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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7.01.18 17:50

[권상집 칼럼] 치졸한 중국의 문화 규제, 한한령(限韓令)

문화대국을 꿈꾸는 중국은 왜 문화소국의 모습을 보이는가

▲ '사임당, 빛의 일기' 포스터 ⓒSBS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대한민국은 현재 미국과 중국, 일본의 노골적인 외교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소녀상 설치 및 이전 문제로 일본은 한일 위안부 합의 약속을 어겼다며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 등 탐욕스러운 공세를 펼치고 있고 중국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해 국내 문화콘텐츠 전반에 대해 금지를 넘어 수출 규제 등 통제 범위를 연일 확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미국은 사드 배치에 대해 여전히 우리를 향해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으니 그야말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 주소이다.

중국은 국내 야당 의원들과의 회의에서 문화콘텐츠에 대한 압박이 실질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일반적인 외교 협상에서 상대방에 대한 압박과 통제를 부인하는 것이 관례이나 중국은 국내 정치인들을 앞에 두고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해 국내 문화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당당히 강조했다. 단적인 예로, 중국시장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제작한 SBS의 <사임당>은 2015년 가을부터 촬영을 시작, 지난해 여름 모든 촬영을 완료했지만 중국에서의 한한령(限韓令) 확산으로 방영시기가 지속적으로 늦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여름, CJ E&M이 한중합작영화 라인업 발표회에서 2017년 최대의 화제작 ‘군함도’를 한국과 중국 양국에서 동시개봉하기로 발표했으나 현재 상황을 보면 이러한 바램은 쉽게 성사되기 어려울 것 같다. 꼭 사드 배치 문제 때문만도 아니다. 문화대국을 꿈꾸는 중국의 광전총국이 예전부터 가장 신경 쓰며 규제한 분야는 바로 해외 콘텐츠의 수입 및 확산이었다. 문화콘텐츠 자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파급력을 대중에게 강력히 발휘하기에 중국은 광전총국을 내세워 예전부터 한류 콘텐츠의 수입에 대해 거부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참고로, 국내 콘텐츠 수출의 30%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가 이 상황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이다.

중국이 국내 문화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두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한민국의 모든 산업 중 문화콘텐츠 산업이 지금까지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국내 모든 제조업이 성장을 멈춘 상황 속에서도 국내 콘텐츠 산업 매출은 105조를 돌파하여 전년대비 5.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내 경제성장률의 2배를 넘어서는 수치이다. 또한, 국내 전체 수출 증가율은 2년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콘텐츠 산업 수출만은 지난해에도 8.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의 1/3을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기에 중국이 왜 험한령을 넘어 한한령까지 그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지 추정할 수 있다.

중국의 최종적인 목표 중 하나는 문화대국이다. 이미 2018년 할리우드를 넘어 중국 영화산업이 세계 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영화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기라도 한 듯, 중국은 이미 제조업에서 문화콘텐츠 업종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M&A를 확장하고 있다. 중국 최대의 콘텐츠 기업인 텐센트는 모바일 게임에서 국내 기업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발휘하고 있는 넷마블에 5,300억이 넘는 지분투자를, YG엔터테인먼트에는 3,900억에 육박하는 투자를 진행하여 국내 방송, 음악, 게임 콘텐츠에 이미 직/간접적으로 발을 들여 놓았다.

또한, MBC의 대표 프로그램 <무한도전>, KBS의 <개그콘서트>, JTBC의 <히든싱어>, <비정상회담>등은 중국에서 노골적으로 프로그램을 베껴 자국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 문화체육관광부는 장관부터 국정농단 사태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에 휘말려 있어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항의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저작권보호원 등이 단일한 목소리를 내야 할 이 상황에 중국의 콘텐츠 압박과 최순실 사태로 인해 국내 정부부처들이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고 있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문화콘텐츠 시장을 이끄는 선도 기업들의 주가는 전년 초와 대비했을 때 일제히 하락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1년 전 대비 41% 하락으로 주가가 가장 많이 내려앉은 상황이고 CJ E&M, 쇼박스, YG엔터테인먼트, 키이스트 등의 주요 선도 업체 주가도 모두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의 한한령 리스크가 국내 한류 수출과 위상을 얼마나 위협하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근거이다. 2018년 5월 사드 배치가 확정되었을 때 중국은 이를 빌미 삼아 지금보다 더 강압적이고 노골적인 압박과 통제, 그리고 국내 문화콘텐츠 전반에 대한 감시에 들어갈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이 국내 문화콘텐츠 업계 전반에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도 희망이 있는 건, 문화콘텐츠 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대중의 감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공감을 주는 효과를 발휘하기에 국가 차원의 직접적인 전방위 규제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중국 최대 검색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에서는 다른 나라의 콘텐츠보다 중국 네티즌들이 훨씬 더 많이 국내 콘텐츠를 검색하고 있다는 점을 데이터 결과로 보여주었고 tvN의 <도깨비> 역시 중국 온라인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고 호평 받고 있다. 중국의 최상위 음악사이트에서도 여전히 국내 가수들은 신곡을 낼 때마다 차트 올킬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한류 콘텐츠가 지금 불법으로 더 많이 중국 네티즌들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업체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광전총국은 여전히 ‘모르쇠’ 전략을 취하고 있다. 현재 SBS의 <푸른 바다의 전설>과 tvN의 <도깨비>는 중국에서 가장 많이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다. 치졸한 문화 규제로 상대방 국가의 콘텐츠를 전면 통제하면서 동시에 해외 수출 분야에서는 여전히 중국 일방의 콘텐츠 제작을 주장하는 게 문화대국을 꿈꾸는 중국의 모습이다. 무방비 상태로 이 상황에 직면한 국내 정부나 힘의 우위만을 자랑하는 중국 정부나 초일류가 되기엔 여전히 먼 것 같다. 이 상황에서 웃음 짓는 건 오직 미국의 할리우드 및 콘텐츠 기업들뿐이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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