아무렇지 않게 죄를 짓도록 한다. 혐오하고 경멸하면서도 그런 현실을 인정해야만 하는 자신이 있다. 그런 자신을 이제 즐기게 되었다.

서회장(박근형 분)이 마침내 딸 서지수(김성령 분)를 가족에서 내치려 한다. 40년을 길렀다. 그러나 회사는 50년을 키워왔다. 서회장의 간절함은 한오그룹이라는 자신의 기업에 있다. 그것을 가지기 위해 처음 공동으로 창업한 다른 네 명의 형제들을 모두 내쫓았다. 그리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금에 이르도록 키워냈다. 그것은 서회장 자신의 삶 그 자체였다. 서회장이 평생을 지켜온 자신의 간절함이었다. 그것은 딸보다도, 어쩌면 아들보다도, 심지어 자기 자신보다도 우선한다. 권력을 쟁취하고 지키는 방법이다.

그것을 이제 강동윤(김상중 분)도 안다. 권력은 구걸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 빼앗는 것이라는 것을. 기회가 되었을 때 상대를 죽여서라도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협상은 이미 이겨놓고 나서 하는 것이다. 이미 싸움에서 이기고서 확실하게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 판단되었을 때 그때서야 자기를 위한 협상에 임하는 것이다. 먼저 찾아가는 자는 진다. 더 이상 서회장(박근형 분)은 장인도, 아내의 아버지도 아니다. 타협과 공존의 대상이 아니다. 어떻게 서회장이 지금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는가 비로소 강동윤은 깨닫게 된다. 그는 점차 괴물에 가까워지고 있다.

신혜라(장신영 분) 역시 괴물이 되려 한다. 간절한 것이 생겼다. 가질 수 없기에 더욱 간절한 것이 생기고 말았다. 서지수로 인해 강동윤의 곁에서 억지로 물러나야만 했다. 강동윤의 곁에서 강동윤을 위해 일하고 싶건간 그 모든 기회를 서지수가 막아버렸다. 강동윤 역시 그런 서지수를 필요로 하기에 적극적으로 그녀를 지키기 위해 나서려 하지 않는다. 힘이 필요하다. 권력이란 하고자 하는 바를 억누르지 않고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일 것이다. 강동윤을 압박할 수단이 그녀의 눈앞에 보이게 되었다. 어쩌면 강동윤을 파멸케 할 무기가 그녀의 눈앞에 놓여져 있다.

여전히 신혜라는 강동윤을 사랑한다. 그를 위하려 한다. 하지만 사랑과 증오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강동윤이 비로소 서지수를 아내로 인정했다. 서회장의 딸에서 자신 강동윤의 아내로 받아들였다. 서지수의 노력의 결과다. 마지막 순간 서회장은 딸 서지수를 버렸고, 아내 서지수는 강동윤을 위해 기꺼이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그에게 싸울 무기를 건네주었다. 서지수가 있는 한 신혜라에게는 기회가 없다. 간절함이 신혜라로 하여금 다시 선을 넘도록 만들 것인가.

어쩌면 비극의 윤회일 것이다. 권력의 윤회다. 서회장으로 인해 강동윤은 죄를 짓고, 그 강동윤으로 인해 백홍석도 죄를 짓는다. 백홍석이 강동윤에게 죄를 되갚음하듯 강동윤도 서회장에게 죄를 되갚음하려 한다. 누가 죄인인가? 백홍석 역시 서지수의 입장에서 흉악한 납치범에 불과할 것이다. 그녀에게도 백홍석의 딸을 치었다는 원죄가 있다. 서회장이 서지수를 버림으로써 서지수도 서회장을 버린다. 그렇게 서로 칼을 품고 서로에게 칼을 겨눈다. 짐승이 사는 정글이다.

어떻게 인간은 죄를 짓고 악으로 빠져드는가? 그렇다면 그 근원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째서 인간은 죄를 짓고도 아무렇지 않게 잘 살 수 있는가?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백홍석은 죄인이 되고 강동윤은 악인이 된다. 당연한 결론처럼. 그다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겠지만 말이다. 무섭다.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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