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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5.27 13:02

TOP밴드2 - 젊은 아빠와 어린 아들, 비로소 'TOP밴드'다워지다.

이 땅의 밴드와 음악을 사랑하는 모두를 위해서, 마침내 주인을 되찾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바로 이런 느낌이었을 것이다. 작년 <TOP밴드> 시즌1을 보면서 필자가 느꼈던 어떤 따뜻함이란. 참으로 밴드음악을 아끼고 배려하는 제작진이로구나. 제작진이 밴드음악을 대하는 마음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어떤 각별함으로 <TOP밴드>를 대하게 된 이유였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2차예선 트리플 토너먼트에서 탈락한 팀이었다. 혹시나 기대를 가져 보았지만 하필 같은 조에 타카피가 있었다. 더구나 역시 같은 조의 니케아 또한 그렇게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결국은 그냥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렇게 음악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음악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이 밴드다.

음악이 곧 삶이다. 스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유명해지고 무언가 대단해지고자 해서가 아니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다.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한다. 노래를 할 줄 알면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칠 줄 알면 기타를 치고, 베이스를 칠 줄 알면 베이스를 치고, 드럼을 칠 줄 알면 드럼을 친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자기들만의 음악을 한다. 그래서 밴드 아니던가?

가수가 노래를 부르려 해도 악기의 연주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다못해 악기의 연주를 녹음한 MR은 있어야 제대로 무대다운 무대를 꾸밀 수 있다. 연주자 역시 보다 완성도 있는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서는 다른 보컬이나 연주자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연주자들도 세션을 쓴다. 보다 깊이 있는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 보컬을 무대에 세운다. 그 모두가 하나의 단위를 이룬다. 누구에게도 빚을 질 필요 없는 바로 우리, 나 자신의 음악이다.

많은 가수들이 자신의 이름을 딴 밴드를 거느리고 있다. 오로지 자신을 위해 자신의 무대에서 연주를 책임질 자신만의 밴드다. 노래를 한다. 노래를 하고 싶다. 그렇다면 과연 자신을 위해 연주를 해 줄 사람은 어디 없는가? 혹은 이미 연주자들이 모여 있고 자신들의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를 사람을 찾을 수도 있다. 어디 괜찮은 기타리스트가 있으면. 어디 좋은 베이시스트가 있다면. 때로 그래서 거꾸로 사람이 먼저 모이고 각자의 파트가 정해지는 경우도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음악을 하려는데 각자 어떤 부분을 맡아 책임질 것인가?

유명한 말이다. 'All for One, One for All' 모두가 하나를 원하고 하나가 모두를 원한다. 결국은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은 한 가지다. 바로 음악이다. 음악을 하고 싶기에 기타를 들고, 드럼스틱을 들고, 마이크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밴드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누구에게도 빚을 지지 않고 자신의 음악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밴드는 잘도 깨진다. 작년 <TOP밴드> 시즌1에서도 결국 경연이 진행되던 도중 밴드 'Poe'의 베이시스트가 탈퇴하는 난감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찌되었거나 음악을 한다면 자신의 밴드부터 찾거나 만든다.

결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어딘가 특출나거나 대단한 사람들이어서 밴드를 하는 것이 아니다. 아들 앞에서는 아빠가 되고, 직장에 가서는 주유원으로 일하며, 무대에서 드러머가 되는 바로 그들이 밴드를 한다. 연구를 할 때는 음악을 하듯, 음악을 할 때는 연구를 하듯, 둘은 다른 것이 아니다. 만약 음악이 더 소중하다면 음악을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할 것이다. 그렇게 외골수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다만 음악이 더 좋을 뿐 별난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다. 누구나 밴드를 할 수 있고 음악을 할 수 있다. 단지 그런 가운데 유명한 밴드도 있다.

동정하지 않는다. 연민하지도 않는다. 어떤 환상을 품지도 않는다. 낭만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히 보여줄 뿐이다. 때로 매몰차기까지 하다. 하필 같은 조에 타카피가 속해 있으니 밀려 떨어지는 것이야 당연하다 하더라도, 어떻게 같은 탈락한 팀인 니케아에 비해서도 분량이 거의 없는가? 안득균씨를 따로 클로즈업해 잡은 장면조차 거의 없었다. 그냥 그런 게 있다. 물처럼 담담하다. 흐르듯 보여준다. 대학의 전임교수나 국립과학기술원의 연구원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 바로 이런 사람들이 밴드를 한다.

처음 제작진이 <TOP밴드>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이유였을 것이다. 이 땅의 수많은 밴드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그다지 대단할 것 없는 수많은 아마추어밴드들을 통해 사람들과의 거리를 줄이고 저변을 넓혀보자. 하지만 정작 대단한 프로밴드가 대거 출연하면서 어느새 시즌1에서 출연자들과 함께 어울리던 시청자들이 느닷없이 객석으로 물러나 우러르며 지켜보아야 하는 외로운 처지로 저락하고 말았다. 지금의 시청자는 단지 구경꾼이다. 시즌1에서는 자신과 닮은 출연자를 수도 없이 찾아 볼 수 있었다. 비로소 초심으로 돌아간 것일까?

음악프로그램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모양이다. 아니 출연한 밴드들 자신을 위해서도 단순히 그들의 무대를 나열식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았던 모양이다. 준비기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어차피 아직은 예선이다. 더 대단한 모습은 본선에 올라가서 그때 보여주어도 된다. 지금 단계에서는 어떻게든 사람들의 흥미를 잡아끌어야 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자극적인 재미가 없다면 잔잔한 공감도 좋다. 자신의 이야기를 보는 듯 동질감을 불러일으킨다. 다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조차 하필 합격해서 위로 올라같 임이 아닌 그렇지 못한 팀을 굳이 취재해서 내보내는 것이 <TOP밴드>답다 할 것이다. <TOP밴드>에는 패자란 없다. 단지 밴드가 있을 뿐이다.

물론 이렇다 할 큰 재미는 없었다. 하지만 원래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어떤 대단한 재미를 기대하고 보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밴드라고 하는 드라마가 있고 공감이 있고 감동이 있다. 음악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 자신이 있다. 그런 일체감이었다. 그야말로 오랜만에 관객의 입장에서 무대위에 선 자신의 입장이 되어 프로그램을 지켜 볼 수 있었다. 대단한 밴드의 대단한 연주에 감탄하며 보기보다 자신도 한 번 밴드를 만들어 보고 싶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노래도 연주도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지루하지 않도록 트리플토너먼트의 경연을 적절히 잘라 편집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램넌츠오브더폴른은 원래 시즌1에서도 김도균이 무척 아까워하던 밴드였다. 워낙 정통헤비메탈이 뿌리를 두고 있기에 메탈밴드 '백두산'에서 지금도 기타를 치고 있는 김도균으로서는 자연스럽게 눈이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누가 기타리스트 아니랄까봐 유독 기타리스트만을 불러 연주를 해보게 한 뒤 다운피킹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아마 밴드음악을 즐겨듣는 사람이라면 업피킹과 다운피킹의 차이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을 것이다. 소리만으로도 때로 기타를 치는 피킹의 손동작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사실은 이들 팀의 트윈기타라 훌륭하다는 말을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하지만 역시 그런 장면까지 살려 집어넣은 것은 <TOP밴드>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우습지 않게 우스운 사람이다. 김도균은.

야야의 음악에 대한 유영석의 반발을 이해한다. 그러면서도 그같은 야야의 독특함을 살리려 한 신대철의 의견에도 공감한다.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신이 산다는 천국을 이땅에 재현하려 예술은 발달해 왔다. 가장 아름다운 것이 가장 뛰어났다. 하지만 신이 천국에 살지 않고 세상은 결코 낙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예술이란 더 이상 아름다운 것만을 담지 않게 되었다. 추한 것도 세상이다. 부조화와 불균형이야 말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그래서 위화감이 없었다. 엄격한 음악이론 위에서 그것은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음악이었지만, 모순된 세상 속에 그것은 단지 일부에 불과했다. 의도였을까? 그같은 전위적인 시도는 현대사회에서는 이미 일상이 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같은 호불호와는 별개로 음악에 대한 견해야 말로 음악인 자신의 고유한 것이다. 야야의 음악처럼 유영석 또한 자기만의 눈으로 음악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 그것은 권리이며 의무다.

타카피는 마치 아이들 노는 데 끼어든 어른과 같았다. 압도적이었다. 상대가 되지 않았다. 얄밉기까지 했다. 마침 안득균씨의 아들 종호군의 모습이 눈에 밟히는데 상대가 너무 셌다. 더구나 니케아 역시 상당히 끌리는 스타일의 매력적인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다. 하필 상대가 타카피였는가? 네바다51도 서바이벌에 출연하기에는 반칙이 아니겠는가. 그 완성도 높은 사운드에 대해서는 무슨 심사평이 필요할까 싶기도 하다. 정밴드의 연륜과 유나이티드93의 젊은 패기의 대결도 흥미로웠다. 유나이티드93의 연주는 그들밖에 하지 못한다. 반대로 정밴드의 깊이 있는 연주 또한 유나이티드93와는 전혀 다른 지점일 것이다.

역시나 <TOP밴드>의 원래 주인공은 밴드를 사랑하고 밴드음악을 사랑하는 수많은 팬과 밴드들일 것이다. 오히려 네임드라 불리우는 밴드들은 불청객에 가깝다. 아마추어나 소소한 팀들이 어울려 사람들에 자신을 알리고 음악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고자 출연하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생소하기만 하던 밴드들에 대해 대중들에 보다 가까이 다가서는 소중한 창구였다. 그런데 거의 난입하다시피 네임드가 나타나 프로그램을 장악해 버렸다.

그렇게 나가야 한다. 오히려 처음에는 아마추어들을 중심으로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고 그를 통해 네임드라 불리우는 밴드들의 대단함을 부각시킨다. 그로부터 서사가 만들어진다. 결국 언젠가는 네임드가 주인공이 되어 남아 있게 되더라도 그 중심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일상 속의 수많은 자신들에게 있다. 점차적으로 공감케 하고 프로밴드들로 하여금 감탄케 하고 감동케 한다. 다시 말하지만 <TOP밴드>는 음악프로그램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이다.

심사위원들에 대한 캐릭터메이킹은 불필요한 사족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시청자가 판단할 영역이다. 제작진은 단지 보다 심사위원들의 말과 행동을 의미있게 연출해 보여주는 것으로 그 역할이 끝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재미는 있었다. 신대철은 요즘 와서 까칠해진 것이 아니라 전부터 까칠해졌다. 유영석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다. 김경호도 그래서 강하다. 김도균은 아닌 것 같으면서도 할 말 다한다. 가장 큰 형의 입장이다. 중심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재미있었다. 시즌1에서 보던 <TOP밴드>의 그 느낌이었다. 네임드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당시의 소소하면서도 정겨운 공감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낼 수 있을 것인가. 거의 근접한 듯하다. 놀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발전하고 있다. 시청률이 아쉽다. 다음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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