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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5.20 10:58

넝쿨째 굴러온 당신 "축복받아야 할 임신, 그러나 그녀가 서럽게 오열하는 이유..."

점차 자신을 잃어버린 진실에 다가가는 방귀남, 임신이라는 현실과 만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임신이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것이다. 장차 새로운 생명을 낳게 된다. 새로운 생명이 그로부터 태어난다. 이보다 더 고귀하고 축복받을 일이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정작 차윤희(김남주 분)는 더구나 사랑하는 방귀남(유준상 분)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에 심지어 오열하기까지 한다.

당연한 것이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 이전에 그녀는 인간 차윤희다. 한 남자의 남편이고 한 집안의 며느리이기 이전에 그녀는 오롯한 자신 차윤희인 것이다. 그녀에게도 그녀의 삶이 있다. 그녀가 가고자 하는 길이 있다. 그녀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그런데 정작 임신이 그 꿈에 방해가 된다.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그 꿈을 이루는 것을 방해하는 절망이 된다.

어째서 요즘 사람들은 아이를 잘 낳지 않는가? 세계적으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묻고 싶다. 과연 차윤희의 입장이 되었어도 아이를 낳고 싶겠는가? 하고 싶은 일도 있고,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있는데, 더구나 아이를 가지게 되면 그 일에 지장이 있을 것이 분명한데, 그런데도 아이를 낳으라 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포기하라 하는 것과 무에 다르겠는가? 실제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는 이유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다. 아예 그것을 감안하고 여성은 잠깐 일하고 마는 인력으로 생각하고 고용하고 대우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대안은 무언가? 하지만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이란 결국 재가복지다. 각자가 알아서 해결하되 부족분을 나라에서 책임져주는 것이다. 각자가 알아서 기른다. 다만 그 가운데 일부 나라에서 도움을 준다. 정작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알량한 도움이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보장이다. 충분히 기회를 누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욕구와 권리를 배타적으로 지킬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확고한 보장이다. 임신하고서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고, 아이를 낳고서도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 굳이 친정이나 시댁을 통하지 않고서도 아이를 기르는 것과 일을 병행할 수 있다. 많이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사회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당장 여성을 무슨 아이낳는 도구쯤으로 여기는 시할머니(강부자 분)나 시어머니 엄청애(윤여정 분)와 같은 고루한 시각부터 벗어야 할 것이다. 당연히 낳는 것이 아니다. 낳고 싶어서 낳는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낳는다. 출산은 의무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행복을 위한 권리다. 강요해서가 아니라 낳고 싶으니 낳는다. 낙태를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임신을 했으면 누구나 기쁘게 아이를 낳고 안심하고 기를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만들면 된다. 하지만 당장 아이를 낳을 것을 강요하는 시할머니와 시어머니의 태도에서 오히려 억압과 강제를 느끼고 만다. 아이를 낳는다고 기쁠 까닭이 없다.

하기는 그래서 송수진(박수진 분)은 미혼모의 딸인 것이다. 미혼모에 대한 차별이 여전하다. 미혼모가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것은 우리사회에서는 아직도 힘들다. 그런데 마냥 도덕적인 책임을 물으며 낙태만을 금지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를 송수진를 낳아준 어머니도 끝내 거두지 못하고 외국으로 입양보내고 말았다. 그나마 송수진은 운이 좋다.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자랐다. 그보다 더 비참한 운명에 놓이는 아이들이 현실에는 더 많다. 개인의 책임이니 개인이 기르라. 당장 며느리이기도 하기에 차윤희의 입장과 생각에 대해 조금만 더 고려해 주었으면 어땠을까? 기쁘게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방귀만만 같아도 그렇게 절망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참 안쓰러운 것이다. 축복이어야 할 임신이 절망이 되고 저주가 된다. 모두가 행복해야 할 한 생명의 잉태가 한 사람을 울게 만드는 슬픈 일이 된다. 더구나 그 우는 것이 아이를 잉태한 어머니 자신이다. 차윤희가 못된 것인가? 아니면 차윤희가 경우가 없어서 그러는 것인가? 가족이 모두 호랑이에게 물려가는데도 끝끝내 산을 내려가지 않으려는 여인의 사정이란 그리 각박한 것이다. 드라마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드라마속 인물들은 그같은 우리네 일상에 함께 살아간다. 드라마의 미덕이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현명하게 임신과 출산, 그리고 일에 대한 고민을 풀어낼까? 요즘 작가가 내놓는 답을 보며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다.

아마 나와 남을 나누는 기준일 것이다. 나란 우리다. 항상 쉽게 말한다. 죄란 밉다. 죄란 용서할 수 없다. 반드시 응징하여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가족이라면?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라면? 차라리 죄를 마주하는 것조차 두렵다. 죄를 마주하고 그 진실을 확인하는 것조차 무섭기 그지없다. 모든 것이 착각이었으면. 이 모든 것이 자기가 잘못알고 오해하는 것이었으면. 더구나 그것이 자신에 대한 것일 때 남은 가족은 어떻게 본단 말인가? 그 충격은 어떻게 한다는 말일까? 그래서 때로 가족이라는 이유로 말도 안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마침 같은 방송사에서 그와 관련한 <적도의 남자>라는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기도 하다.

방귀남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다. 방귀남이 악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무개념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현명해서다. 오히려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흔히 인지상정이라 부른다. 작은어머니의 죄를 안다고 해서 그것을 어쩌겠다는 것일까? 작은어머니 장양실(나영희 분)의 죄를 알게 되었다고 해서 그것을 도대체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것일까? 사실을 알리고 다른 가족들까지 분노케 하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다. 때로는 몰라서 좋은 일이라는 것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책임을 물어져야 한다. 역시 드라마에 대한 신뢰에 걸어 보는 부분이다. 어떻게 적절히 균형을 유지하며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올바른 답을 이끌어낼까? 아마 방귀남의 기억이 일부 뿐이라 오해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에 기대를 가져 본다. 장양실이 모든 일을 주도했다기에는 그동안 사실이 밝혀지는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했다.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

방이숙(조윤희 분)이 끝내 천재용(이희준 분)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천재용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고 울고 말았다. 감당하기 힘들다. 여자의 눈물이란 남자에게 참으로 무겁고 무서운 것이다. 자기에게 의지해 온 것은 고맙고 좋은데 도대체 무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모르긴 몰라도 천재용은 차윤희 이후 단 한 번도 사랑이라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했으리라. 딱 방이숙을 대하는 모습이 사랑따위는 아직 모르는 초등학생 어린아이 같다.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자꾸 눈이 가는 것이 그저 당황스럽기만 하다. 이제는 조금은 알았을까?

방말숙(오연서 분)이 마침내 차세광(강민혁 분)의 진실과 마주하고 말았다. 그동안의 잘못을 되새기기엔 상처가 너무 컸다. 적당한 절차를 거쳐 적절히 논리적으로 깨닫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놀람과 당황은 분노로 바뀌기 쉽다. 믿었던 만큼 배신감이 크다. 잘못했다고 하는 생각보다 차세광이 자기에게 한 것들이 먼저 떠오른다. 원래 그런 캐릭터였다. 그렇다고 차세광에 대한 마음을 쉽게 정리하지는 못하겠고. 애증와 관계가 시작될까? 차세광 역시 친구가 신경쓰였을 뿐 방말숙에 대한 마음이 아주 없지는 않다. 하필 차윤희가 차세광의 누나다. 자기 동생과 사귈 경우를 말하는 차윤희의 말이 어떤 복선이 되어 줄 듯하다.

방일숙(양정아 분)의 일상에도 활력이 생겼다. 일이 생겼다. 사람은 어찌되었든 일을 해야 한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보람을 가져야 한다. 할 일이 있고 노력을 기울일만한 보람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한 눈에도 차이가 난다. 같은 일을 해도 자기 자신을 위해 기쁘게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과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억지로 부여잡고 일하는 사람과도 차이가 난다. 작고 그다지 표도 나지 않는 일이지만 그런 자신의 일이 방일숙 즐겁기만 하다. 엄마 엄청애는 그저 걱정스러울 뿐이지만 단지 그것은 걱정일 뿐이다. 누구나 자기 살 길을 찾게 되어 있다. 원래 매니저와 연예인 사이에 스캔들도 자주 나고 하는데. 윤빈(김원준 분)에게도 봄날은 찾아온다.

하여튼 방정배(김상호 분)의 가족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가난하지만 정이 넘친다. 가장은 책임감을 가지고, 아내는 그런 가장을 믿고, 아들은 착하고 성실하다. 단지 가난하고, 조금 모자르고, 한참 못미칠 뿐이다. 그 심정을 이해한다. 하도 억억해대니 억이라 하지 당장 현실에서 급한 것은 몇 백, 몇 천 만원이다. 아니 때로 돈 몇 만 원이 없어 허덕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천보다 많아지면 그것이 오히려 신경쓰여서 싫다. 그래서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굳이 남들과 비교하려 하지 않기에 당장의 현실이 즐겁고 여유롭다. 항상 가난해도 아내 고옥(심이영 분)은 한 번 우는 소리 하는 법이 없다. 뻔뻔할 정도로 꿋꿋하다.

아마 덕분에 이제는 아예 방장군(곽동연 분)의 백지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려는 것인지 방장군의 학교생활에 대해서도 조금씩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다루어지고 있다. 심지어 꼴찌를 다투는 우등생의 아우라를 풍기는 라이벌과 실제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전교 1등까지. 그러나 어디서 무엇을 잘못배운 것인지 쓸데없이 어려운 말을 잔뜩 써대는 바람에 그녀의 마음은 방장군에게 가 닿지 않는다. 확실히 전교 1등이 전교 꼴찌에게 관심을 보일 정도면 여자아이도 괴짜는 괴짜다. 언제고 방장군의 놀라운 매력이 가족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때가 왔으면...

며느리사랑은 시아버지라더니 며느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만들기 시작한 팥빙수가 참 옛스럽다. 요즘은 저런 식으로 팥빙수하는 데가 거의 없다. 아마 기억에도 까마득한 어린 시절에 저렇게 얼음을 간 위에 단촐하게 팥과 몇 가지만 얹어서 내놓는 팥빙수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이 시어머니는 샘이 난다. 보아도 폼이 안나고 먹어도 맛이 없다. 아들을 두고도 경쟁해야 하는데 남편을 사이에 두고도 며느리와 경쟁해야 한다. 여동생 엄순애(양희경 분)이나 엄보애(유지인 분)나 자매들이 낙천적이다. 여전히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는 이유가 있다. 사랑받고 자란 딸들이다.

하긴 그러고 보면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마른 사람만 있을까? 뚱꿍한 사람도 있고, 키작은 사람도 있다. 너무 말라서 컴플렉스인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머리가 크고, 어떤 사람은 골반이 크다. 어떤 사람은 가슴이 크고 어떤 사람은 가슴이 작다. 하지만 모델들인 하나같이 늘씬하게 키크고 말랐고 머리까지 작다. 잘생기고 스타일도 좋다. 만일 비슷한 체형이라면 오히려 엄순애 쪽이 신세경보다 더 매력적일지 모르겠다. 주눅들어하지 않고 차라리 자신들의 스타일을 매력으로 받아들이는 낙천과 긍정이 좋다. 우습지만 그래서 더 우습고 즐겁다.

송수진의 캐릭터가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의외로 방귀남의 또다른 살가운 여동생이 되어 준다. 첫사랑은 첫사랑일 뿐, 방귀남과 진지하게 상담도 해주고, 차윤희에게도 세심하게 조언도 들려준다. 무엇보다 방귀만에게 아내를 믿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상의하라는 말이 무척이나 진실하게 들린다. 외모도 예쁘고, 성격도 좋고, 더구나 의사라는 번듯한 직업까지 있고, 부모가 잘 키웠다. 낳아준 부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란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차윤희에게 라이벌이라기보다 또다른 시누이이며 친구가 되어줄까? 드라마에 악역이 별로 없다.

방귀남의 실종과 관련한 진실이 조금씩 밝혀진다. 아지 오히려 의도된 함정에 빠져든 느낌이 없지 않다. 모두가 오해하게 만든 뒤 의외의 반전을 통해 연민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방귀남이 과연 마침내 마주하게 될 진실이란 무엇일까? 임신이라는 현실도 있다. 흥미롭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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