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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6.12 08:26

빅 "아이같은 어른, 어른같은 아이, 서윤재인 이유를 보다."

유쾌한 로맨스 판타지, 동화같은 비련이 흥미를 끌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어쩌면 영혼이 바뀌기 전의 서윤재(공유 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즉 강경준(신원호 분)의 영혼이 들어간 서윤재야 말로 서윤재 자신이라는 것이다.

로맨틱코미디의 성패는 남자주인공에 달려 있다. 로맨틱코미디란 로맨스 판타지다. 로맨스에 대한 낙천과 긍정의 기대가 유쾌한 코미디를 만든다. 여성시청자의 입장에서 가상의 로맨스를 꿈꾸고, 남성시청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이입할 수 있는 멋진 남자주인공이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드라마 <빅>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남자주인공 서윤재란 어떤 인물인가?

아이같다. 당연하다. 영혼이 아이니까. 이제 18살 겨우 고등학생이다. 재고 따지는 어른의 사정따위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나이다. 그러면서도 몸은 이미 훌륭한 어른이 되어 소아과 전문의로서 이미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말하자면 아이같은 어른이면서 어른같은 아이라고나 할까? 대책없이 순진하기만 한 길다란(이민정 분)의 캐릭터와 어울려 보살펴야 할 대상이면서도 자신을 보호해주는 주체이기도 한 모순되면서도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물론 때로 지나치게 오글거리는 부분도 아주 없지는 않다. 아무리 그래도 눈에 보이는 액면은 30대의 소아과 전문의라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외모출중한 성인남성이다. 그런데 하는 말이나 행동은 거의 10대 청소년의 그것이다. 그같은 부조화와 위화감이 아마 현실에서였다면 상당히 과격한 반응으로 이어지기 쉬웠을 것이다. 그것을 드라마는 적절한 때 여전히 어리지만 남자다운 모습을 보임으로써 많은 부분 해소하고 있었다. 서윤재의 원래 모습을 그다지 보여주려 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원래의 서윤재와의 간격을 아예 없앰으로써 캐릭터의 표현의 폭을 보다 넓힐 수 있다.

완전한 소년도 완전한 어른도 아니다. 그 경계에 있다. 그 사이를 계속해서 오간다. 그것이 바보같을 정도로 올곧고 순수한 길다란의 캐릭터와 서로 어우러진다. 어른같은 아이와 만날 때는 길다란의 올곧은 모성이 드러나고, 아이같은 어른과 만날 때는 오히려 아이보다 더 아이같은 길다란의 순수가 드러나는 식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원래의 서윤재가 길다란에게 반하기까지의 과정이 더해지면서 하나의 동화적인 판타지가 완성된다. 만남은 우연이며 사랑은 기적이다.

굳이 강경준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그것이 핵심이다. 그는 서윤재다. 길다란을 사랑하는 서윤재다. 길다란에게 운명과도 같이 반했고 그래서 서로 사랑하여 결혼까지 약속하게 되었다. 그 결혼까지 이제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다만 어른으로서 당연히 가지게 되는 그늘진 부분에 대해 영혼의 교환이라고 하는 편법을 통해 분식을 시도하게 된다. 서윤재가 이제껏 가지고 있던 현실의 모순과 갈등과 고민들을 해결하는 역할을 아직 아이인 강경준이 맡는다. 굳이 영혼의 교환이 아니더라도 또다른 인격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로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장마리(수지 분)은 서윤재의 영혼인 강경준을 보다 강조하기 위한 장치일 것이다. 길다란과만 함께여서는 강경준의 영혼이 들어간 서윤재란 단지 조금 성격이 특이해진 서윤재 이상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강경준과 예전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장마리의 등장을 통해 어쩔 수 없이 서윤재 안에서 강경준이 드러나 보이게 된다.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그 순간 서윤재는 더 이상 서윤재가 아닌 강경준이 된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 원래의 서윤재에 대한 강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세영(장희진 분)의 존재가 서윤재를 끌어당긴다. 바로 그 중심에 길다란은 있는 것이다.

반전이야 말로 드라마일 것이다. 모순과 부조화야 말로 드라마의 원동력일 것이다. 바로 그 드라마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 다름아닌 서윤재의 영혼교체다. 그래서 길다란의 캐릭터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한결같다. 서윤재의 모순과 반전을 길다란이 지탱하고, 길다란의 지루함에 서윤재가 활력을 불어넣는다. 역시 로맨틱코미디의 중심은 남자주인공이다. 의외로 선전을 기대해 보는 이유다.

궁합이 좋다. 길다란의 캐릭터와 이민정의 과장된 연기에 동의하게 되는 이유다. 그녀의 동화와도 같은 천진함이 있기에 서윤재의 모순된 부조화가 무리없이 받아들여진다. 서윤재야 말로 드라마의 중심이며 서윤재의 중심이 곧 길다란이다. 공유의 캐릭터 연기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비련이 있다. 함께 마주하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서로 바라보는 곳이 다르다. 서로 보는 대상이 다르다. 그 미묘한 엇갈림이 시린 안타까움을 만든다. 그것을 유쾌하게 소화하는 것이 로맨틱코미디다. 재미있는 이유다. 진지하지 않지만 집중하게 되는 매력이 드라마에 있다. 흥미롭다.

길다란이 바라보는 서윤재와 길다란을 바라보는 서윤재가 된 강경준과 강경준을 쫓아 미국에서 온 장마리, 그리고 원래의 서윤재를 찾는 이세영, 꼬이고 꼬인 관계가 바로 드라마를 만든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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