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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5.28 21:59

남자의 자격 "또다시 3주, 편집이란 끊어야 할 때 끊어주는 것이다."

좋은 것도 반복되며 어느새 지루해지고 지겨워진다. 과제를 남기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벌써 1년 가까이 지났지만, PD가 바뀌고 나서 <남자의 자격>이 가장 안좋아진 점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너무 늘어진다. 지나치게 질질 끄는 경향이 있다. 작년 물론 크게 화제를 모으기는 했지만 '청춘합창단'이 그랬고, 올해 신화가 출연한 '남자vs남자'편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금 '남자, 그리고 발명왕' 미션 역시 불필요하게 길다.

채널을 돌리는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또냐?"

<남자의 자격>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잊게 된다. 원래 무엇을 하던 프로그램이었던가? 어떤 것을 추구하고 무엇을 누구에게 보여주려던 프로그램이었는가? 기존의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어느 스튜디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패널로 출연해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럴 것이면 굳이 <남자의 자격>일 필요가 있겠는가?

물론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라고 전혀 하는 것이 없지는 않았다. 적당히 예능스럽게 멘트도 쳐주고, 또 아무래도 TV출연이 어색하고 긴장될 일반인 출연자들을 위해 이완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시청자를 대신해서 발명품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스스로 하나 이상 발명품을 고안해 와 일반인 출연자들과 마찬가지로 설명을 한다. 하지만 그런 정도라면 역시 말했듯 어지간한 스튜디오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패널들도 다 하지 않던가.

거의 대부분의 방송시간동안 멤버들은 그저 앉아 있을 뿐이었다. 나름대로 멘트도 치고 예능스러운 분위기도 만든다는 것도 방송이 끝나고 종합해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더라는 정도였다. 얼굴 한 번 보기가 그렇게 힘들었다. 목소리 한 번 듣기가 그렇게 어려웠다. 아마 이 역시 최근 <남자의 자격>을 통해 자주 보게 되는 모습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가끔은 초창기처럼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 중심이 되어 풀어가는 미션도 보고 싶다. 멤버들이 미션 가운데 만들어가는 이야기들을 리얼버라이어티답게 즐겨보고 싶다. 다름아닌 프로그램의 제목이 <남자의 자격>일 터이므로. 필자는 지금 <남자의 자격>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이다. 당연히 보통의 일반인들이 자신이 직접 일상 속에서 고안하고 구상한 발명품들을 들고 나와 전문가들로부터 평가받는 자리이니 일반인 출연자들이 프로그램의 중심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남자의 자격>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기존의 일곱 멤버일 것이다. 과연 그 가운데 절충점을 찾을 수 없을까? 그리고 떠올랐다. 작년 장기 5대 미션의 하나로 기획했다가 끝내 실행에 옮기지 못한 미션 하나를. 바로 당시 '남자, 그리고 사장님'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창업' 미션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라면대회를 통해 이경규의 '꼬꼬면'이 마침내 상품화되어 한때 크게 붐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경쟁업체의 다른 라면들과 함께 기존의 빨간국물 라면을 대체하는 하얀국물 라면이라는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어냈다. 일반인 출연자들의 발명품에 대해서도 멤버 자신들도 스스로 이미 투자를 하겠다, 함께 사업을 해보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심사위원으로 나선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지적하는 것이 상품화의 가능성이었다. 이 모든 것을 모아보면 하나의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일반인 출연자들의 발명품을 멤버들이 나서서 함께 상품화를 시도해 본다. 물론 너무 큰 것은 안되고 작은 것부터. 의외로 일반인 출연자들이 들고 나온 발명품 가운데 크게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나름대로 획기적인 발명품들이 적지 않았다. 그것을 심사위원의 도움을 받아 멤버들 스스로 선택하게 한다.

멤버들 자신이 일반인 출연자들의 발명품을 평가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도록 만든다. 어떤 발명품이 가장 마음에 드는가? 자신이 보기에 어떤 발명품이 가장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가? 미리 설정된 창업자금의 범위 안에서 자신을 위한 가장 적합한 발명품을 선택한다. 그 과정에서 멤버들 자신도 서로 눈치도 보고 경쟁도 한다. 아무래도 좋은 발명품은 거의 보는 눈이 겹칠 수밖에 없다. 더불어 그렇게 선택되고 난 뒤 상품화의 과정에서 어떻게 발명이 창업으로 이어지고 성공으로 이어지는가 보여주는 유익함도 기대할 수 있다. 아이디어는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가치로 만들어내는가 모르는 사람들이 주위에는 아직도 너무 많다.

어차피 케이블TV에서도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창업을 모티브로 한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들을 이미 다수 제작해 성공적으로 방송한 바 있었다. 그보다 더 현실적이고 더 리얼하다. TV를 보는 자신들의 일상과도 닿아 있다. 선택되지 못하고 탈락한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기회란 것도 결국 한정자산에 속한다 할 수 있다. 모두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프로그램차원에서 소화할 수 없는 발명품에 대해서는 별도의 경연을 진행한다. 멤버들 자신이 사업가가 되어 창업에 도전하고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다. 일반인 출연자들에게도 그것은 기회가 되어준다. 예능적인 재미도 기대할 수 있다. 작년 필자가 가장 기대했던 미션 가운데 하나도 그래서 바로 '남자, 그리고 사장님'이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창업의 꿈을 꾼다. 더구나 이미 전문가들과 함께 검토하고 검증한 발명품이라는 아이템도 있다.

결국은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좋은 것도 한두번이다. 작년 라면 미션은 고작 2주만에 예선을 마치고 바로 결선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세 번은 지루하다. 지루한데다 다시 결선까지 봐야 한다. 지겹다. 다른 더 큰 기대를 가져 볼 수 있다면. 다른 기대를 가지고 설레며 긴장하며 방송을 지켜볼 수 있다면. 멤버들 자신도 긴장이 풀어져 있었다. 누구도 긴장하지 않고 있었다. 시청자 역시 전혀 긴장 않고 그저 나오는 발명품들만을 지켜본다. 나름대로 유용하고 신선하면 그것도 재미가 있겠지만 아니라면 이보다 지겨운 일도 없다.

그래도 역시 술을 좋아하는 때문일 것이다. 기울기센서를 이용해 술잔이 비면 LED의 불빛과 함께 목소리로 알려주는 술잔받침이 무척 흥미로웠다. 막걸리를 마실 때면 항상 기포가 문제가 되는 터라 미리 가스를 빼주는 속뚜껑의 아이디어 역시 상당히 반가웠다. 만일 저 발명품이 상품화만 될 수 있다면 갑자기 터져나오는 기포로 인해 당황하는 일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핀란드 출신의 따루가 개발한 막걸리 아이스크림은 지금이라도 당장 냉동실에 얼려 만들어 먹어보고 싶었다. 물론 나름대로 그동안 개발한 레시피가 있겠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알콜은 온도와 반비례해 맛이 좋다. 소주도 얼려먹으면 맛있다. 한 번 필자도 그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정리해봐야겠다. 너무 먹고 싶었다.

남영상씨의 허세발명품도 무척 유용해 보였다. 원래 평소 지갑에 돈을 넣어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충동적으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은 터라 현금은 항상 불안하다. 그래도 또 지갑에 돈이 너무 없으면 사람이 없어 보인다. 더불어 어차피 모바일기기에도 케이스가 필요하다. 책이란 매우 들고 있으면서 보기에 좋은 형태를 띄고 있다. 양장본이라면 앞뒷면이 충분히 기기를 보호해 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적당한 크기의 타블렛으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터라 실용적인 목적에서도 그같은 케이스는 탐이 난다. 더구나 주로 E북을 많이 보기에 기분도 날 것 같다. 솔직히 팔베개나 회기적인 휴대용 리어카보다 더 탐이 났다. 물론 휴대용 리어카 역시 무거운 것을 들고 나를 때면 꽤나 유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바로 이런 재미일 것이다. 일상에서 유용한 발명품들을 만나는 것. 혹시나 지나치고 있었을 일상의 번거로움에 대해 어딘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통쾌하게 확인케 되는 것. 홍행실씨와 박찬미씨의 샤워기 아이디어 역시 필자로서는 매우 요긴한 것이었다. 샤워기로 물을 받아놓으려 하는데 그러면 항상 욕실 안이 온통 물바다가 되고 만다. 자칫 그 주위에 얼쩡거리기라도 한다면 바로 빨래거리가 늘어난다. 특히 문성환 심사위원이 지적한 그대로 고양이 한 번 목욕시키려면 한 손으로는 샤워기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고양이를 씻기는 등 혼자서 하기에는 힘든 점들이 너무 많다. 정말 탐이 난다. 권보민씨의 샤워기에 목욕솔를 단 제품 역시 솔을 교체하는 부분만 개선한다면 일상에서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것이다. 샤워기와 목욕타월을 함께 움직이는 것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거의 곡예수준이다.

아이들이 가위에 손을 다치는 일이 없도록 딱 종이가 들어갈 만큼만 틈을 낸 플라스틱 커버와 그리고 역시 필자도 항상 경험하는 운동화 끈이 풀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벨크로, 떡볶이와 물총우산의 아이디어는 역시 아이들다웠다. 문태원, 안전경, 문성훈, 문성진 가족발명왕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경겨웠다. <남자의 자격>이 계기가 되어주었다. 아무리 최근 많이 힘이 빠진 모습을 보여도 <남자의 자격>이 <남자의 자격>인 이유일 것이다.

특히 여름이면 땀이 많이 난다. 머리가 젖으면 그만큼 모양이 망가지는 것도 쉽다. 물을 먹어 힘을 얻은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뻗치기 시작한다. 하필 두 팀의 출연자가, 아니 이미 그 전에도 비슷한 아이디어로 출원이 있었다는 말에 역시 납득이 갔다. 그런데 어째서 저런 베개를 일상에서 찾지 못한 것일까? 당장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 있다면 구입하고 싶었다. 갈수록 더워지는 요즘 자고 일어나면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다. 지압도 될 것 같다. 결론적으로 실패한 발명품이지만 어째서 발명을 하는가 이유를 보여준다.

같은 이유로 미용실에서 머리를 만지는 도중 딴짓을 하기 위한 발명품 역시 서로 겹쳐서 출연하고 있었다. 더구나 이미 선행특허가 있는 발명품들이었다. 하지만 이해가 간다. 머리를 깎으며 딴짓을 하고 싶은 욕심이야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바로 그 딴짓으로 인해 한 순간 미용사의 노력과 성의를 수포로 돌릴 수 있다. 머리를 깎는데 딴짓을 하느라 머리를 잘못 움직이면 머리모양이 망가진다. 머리모양을 망가뜨리지 않으려는 발명품이 바로 앞에 있었다.

역시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두 분의 소방관들이 들고 나온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겠다는 일념에서 나온 소소한 발명품들이었을 것이다. 발명품 자체는 소소하지만 그 가치는 결코 소소하지 않다. 현장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라는 구명부환이지만 너무 크고 무겁다. 정작 필요한 곳에 사람이 잡을 수 있도록 던지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 가볍게 일반 PET병을 묶는 플라스틱을 활용해 휴대하기 쉽고 가벼운 구명도구를 만들었다.

물에 적신 수건으로 호흡기를 막고 있으면 화재시에도 질식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젖은 마스크를 만들었다. 방독면보다야 그 쓰임이 제한적이지만 보다 싸고 간편하게 최소한의 용도로 사람을 살릴 수 있다. 박종복 소방관, 소장섭 소방관, 바로 이런 분들이 있기에 위험인 넘쳐나는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안전할 수 있다. 새삼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진정한 소방관들이었다. 진정 감사한다.

겨우 예선이 끝났다. 물론 편집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발명품들도 많다. 발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러 선택한 발명품들도 있을 것이다. 최대한 시청자들에게 많은 것을 전달하겠다. 하지만 그 이전에 <남자의 자격>은 예능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정보는 그 다음이다. 과연 다음주 결선은 어떻게 진행하려는지. 이미 한 번 상세하게 설명이 이루어졌던 발명품 가운데 다시 보아야 하는 발명품들이 있다. 어떻게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고 보여줄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번에는 실망시키지 않기를.

아무튼 의미있는 조언이었을 것이다. 모두는 비슷한 생각을 한다. 세상에 놀랍도록 획기적인 아이디어란 그다지 많지 않다. 조금씩 발전시키며 완성해 나간다. 인류의 문명이 발전해 온 과정이었다. 기존의 아이디어에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더해 더 나은 발명품을 만든다. 포기하지 말라. 가능성을 보라.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래서 창업미션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새삼 생각한다. 남자로서 창업에 대한 꿈을 한 번은 가져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고용도 불안한 요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일 것이다. 필자의 주위에도 직접 창업에 나선 이들이 많다. 가장 기대했는데 결국 시작도 못하고 끝났다. <남자, 그리고 발명왕> 미션은 매우 취지에서 일치하는 바가 있다. 작은 기대를 걸어본다. 의미는 있었다. 그래도 나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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