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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6.14 09:07

유령 "너무 빨리 밝혀지는 비밀들,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다."

조현민과 김우현의 정체, 국가적인 스케일의 범죄가 준비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제작진의 의도를 모르겠다. 어떤 이야기에서 굳이 초반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가며 일부러 다루려는 내용이라는 것은, 이후의 전개나 주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어떠한 단서이며 전제일 것이다. 이야기가 이와 관련한 내용들로 이루어지게 될 테니 기대하고 지켜보라.

굳이 이미 있는 김우현(소지섭 분)이라고 하는 인물을 죽이면서까지 박기영(최다니엘 분)으로 하여금 김우현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했다. 정확히는 소지섭으로 하여금 최다니엘이 연기한 박기영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한다. 더구나 박기영은 악명높은 해커로 신효정(이솜 분)의 죽음과 관련해 유력한 용의자로 쫓기고 있던 중이었다. 경찰인 김우현이 사실은 살인용의자인 박기영이었다. 그런데 현실이었다면 기함을 할 그같은 큰 비밀이 너무 쉽게 밝혀지려 하고 있다.

하기는 박기영에게 누명을 씌우고 김우현마저 죽인 신효정 살인사건의 범인 역시 어느새 얼굴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아예 신효정이 죽임을 당하던 상황까지 적나라하게 묘사헤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에 얼굴을 비춘 세강증권의 대표 조현민(엄기준 분)이 바로 그 당사자다. 세강증권이 해커에 의해 협박당한 사건을 해결하려 찾은 자리에서 김우현과 조현민이 마주치며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만다. 언제 모든 비밀이 밝혀질까 안달하며 궁금해하던 것이 허무할 지경이다.

과연 언제까지 김우현은 자기가 김우현이 아니라는 사실을 숨길 수 있을 것인가? 언제쯤에야 김우현이 김우현이 아닌 사실은 살인용의자 박기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될 것인가? 어느새 공범이 되어 버린 유강미는 어떻게 그같은 김우현의 비밀을 가까이에서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 물론 김우현이되 김우현이 아닌 해커 박기영으로서 경찰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모습들도 드라마의 또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경찰에 쫓기는 범죄자가 경찰의 모습으로 위장을 하고 경찰과는 전혀 다른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건들을 해결해 나간다. 그런데 너무나 쉽게 몇 가지 단서와 증언만으로 권혁주(곽도원 분)는 김우현의 정체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어떻게 풀어나가려는 것일까? 이미 조현민이 신효정과 김우현을 죽인 범인이라는 것을 안다. 굳이 베일에 싸인 범인을 찾아내려는 노력따위 더 이상 시청자의 입장에서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더구나 김우현의 정체마저 권혁주가 눈치채고 말았다. 그것은 거의 확신에 가깝다. 하데스 박기영이 아니면 분석조차 불가능한 노트북 컴퓨터와 박기영의 부하직원이던 최승연(송하윤 분)으로부터 확보한 비밀번호는 부정하려 해도 너무나 확실한 근거가 되어 준다. 무엇보다 당장 경찰의 조직 안에서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김우현의 입장에서 경찰의 신분을 유지하기조차 어렵게 되어 버렸다. 경찰의 신분이 아니어도 된다면 굳이 박기영이 김우현이 되어야 할 이유란 없었다.

어쩌면 권혁주가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진범을 잡기 위해 눈감아주게 될지도 모르겠다. 박기영이 진범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더구나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김우현까지 죽인 진범이 따로 있음을 알게 되면서 유강미와 함께 또 한 사람 협력자가 되어 김우현의 곁에 서게 된다. 다만 그러기에는 권혁주는 뼛속까지 경찰이다. 다른 것도 아닌 경찰로 신분을 위장한 범법행위를 그대로 보아 넘기기에는 그의 원칙과 신념이 허락지 않는다. 계기가 필요하다. 김우현의 정체를 알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알려 처벌받도록 하지 못하는 어떤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경찰 내부에 존재하는 어떤 음험한 음모의 그림자와 같은 것일 게다. 김우현 또한 그와 같은 음모의 일각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결국 답은 스케일을 키우는 것에 있을 것이다. 하기는 조현민이 비록 신효정을 죽인 범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봐야 일개 증권회사의 대표에 불과하다. 그런 조현민이 김우현에게까지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은 - 아니 조현민과 김우현 사이에는 사실상 어떤 접점도 없었다. 신효정을 죽인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한 번 마주친 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조현민은 김우현이 몸담고 있던 경찰내 어떤 흑막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조현민이 관계한 국제적인 해커그룹 '대형'의 공격대상도 국가규모의 기간시설망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단지 조현민조차 그같은 흑막의 한 단편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드러나 있었다면 상관없을 테지만 일단 여러 겹으로 감춰두었다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면 그 순간 그의 수명은 끝난 것이다. 더 이상 궁금한 것도 호기심도 사라진다. 짜릿한 긴장도 기대도 흥미도 사라지고 없다. 이미 뻔히 아는 범인을 정체까지 들통난 가짜경찰이 전혀 모르는 체 열심히 쫓아다닌다. 그보다는 조현민의 정체를 알게 되었는데 그를 체포하기까지가 너무 멀고 버겁다. 그래서 권혁주를 비롯 경찰 내부에도 김우현의 팀이 있어야 한다. 권력주의 캐릭터를 배반하지 않으면서도 권혁주가 지금 알게된 진실을 덮을 수 있는 이유다. 아니라면 김우현은 다시 경찰로부터 쫓기는 처지가 되거나, 경찰 스스로 김우현의 범법행위를 돞는 모순된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재미없다.

스케일을 키우고 그에 맞서는 힘 또한 키운다. 사람 대 사람의 디테일함보다는 조직과 조직, 힘과 힘의 크기에 맡긴다. 사실 흔히 쓰이는 방식이기는 하다. 다만 그렇다기에도 속도가 너무 빠르다. 지나치게 복잡하게 벌려놓은 것에 비해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적응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결국 납득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드라마다. 아니라면 그것은 실패한 것이다.

물론 다른 가능성도 있다. 권혁주가 김우현을 의심하면서도 끝내 확신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만드는 또다른 반전이 있을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만일 가능하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대단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개연성을 해치지 않는 것. 무리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는 무척 잘해왔다. 앞으로도 잘할 것이다.

잠시 호흡을 고른다. 기대가 있다. 신뢰가 있다. 지금까치 충분히 재미있었다. 만족하며 보아왔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그 방법에 있어 이런저런 생각들을 나름대로 해보게 된다. 가장 바라는 것은 어떤 필자가 생각한 모든 가능성을 뛰어넘는 무엇일 것이다.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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