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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 검증을 예능으로 전락시킨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
국민을 대표하지도 못하는 패널과 진부한 질문으로 어떻게 검증할 수 있는가
2017년 02월 13일 (월) 14: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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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니스트 messiah21th@gmail.com

   
▲ 대선주자 국민면접 ⓒSBS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정치가 예능의 영역으로 들어온 건 벌써 4년이 넘은 일이다. 2013년 2월 방송을 시작한 JTBC의 <썰전>이후 국민들이 쌓은 정치적 식견은 정치 평론가, 전문가들 못지 않다. 지난해 탄핵 정국 이후 각종 종편 방송사들이 <외부자들>, <판도라> 등의 정치예능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국민들의 정치적 식견을 충족시키고 TV 시청률 확보에도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정치에 대해 무관심했던 모든 국민에게 정치를 관심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국가의 리더를 뽑기 위해서 정말 치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걸 모든 이에게 공감시킨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SBS는 <대선주자 국민면접> 방송 이전에 지난 대선에서 치밀한 검증을 하지 못했기에 얼마나 국정 운영이 혼란을 거듭했는지 수많은 사례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경각심을 불어 넣었다. 대선 후보에 관한 이미지 투표가 아닌 정말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전문성과 철학, 역량을 깊이 있게 검증하지 않으면 또 다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는 SBS 방송의 취지는 모든 이들에게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아쉽게도 어제 방송된 <대선주자 국민면접>은 시작부터 그 취지를 완전히 무색하게 만들었다.

일단, 패널들이 과연 SBS에서 그토록 강조한 ‘국민’을 대표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미 수많은 방송에 출연해서 진부한 정치적 의견만을 제시한 패널들에게 ‘국민’을 대표하는 면접위원 타이틀을 부여했다면 이건 방송사의 명백한 패착이다. 국민을 대표하려면 식상한 엔터테이너 중심이 아닌 성별, 지역, 연령, 계층의 입장을 각각 대변하는 인물들이 나왔어야 한다. 또는 패널 선정이 어렵다면 안희정 충남지사가 소규모 극장에서 국민들을 초대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듯이 직접 대선후보가 국민들의 의견과 질문을 경청하게 했어야 했다. 이번 국민면접은 이도 저도 아니다. 패널들은 대선 후보 검증이라는 중요한 과제에 대해 진중하거나 절박한 질문을 던져주지 못했고 대선 후보의 역량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국민들에게 확인시켜 주지 못했다.

또 하나의 패널 선정 문제점은 해당 패널들이 정치/경제, 사회/문화, 국방/과학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성을 전혀 보유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패널들의 질문이 계속 단편적이었고 서로 묻고자 하는 항목이 동일하다 보니 패널 간의 질문이 통일성을 갖추지도 못했다. 대선에 출마하려는 후보의 생각과 철학을 듣는 건 좋았으나 이마저도 표면적인 수준에 그쳤고 상당수 질문은 이미 <썰전> 및 KBS, MBC에서 대선 후보를 검증했던 질문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천편일률적인 질문이 제시되다 보니 대선 후보 역시 동일한 답변을 여기 저기서 할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패널 구성과 진부한 질문으로 대선 후보를 어떻게 검증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대선 후보보다 출연한 패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나중엔 후보의 발언을 경청하는데 급급했다.

프로그램의 구성 역시 잡동사니를 모아놓은 느낌이었다. 편집이 짧게 끊어지다 보니 대선에 나서려는 후보의 명확한 철학과 숙성된 사고에서 나오는 발언이 도출되지 못했고 10분 간격으로 광고 형식의 프로그램 홍보 또는 면접의 형식 자체가 자주 변경되다 보니 종편에서 진행되는 대선 주자 검증보다도 부실하게 프로그램이 흘러갔다. 특히, 대선 후보를 불러놓고 아무런 대안도 없고 고민도 없이 악플을 보여준 후 패널들의 웃음을 사게 만든 건 그야말로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 시청률 확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토록 강조한 깊이 있는 검증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시청률 확보에만 혈안이 된 검증이기에 보여주는 건 내내 후보의 이미지일 뿐이다.

국민의 대표로 나왔다는 패널 중 한명인 허지웅은 느닷없이 ‘게임을 하냐’는 질문을 던졌고 첫 회 출연한 문재인 전 대표가 ‘부부싸움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참는다’ 라고 발언한 후에 ‘그거 안 좋은 건데’라는 전혀 검증과 무관한 질문과 답변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기타 패널 역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검증을 하지 못하고 다른 방송에서 이미 본인이 언급했던 질문을 또 다시 던지거나 무존재로 일관하여 프로그램을 진부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는 문재인 후보에게 발음 테스트를 시켜서 출연한 대선 후보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정치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려는 취지는 알겠으나 국민들은 현재 국가를 이끌어가려는 리더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고 싶어서 해당 방송을 시청한 건 아니었다. 국가의 리더로서 어떤 생각과 철학을 갖고 있고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갈 것인지, 그리고 직면한 상황에 대해 어떤 문제 해결력을 지니고 있는지 다양하게 검증을 해주길 바랬는데 이는 프로그램의 의도가 정말 아니었던 것 같다.

미국의 대선 후보 검증은 정말 치열하고 격렬하다.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그가 지나온 발자취는 어떠했는지 그리고 후보가 직면하게 될 현안이나 이슈를 어떻게 해결하고 의사결정 방식은 어떻게 진행하는지를 정말 조목조목 따지듯이 짚어낸다. 후보의 이미지만으로 국가의 리더를 선출하면 그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밀하게 검증하는데도 불구하고 트럼프 같은 잘못된 리더가 선출되는데 하물며 후보의 이미지만 들춰내는 검증으로는 정확한 리더를 가려내기란 더욱 더 불가능에 가깝다.

역량 면접으로 올바른 인재 채용에 관한 중요성을 짚어낸 일본의 컨설턴트 카와카미 신지는 면접에서 가장 잘못된 방식으로 지원자의 생각만 단순히 짚어내거나 지원자의 역량과 전혀 무관하게 진행되는 이미지 중심의 면접을 꼽고 있다. 이런 오류를 제거하고 누군가를 대표해서 면접관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면접의 형식과 목적, 그리고 지원자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 구성과 철저한 면접 교육을 먼저 받아야 함을 강조했다. 우리는 전문성도 부족하고 국민을 대표하지도 못하는 패널들이 누군가를 검증하면 얼마나 위험한지 이번 주 내내 SBS의 <대선주자 국민면접>을 통해 지켜보게 될 것이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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