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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음악
  • 입력 2011.02.15 18:54

가치부전-카라 3인의 어설픈 여론전략

여론이 카라 3인에 등 돌리는 이유

▲ 사진 = DSP 미디어
유명한 병법삼십육계의 27번째 계략으로 가치부전假痴不癲이라는 것이 있다.한 마디로 풀면,
"바보인 척은 하더라도 미치지는 마라."
바보는 뭐냐면 스스로 모자른 것이다.미친 것은 다른 사람들에 거스르는 것이다.즉 모난 돌이 정맞는다. 남들보다 특출나게 잘나봐야 바로 그 남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미친 놈 취급이나 받을 뿐이다.그러나 잠시 양보하여 어리석은 체를 하면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사마천이 말한 '최악의 정치는 백성들과 다투는 것이다'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다.백성은 원래 싸우자는 대상이 아니다.설사 백성이 어리석고 무지하여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그것을 일방적으로 억압하거나 강제하려 들 때 과연 백성은 그것을 순순히 선의로 받아들이겠는가.사람이 다치고 마음이 다치고 마침내는 왕조가 무너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사업을 하는데 고객이 클레임을 건다.실제 일상에서도 곧잘 벌어지는 일이다.규정을 악용해서 실컷 신제품을 구입해 사용해 놓고는 반품하여 환불을 요구한다.사업하는 입장에서 그것이 잘못이라고 고객과 다투는 것이 과연 옳을까?잠시 바보가 되어 그런 악성고객에게 고개를 숙이더라도 다른 고객들에게 고객과 싸우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어서는 안 된다.

요체는 싸울 상대를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전쟁이 나서 싸우러 가야 하는데 병사들을 보니 사람을 죽여 제사를 지내면 이길 수 있다는 잘못된 미신을 가지고 있다. 병사들의 미신을 바로잡는 것이 먼저이겠는가? 아니면 당장 병사들을 이끌고 나가 적과 싸우는 것이 먼저이겠는가?백성과 다투는 것이 먼저이겠는가? 고객과 시비를 가리는 것이 먼저이겠는가?

흔히 언론플레이라고 말하는 미디어전략의 기본이다.미디어전략이란 한 마디로 선전이고 선동이다.대중을 대상으로 그들의 판단을 유도하여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여론이 자기의 편에 서게끔. 여론이 자기에게 유리하게 움직이게끔.그래서 미디어전략이란 이미지전략이기도 하다.대중의 기호와 판단에 기대어 대중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도록!

그것은 대중을 가르치거나 설득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다.무지하면 무지한대로 이용하는 것이다.어리석으면 어리석은대로 또 가져다 이용하려는 것이다.잘못 알고 있으면 잘못 알고 있는대로 거스르지 않게 그에 편승하여. 중요한 것은 대중이 옳게 바르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내 편에서 나에게 유리하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번 카라 사태를 보며 느끼는 아쉬움이다.너무 서툴다.대중과 싸우려 한다.대중을 설득하려 든다.스스로 아이돌이면서도 아이돌에 대해 갖는 대중의 기대와 환상을 거스르며 오히려 가르치려 든다.심지어 팬들에 대해서마저 이러이러하니 이해해 달라.이해할 수 있도록 미디어를 통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말부터 꺼내고 행동부터 보이고 그 다음에 이해해달라고 한다.

아이돌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있다.특히 카라라고 하는 인기 아이돌에 대해 그동안 구축된 이미지가 있고 판타지라는 것이 있다.팀을 이루어 활동하는 아이돌에게 있어 우정이란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가.그래서 팬들도 "카라는 가족"이라며 하나 된 카라를 그동안에도 꾸준히 강조해 왔던 것이었다.미디어를 통해서도 카라 다섯 명은 참 친자매가치 사이가 좋구나.그리고 항상 가리는 것 없이 열심히 하고 그늘이 없고.성실하다는 것은 삿된 욕심이 없다는 것과도 통한다.사람들이 아이돌에 대해 기대는 것은 그같은 현실에 없는 순수에 대한 본능적 추구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것을 알아서 부수어 놓는다.왜 1월 19일 당일 여론은 카라 3인의 편에서 DSP 미디어(이하 DSP)편으로 급격히 돌아섰는가?처음에는 DSP가 욕을 먹었다.오죽하면 카라가 그랬겠느냐?얼마나 계약이 부당하고 대우에 문제가 있었으면 카라가 전속계약해지통보라는 초강수를 두어 대응했겠느냐? DSP와 카라라고 하는 강자와 약자의 구도에서 사람들은 약자인 카라의 편을 들고 있었다.그런데 어땠는가?정작 DSP와 카라 사이에 카라3인보다 약자인 박규리가 등장했다.

리더인 박규리만 빼고 나머지 4명만 전속계약해지를 통보하는 순간 상황은 역전되고 만 것이다.강자인 카라 4인과 약자로써 따돌림당한 리더 박규리로.그리고 또 얼마 안 있어 구하라까지 DSP로 돌아섰다.과연 그렇게 계약이나 소속사와의 관계에서 대화로 해결할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면 어째서 박규리와 구하라는 입장을 달리 하고 있는가?그것은 카라 3인이 내세운 명분을 결정적으로 흔들어 놓는 계기가 되었다.과연 카라 3인의 주장은 타당한 명분을 갖고 있는가?그리고 속속 드러나는 전속계약해지의 명분들의 허술한 부분들.자신있게 언론을 통해 떠벌렸는데 어느 것 하나 구체적으로 사실로 밝혀진 것이 없었다.오히려 특정인을 비롯 카라 3인이 외부인의 힘을 빌어 심지어 기획사를 옮기려 한다는 의혹마저 더해지고 말았다.아이돌에게 있어 가장 치명적인 돈을 위해 소속사를 배신하고 나가려 한다.소속사를 배신하는 것은 좋은데 입장을 함께 하지 않는 다른 2명을 통해 팀을 깨고 나가려 한다.그러면서도 5명의 카라를 강조하는 것이 얼마나 모순되고 보기에 안 좋았겠는가.

그렇게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니 결국 카라 3인도 협상테이블에 앉았다.그리고 일본에서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을 결정하며 대화로 모든 것을 풀어갈 것을 합의 보았다.트위터 등을 통해 이제 해결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긍정적인 메시지까지 보냈다.이미 많은 것이 어긋난 뒤이지만 이제는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구나.그런데 일본에서의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날, 기자들의 폭력에 분노하는 팬들 앞에 카라 3인은 새로운 폭탄을 돌려주고 있었다.느닷없이 잘 되어가고 있다던 협상을 깨고 전속계약부존재확인소송을 걸어버린 것이다. 더 이상 함께 못하겠다.

왜 지금 팬들마저 동요하며 카라 3인측을 비토하고 있는가.지난번 전속계약해지파동 당시와는 반응이 차원이 다르다.그래도 그때까지는 DSP를 성토하며 카라 3인을 믿고 지지해 주자는 여론이 더 강했었다.대중의 시선이야 차가워도 팬들은 한결같이 카라 3인의 편에서 DSP와의 전선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그런데 어째서? 판을 깼으니까.이제 대화로 협상을 통해 잘 해결되리라는 기대가 소송이라는 최악의 수순으로 접어들며 완전히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당장 카라가 깨질 위기인데 그 원인 제공을 카라 3인쪽에서 하고 있다.그리고 들이미는 것이 돈문제 !

한 번 박살났던 논리였다. 일본활동하는 내내 음반수입으로 고장 300만원 받았다. "점핑"으로 활동하는 동안 음반과 음원 수입으로 한 달에 13만원 받았다.이번에는 "루팡"으로 한 달에 14만원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안다. 더 이상 한국의 대중음악 시장에서 음반과 음원으로는 이익을 내기가 힘들다는 것을. 돈은 행사와 CF로 벌로 음반과 음원은 단지 홍보용에 불과하다. 방송활동마저 그 음반과 음원을 알려 행사와 CF를 따내기 위한 데몬스트레이션에 불과한 것이다.그런데 단순히 음반과 음원 수입이 얼마다? 아이돌의 경우는 더구나 음반과 음원 제작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기획사에서 낸다. 그런데 돈싸움이다. 카라가 깨질 상황인데 그 이유로 내세운 것이 허술한데다 그동안 신뢰의 문제라 하던 것과는 달리 돈이 이유다.

당연히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여론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그동안 카라를 안타깝게 여기며 우호적으로 보던 여론조차 이번 기회로 돌아서고 말았다.그런데도 한다는 소리가 기자회견이란다.기자회견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무슨 뜻이겠는가?대중이 잘못 알고 있으니 설득해 보겠다.대중이 잘못 판단하고 있으니 가르쳐 보겠다.행동을 그렇게 하고서. 그나마도 여전히 5명의 카라가 아닌 3명 뿐이었다. 나머지 두 사람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당장 DSP의 대응을 보더라도 카라 3인의 미디어전략이 얼마나 바보같고 심지어 미친 것 같은가가 한 눈에 드러난다. DSP의 입장은 처음부터 한결같았다. 카라는 5명이다.5명이 카라다. 카라를 깨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그를 위해서는 얼마든지 대화에 임하고 최대한 양보하여 요구조건을 받아들이겠다. 뒤로야 어떤지 몰라도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오히려 카라 3인이 카라를 깨려 하고 돈을 위해 이용하려 하지 DSP는 그런 카라 3인의 무도하다 싶을 정도의 공격에도 굳건히 대화의 의지를 놓지 않은 채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당장 누가 악역이고 누가 선역인가?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로 보이는가?

판을 깨려 했으면 DSP더러 판을 깨게 했어야 했다.아니 스스로 판을 깨더라도 적절한 절차를 통해 그 부담을 최소화했어야 했다.내용증명도 몇 번 보내보고,최대한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는 제스쳐를 여기저기 내보이고, 그럼에도 도저히 합의할 수 없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 한다며 갈등의 여지를 내비치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대화로써 풀어가겠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마침내 모든 것이 결렬되고 소송으로 가게 되더라도 최대한의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절차라는 게 쓸모없는 것처럼 여겨져도 하나의 약속이며 예의다.자신에 대한, 상대에 대한, 그리고 주위의 지켜보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이며 존중이다.두려워하는 것이고 삼가는 것이다.당장에 생각하는 것이 있어도 그러나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여 이만큼 양보하고 사양하고 더 고려하겠다.그럼으로써 주위에서도 그런 신호를 받아들여 설사 아니더라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마는 것이다.더구나 명분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런데 그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차라리 여론을 등에 업으려 하지 않았으면 또 모른다.대중의 생각이나 판단 따위 전혀 상관않고 오로지 법적으로만 당사자끼리 해결하려 했다면 말이다.사실 그랬어도 지금처럼 이렇게 여론이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어디까지나 당사자끼리의 문제니까.

싸움이란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지만 하려면 영리하게 해야 한다.최소한의 피해로 기왕에 할 것이면 한 번에 확실하게 끝낼 수 있는 싸움을 해야 한다.이겨야 하고 이길 수 있도록 싸워야 한다.싸워서 이기는 것은 하수다. 고수는 이기고 나서 싸운다.전략이 필요하고 명분이 필요하고 그것을 뒷받침할 힘이 필요하다.아무것도 없이 단지 내가 옳으니까. 단지 싸워 이겨야 하니까.그런 것을 두고도 아마 미쳤다 할 것이다.하물며 여론을 상대로 하는 싸움에서. 아무런 준비도 전략도 없이 명분마저 잃고서. 재판에서 이긴들 이런 상황에 카라 3인에게 남은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재판에서 이겨서 카라 3인의 주장이 옳다고 인정받았다고 대중이 그들을 좋게 보아줄까?

가장 답답한 것이 그것이다.누가 옳고 그르고는 둘째 문제다.누구의 주장이 맞고 틀리고도 나중에 따질 문제다.도대체 누구를 위한 싸움인가?도대체 누구에게 이익이 되자는 싸움인가?설사 이겨도 이겼다고 할 수 있는 이 싸움으로 승자는 누구이겠는가!팬들마저 등돌리고. 대중마저 외면하고. 홀로 독야청청하여 싸우는 싸움이라는 것은 설사 주장하는 것이 옳더라도 잠시는 바보가 되어야 한다.바보가 되어 낮추고 다른 사람의 눈높이에서 동의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단지 옳다고 주장만 하는 것은 싸우자는 것이고 거스르자는 것이다. 그것을 미쳤다고 한다.특히 여론을 상대할 때 가장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여론이란 같은 편으로 끌어들일 대상이지 싸우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니까. 카라 3인은 어떠한가?

도대체 주위에 누가 있는 것일까?하다 못해 이런 정도도 조언해줄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일까?지금 상황이 어떠한지 앞으로 어디로 흘러가려는지 그것이 카라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좋은 것만 보려 하고 유리한 것만 들으려 하고 자기 편하게 상황을 이해하려 한다.지금 소송을 걸 때인가? DSP와 누가 옳은가를 따지고 있을 때인가?카라 자신은? 그리고 카라를 바라보는 팬은? 카라에게 우호적이던 대중들은? 과연 어디로 가려 하는가?
차라리 어리석은 것이 어설프게 똑똑한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 그래서다.아니 가장 현명한 것은 때로 가장 어리석어 보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DSP는 카라가 주장하는 부당 대우에 대해서 최소한 카라 맴버와 그 가족에게라도 명백하고 단호하게 해명하기 바란다.카라 맴버와 가족이 설득이 안된다면 공식적인 창구를 통해 논리적으로 DSP 입장을 인정 받기 바란다.만약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당함이 있다면 이번 카라 사태가 DSP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 

카라 그들은 아직 어리다. 더 무럭무럭 잘 자라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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