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6.17 09:57

TOP밴드2 - 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착각, 시즌1 초심으로 돌아가다.

승자보다는 패자에게 향하는 따뜻한 시선, TOP밴드의 원점을 보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어쩌면 터무니없는 착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네임드라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최고의 밴드들이라고 했다. 과연 이만한 밴드들이 모두 출연하고 있으니 시즌1에서의 부진을 씻고 비로소 <TOP밴드>를 통해 밴드와 밴드음악을 대중에 알리는 계기로 삼을 수 있겠다.

하지만 함정이었다. 아마 밴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국카스텐이라는 이름을 결코 모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밴드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그런 국카스텐조차 <나는 가수다2>라고 하는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리기까지 그 이름을 아는 사람조차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단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유명한 밴드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당장 밖에 나가 길을 막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내 귀에 도청장치'라는 밴드를 아는가? '트랜스픽션'이라는 이름은 들어보았는가? '피아'라는 밴드가 있다는데 그 음악을 한 번이라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하기는 야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알고 있는 노래다. 야구와 관련해 어지간한 히트곡보다 더 오래 더 많이 방송을 통해 들려진 노래였다. 그러나 과연 '치고달려라'라는 노래를 만들고 부른 것이 타카피라고 하는 팀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그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밴드들이 총출동한 <TOP밴드2>가 오히려 시즌1만도 못한 2% 남짓한 시청률에 그치고 마는 것. 어지간한 심야음악프로그램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이다. 밴드가 갖는 위상이며, 그 가운데 네임드라 불리우는 팀들이 갖는 위치다. 그런데도 단지 네임드라는 이유만으로 들떠서 그들을 전면에 내세우려 했다. 일반 대중은 아는 이조차 거의 없는 무명의 신인과도 같은 밴드들이 네임드라는 타이틀을 걸고 프로그램을 끌고가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과연 아는 이조차 거의 없는데 그런데도 밴드들을 네임드라 전면에 내세웠을 때 그 이름들에 이끌려 프로그램을 찾아보게 될 사람들이란 어떤 사람들이겠는가?

그래서 말이 나오는 것이다. 더 많은 무대를 보여달라. 더 많은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달라. 다른 것은 필요없다. 하지만 과연 이들 네임드라 불리우는 팀들이 굳이 <TOP밴드2>라고 하는 서바이벌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아마추어 팀들과 겨루기로 마음먹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시즌1부터 제작진이 밴드를 주인공으로 한 서바이벌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된 이유일 것이다.

어차피 <TOP밴드> 없이도 밴드를 찾고 밴드의 음악을 찾아들을 기존의 팬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아직 밴드음악의 매력을 경험하지 못한 더 많은 보통의 대중들에게 밴드와 밴드음악을 알리기 위한 것인가? 어찌되었거나 이대로 가만히만 있어도 충분히 마니아들 사이에서 네임드라 불리우며 떠받들려질 나름대로 입지가 굳은 밴드들이라는 것이다. 어째서 그들은 망신일수도 있는 그 길을 선택하는가? 실제 몇 개의 팀은 차라리 출연하지 않느니만 못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었다.

제작진의 고민이기도 할 것이다. 어차피 마니아들은 본다. 아니 기존의 마니아들이라면 굳이 <TOP밴드>를 통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이제껏 해온대로 밴드를 찾고 밴드음악을 즐길 것이다. 그보다는 아직 밴드와 밴드음악의 매력을 알지 못하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을 소개하고 싶다. 시즌1에서와 같이 밴드의 공연에 전혀 익숙하지 못한 보통의 시청자들이 어색한 몸짓으로 밴드의 공연을 찾아가 보도록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사실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시즌1이 바로 그 해답이었다. 무대위에서 밴드들이 호응을 유도해도 도무지 어떻게 호응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일어서서 함께 뛰어주어야 할 때도 다른 공연에서와 마찬가지로 앉아서 단지 눈과 귀로만 즐기려 할 뿐이다. 그런 이들이 밴드의 공연을 보려 몰려들고 있었다. 전혀 익숙지 않은 밴드음악을 들으며 그들의 무대에 열광하고 있었다. 시청률은 낮았지만 그렇더라도 대한민국의 밴드음악의 저변보다는 높았다. 어째서였을까? 시청률은 무척 낮았는데 화제성에서는 결코 여느 서바이벌프로그램에 뒤지지 않았다.

결국은 예능이라는 것이다. 역시나 마니아이기에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TOP밴드2>는 결코 음악프로그램이 아니다. 음악을 소재로 한, 밴드가 중심이 된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이다. <나는 가수다2>와도 다른 것은 <나는 가수다>는 그나마 기존에 대중에 익숙한 가수들이 주로 출연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미 출연가수들의 이름만으로도 하나의 권위가 되어 시청자의 복종과 동의를 강요하지만그러나 <TOP밴드2>의 경우 그렇게 하기에는 네임드들조차 이름앖의 무게가 미치지 못한다. 철저히 예능으로서, 그리고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을 통해 접근할 수밖에 없다.

예능이란 서사다. 드라마다. 각본없이 자신들이 만들어가는 드라마일 것이다. 서바이벌이라고 하는 자체가 그같은 드라마를 전제로 한다.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도태되어 사라진다.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이의 환호와 사라지는 이의 탄식이 어떤 사연을 만들게 된다. <나는 가수다2>에서도 과연 이번주 누가 탈락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자 시청률 역시 전과는 다르게 고전하고 있지 않던가. 무대란 바로 그와 같은 극적인 서사 위에서 극대화되는 것일 터다.

지난 시즌1에서 게이트플라워즈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이유였다. 과연 게이트플라워즈가 아닌 몽니나 내 귀에 도청장치, 혹은 트랜스픽션이었다면 그와 같은 관심을 잡아끌 수 있었을까? 톡식이 아닌 데이브레이크였어도 그렇게까지 화제가 되었겠는가? 이미 트랜스픽션과 슈퍼키드가 트리플토너먼트에서 맞붙었지만 그에 따른 충격이나 화제성 역시 톡식과 브로큰발렌타인에는 미치지 못했다. 실력이 부족해서라기에는 그들은 이미 시즌1에서 전문심사위원이었고 초청밴드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밴드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듯 나타나 사람들을 놀래킬 때 그 효과는 극대화되는 것이다. 이미 네임드라고 예고된 팀들이 아닌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팀들 가운데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피아가 우승한다고 해서 그것이 그다지 놀랍거나 흥분되는 일이 아닌 것과 같다.

결국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네임드에 대해 철저히 네임드로서 예우함으로써 그들을 강제로 스타로 만드는 것이다. 공중파란 이미 하나의 권위이기에 그 권위를 빌어 대중에게 그들을 스타로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듯 유도하는 것이다. 자기가 전혀 알지 못하는 분야의 최고의 실력과 명성이란 그 자체만으로도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단, 그러자면 먼저 프로그램을 봐야 한다. 그래서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차라리 아예 네임드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오로지 프로그램의 서사에 충실하는 것이다. 네임드가 아닌 하나의 밴드로서 <TOP밴드2>가 갖는 서바이벌이라는 서사에 충실한다. 드라마를 만들고 그로써 사람들의 눈을 끌어들인다. 네임드로서가 아니라 드라마 안의 관심가는 빼어난 실력의 밴드로서.

가차없이 떨어진다. 잔인한 눈물도 흘린다. 패자가 되어 어깨를 늘어뜨리며 물러선다. 그 위에 네임드가 붙는다. 승자가 되었을 때는 영광으로, 패자가 되었을 때는 이변으로, 그리고 그들은 다른 밴드를 위한 디딤돌이 되어준다. 서사가 만들어진다. 승자의 드라마가, 그리고 패자의 드라마가, 또다른 이변과 기적의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승자의 환호와 패자의 좌절과 이변과 기적의 놀라움과 기대 속에. 음악과 무대가 특별해진다. 그냥 듣는 음악과는 다르다. 굳이 예능이 음악이라는 옷을 입으려는 이유다. 음악이 예능의 형식을 빌려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확실히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절묘한 연출이었다. 다양한 아마추어들이 출연한다. 때로는 우습고 때로는 흐뭇하다. 감탄도 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혀도 찬다. 그렇게 다양한 밴드들이 출연하고 거의 끝무렵에 실력자들이 등장한다. 마치 지금 이들을 보여주기 위해 지금까지의 내용들을 준비한 것처럼. 밴드와 밴드음악의 일상적 매력에 빠져들어갈 때 마치 묵직한 카운트처럼 비일상의 놀라운 밴드와 음악의 세계를 경험하도록 한다. 각인일 것이다. 브로큰발렌타인과 게이트플라워즈의 등장은 무료한 일상을 깨뜨리는 하나의 기적과도 같았다.

아마 이번주 방영된 내용이 뜻하는 바일 것이다. 멀리 돌아 결국 초심으로 돌아간다. 네임드에 취했다가 다시 시즌1 원래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밴드를 알리겠다. 밴드의 매력을 알리겠다. 밴드란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님을. 당연히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님을. 평범한 사람들이다. 평범한 일상의 구성원들이다. 단지 밴드가 좋고 음악이 좋아 그들은 각자의 악기를 들고 무대에 선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놀라운 음악이 있다. 이번 시즌2에서도 역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장미여관이 다크호스로 스타탄생을 알렸다. 음악을 듣고 무대를 보기 전에 먼저 밴드와 밴드음악의 매력을 알라.

다만 안타까운 것은 너무 늦었다. 차라리 이번 300초 경연이 트리플토너먼트의 앞에 나왔어야 했다. 아니 아마 그래서 다음주 제작진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을 게다. 훈훈한 300초 경연에 이은 30개 팀 가운데 16팀을 뽑은 또 한 번의 잔혹한 서바이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먼저 살벌한 트리플토너먼트를 치르고 이어서 훈훈한 분위기의 300초 경연을 방송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먼저 팀을 알고 팀에 익숙해진 다음에나 경연에 들어가더라도 응원하는 팀도 생기고 더욱 서바이벌의 잔혹함에 빠져들 것 아닌가 말이다. 응원하는 팀이 이겼을 때 시청자도 역시 기분이 좋고, 응원한 팀이 탈락했을 때 서운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어차피 음악은 음반을 들으면 된다. 무대는 공연을 찾아보면 된다. 동영상도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 굳이 밴드와 밴드음악을 즐기는데 있어 <TOP밴드2>라고 하는 예능프로그램에 기댈 이유는 없다. <TOP밴드>가 아니어도 밴드와 밴드음악을 즐기는 이들은 그렇게 하면 된다. <TOP밴드>가 아니면 밴드와 밴드음악의 매력을 아마도 앞으로도 상당기간 알 기회가 없을 사람들을 위해서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다시 말하지만 <TOP밴드2>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예능이란 서사다. 이야기다. 재미다.

아무튼 장미여관은 진짜였다. 그저 우습기만 한 팀이 아니다. 독특한 개성만을 내세운 팀이 아니다. 질러줄 때는 질러준다. 늘여 줄 때는 늘여준다. 끈적거릴 때는 끈적거리며, 호쾌할 때는 호쾌하다. 가장 흥겨운 음악이 아니었을까? 트리플토너먼트에서의 자작곡 '봉숙아'가 그 끈적거림으로 유쾌함을 이끌어냈다면, 이번의 커버곡 'Get Up'은 원곡이 갖는 파워풀한 느낌을 살려 무대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기는 바로 그것이 밴드의 출발이다. 음악을 잘한다는 느낌은 받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뿌리까지 탄탄할 줄이야. 놀랐다.

코리아넘버원 역시 자신들을 선택한 심사위원 유영석의 어깨가 으쓱하도록 만들어주고 있었다. 가장 신났고 가장 흥미로웠다. 사소한 부분따위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는 흥겨움과 에너지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단지 좋다. 단지 즐겁다. 다른 말이 필요할까? 정밴드는 과연 그들의 음악적 지향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준다. 해리빅버튼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더 솔직했다. 해리빅버튼은 너무 생각화 힘이 넘친 결과 아쉬운 결과를 낳은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원초적인 마초의 냄새는 필자는 아직도 좋아한다. 악퉁 또한 탄탄한 사운드를 자랑하고 있었다.

시베리안허스키와 트랜스픽션, 피아의 경우는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게 듣는 청중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TOP밴드2>가 필요한 이유다. 지나치게 협소한 마니아층만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자칫 음악이 열화되어 정작 대중과는 멀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물론 그같은 소수를 위한 음악 역시 음악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할 테지만, 그렇더라도 그것이 과연 의도적인가, 아니면 의도하지 않은 함정에 빠져드는가는 별개라 할 수 있다. 시베리안허스티와 트랜스픽션은 과연 네임드란 무엇인가 그 이름값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었다.

소소한 일상이 좋았다. 사소한 이야기들이 좋았다. 역시 밴드가 좋다. 밴드를 하는 모두가 좋다. 밴드음악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승자가 아닌 패자의 모습과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TOP밴드2> 제작진의 따뜻한 배려와 사려깊은 시선일 것이다. 승자는 어차피 남는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있다. 하지만 떨어졌다고 그들의 음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음악이 가치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밴드음악을 하는 동지다. 동류다.

다른 서바이벌과는 다르다. 승자만을 뽑는 다른 서바이벌과 차별되는 부분이다. 모두는 밴드인이다. 밴드와 밴드음악을 사랑하는 <TOP밴드>인들이다. 비록 시즌2에서 끝나더라도 <TOP밴드2>를 잊지 못하는 이유다. 밴드들이 굳이 <TOP밴드>에 출연하려는 이유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과제가 남았다. 그것은 <TOP밴드>라고 하는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된 그 순간부터 주어진 숙제였다. 아직도 답은 없다. 이리저리 답을 찾아 헤매고는 있지만 뚜렷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단지 노력한다. 제작진과 참가한 팀들과 시청자 자신도. 밴드가 좋다. 음악이 좋다. 사람이 좋다. 즐긴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