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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6.18 09:20

남자의 자격 "남자와 낭만에 대하여, 문제와 한계를 보다."

남의 이야기를 빌리고도 끝까지 하지 못하는 윤형빈과 전현무, 문제의 근원을 보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남자의 자격>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의 가치와 더불어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 보여준 에피소드라 할 수 있겠다. 밤낚시와 아내와의 설레이던 추억과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하는 시간들... 그러나 한 편으로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빌어 말하지 않으면 안되는 빈곤함이 있었다.

윤형빈이 매번 <남자의 자격>에서 재미없다며 굴욕을 당하는 이유일 것이다. 전현무에 대해 항상 이경규가 진정성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도 양준혁은 <남자의 자격>에서 자기만의 역할을 찾지 못했다. 김국진은 갈수록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

결국 공감일 것이다. 그동안 <남자의 자격>이 비록 최고까지는 아니었어도 상당한 대중적 관심과 화제를 불러모은 이유였을 것이다. 내 이야기다. 혹은 내 주위의 아는 누군가의 이야기다. 어딘가 반드시 있을 법한 그런 이야기다. 웃음기가 부족해서 항상 그 부분을 지적받아왔음에도 정작 가장 화제가 되었던 미션들 가운데 웃음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것은 그래서였다.

우습거나 놀라워서만 재미가 아닌 것이다. 격정이라고는 아예 찾아볼 수 없는 잔잔함조차 공감하는 사람들에게는 재미가 될 수 있다. 물처럼 공기처럼 아무 느낌 없이 담담하고 당연한 것이 재미가 된다. 전제는 과연 그러한 내용들에 대해 공감하고 동의하는가. 자신의 이야기라면 어떤 재미없는 이야기라도 얼마든지 스스로에게 재미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남자의 자격>이었다. 그런데 과연 지금의 <남자의 자격> 멤버들에게 그같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남아 있는가?

물론 있을 것이다. 아니 없을 수 없을 것이다. 모두에게는 자기만의 일상이 있다. 일상으로 돌아가 일상인이 되는 순간이 존재한다.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남편이고, 자식이고, 연인이고, 친구이고, 동료이고, 이웃이다. 모두가 특별하듯 그들 또한 특별할 것이고, 모두가 평범하듯 그들 또한 평범할 것이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사람들이 귀기울여 관심을 가지고 들을 수 있도록 꾸며 전하는가.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수많은 일상 가운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가공한다. 결국 그같은 모든 것들이 예능인으로서의 기술적 역량 - 즉 실력이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낭만에 대하여'라는 미션을 주었더니 카메라를 들고 엉뚱한 길가는 사람들을 찍고 있던 윤형빈의 경우일 것이다. 기껏 야구라고 하는 주제를 찾아냈음에도 야구장의 평범한 일상 속에 자신까지 묻혀버린 양준혁의 경우가 그렇다. 무엇보다 자기의 이야기가 아닌 마치 시험문제의 답을 맞추듯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도식화된 정답을 쫓던 전현무가 있었다. 전현무와 관련해 진정성에 대한 지적과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논술은 커녕 단답식조차 되지 못하고 예시된 답 가운데 하나를 골라 그에 맞추려 한다. 최소한 <남자의 자격>을 통해 사람들이 보고자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 터다. 차라리 아무것도 없어도 음악에 심취한 이윤석의 모습에 더 공감이 가는 이유다.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며 무심코 찾아와 습관처럼 음악을 듣는다는 이야기가 어느새 자신의 일상을 일깨우고 만다. 술에 취해서, 혹은 잠에 취해서, 기쁨이나 슬픔과 같은 감정에 취해서, 그래서 일상이 작은 균열을 메우려 본능적으로 찾는 곳이 있다. 집보다 더 그립고 집보다 더 편안한 곳. 긴장을 풀고 알몸으로 쉴 수 있는 곳이다. 이경규가 찾은 저수지에서 웃옷을 벗은 채 낚시에 매진하던 어느 강태공의 모습도 그와 같을 것이다. 남들에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스스로 무장을 벗고 솔직한 알몸의 자신으로 돌아간다. 아내에 대한 호감의 표시로 연애시절 다짜고짜 록바에 데리고 갔다 오히려 오해만 샀더라는 이야기가 그래서 정겨운 것이다. 누구나 그런 자신만의 심취한 또다른 일상이 있지 않은가.

김태원의 경우는 일상 속의 또 다른 일상을 보여주고 있었을 것이다. 28년을 만나왔다. 18년을 부부로 살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아내와의 일상들이 설렌다. 그리고 더 설레는 일상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 설레임의 근원으로. 처음 아내를 만났던 장소와, 아내와 데이트를 하던 시장과, 아내와의 굴곡진 기억이 아로새겨진 흔적과, 그리고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과연 김태원의 일상을 엿보며 그의 특별한 또 다른 일상을 쫓는다. 김태원에게 낭만이란 그런 것이구나.

그런 점에서 김국진도 실패였다. 물론 보기 좋았다. 수십년을 아직도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어서도 마치 신혼처럼 다정하기만 한 노부부라는 것은. 하지만 그 안에 김국진은 어디 있는가? 과연 김국진이란 그가 찍어온 사진 어디에 있는가? 노부부의 사진은 김국진이 아니더라도 찍어올 수 있다. 윤형빈도 마찬가지다. 양준혁도 마찬가지다. 전현무는 말할 것도 없다. 어디에도 김국진은 보이지 않는다. 윤형빈도 양준혁도 보이지 않는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남자의 자격>의 현주소다.

공감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다. 그를 위해 웃음마저도 많은 부분 포기했다. 다큐멘터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대한 작위를 배제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시청자와의 교감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래서 공감을 넘어 진한 감동까지 끌어낼 수 있었다. <남자의 자격>이 그동안 비교적 높은 시청률과 탄탄한 시청자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런데 정작 그런 <남자의 자격>에서 멤버들 자신이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꺼려하거나 수줍어한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제작진의 책임도 크다. 출연자 자신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맬 때 적절히 길잡이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로 제작진의 역할일 것이다. '낭만에 대하여'라는 미션을 정했다면 그 미션에 대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시청자를 위해서도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인지 세심하게 배려하여 유도하는 것이다. 어차피 미션도 제작진이 정하는데, 그 미션을 수행하는 방향이나 범위에 대해서도 가이드를 제시한다 해서 그것이 <남자의 자격>의 자율성이나 자연스러움을 해친다고 보지는 않는다. 과거 '신입사원'편을 방송했을 때에도 어디에서 신입사원시절을 체험할 것인가는 제작진이 정했었다. 지금도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미션이다.

결국 방향을 잃은 것이 현재 <남자의 자격>이 처한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청자의 공감을 가장 앞에 내세우면서도 정작 시청자와의 교감에 있어서는 매우 소극적이거나 아예 무책임하다. 그나마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 그런 가운데서도 가장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 이경규와 김태원 두 출연자에 불과한 것이다. 거의 멘트도 두 사람 사이에서만 나온다. 여전히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큰형 이경규와 그에 아부하는 셋째 김태원으로서 이제는 멤버들 사이에서도 공공의 적이 되어 버렸다. 그 다음으로 기복은 있지만 미션에 따라 가장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또다른 감동을 선사하는 이윤석이 있을 것이다. 집단토크 때는 매맞는 역할도 훌륭히 수행한다. 그러나 과연 나머지 김국진 이하 멤버들은 어떠한가?

멤버들 자신이 소극적이면 적극적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도 제작진의 역할일 것이다. 특히 양준혁과 전현무는 도중에 합류했기에 확실하게 프로그램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제작진의 역할이 필수적이었다. 캐릭터를 확인할 수 있는 판을 벌려주고, 그들의 역할을 적극 살려 분량을 뽑아냄으로써 시청자들로부터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다. 프로그램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가르치고 유도하는 것도 그들의 역할이다. 멤버들 자신의 소극성도 문제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명확한 방향이나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무책임과 무능도 문제다. 총체적 문제다. 사실상 몇몇 멤버를 제외한 나머지는 철저히 화면에서 사라져 있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무척 재미있었다. 특히 이경규와 김태원이 나오는 부분은 예전 <남자의 자격>을 보는 듯한 흥분마저 느끼게 했다. 이런 것을 기대했었다. 바로 이런 것들을 즐거워했던 터였다. 이윤석 또한 분위기와 더불어 사소한 농담들 사이에 더욱 친숙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역시 이번주도 김국진 이하 양준혁, 전현무, 윤형빈은 버려졌다. 사진을 찍어오면 전시한다고 하더니만 선별해서 하나만 걸던 전과는 달리 모두 한꺼번에 전시하고 있었다. 배려일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아도 떨어진 긴장을 더욱 떨어뜨리는 역할만 할 뿐이다. 안타까웠다. 나머지 3분의 2가.

굳이 멋진 답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우스꽝스러우면 웃으면 된다. 한심하다 여겨진다면 그리 여기면 된다. 그래서 웃을 수 있으면 좋다. 정답이란 없다. 예능이란 바로 그같은 하찮음이고 시답잖음이다. 다만 두려워하면 안된다.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아마도 메인MC로서 이경규가 갖는 한계일 것이고, 제작진의 방기일 것이다. 우습더라도 진정이 담겨 있었드면 그 안에서 공감을 찾고 나름의 만족을 얻을 수도 있었으련만.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전현무와 양준혁을 보게 된다. 더구나 전현무는 여전히 진정성의 문제를 지적받고 있다. 캐릭터가 없다. 리얼버라이어티의 캐릭터란 리얼버라이어티가 말하는 리얼리티다. 마지막 마무리는 정말 허무했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었는가.

김태원-이현주 부부의 여전한 모습이 정겨웠다. 필자 주위에는 저렇게 오래된 오뎅집이 없다. 정말 반가웠을 것이다. 낚시 가서 남이 잡은 물고기로 괜히 사진을 찍어 보는 것도 하나의 낭만일 터다. 잡아서만 맛이 아니라 그 느낌을 즐겨보는 것이다. 과연 즐겁지 아니한가. 재미있었다. 그나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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