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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7.01.08 14:35

[권상집 칼럼] 영화 판도라-마스터-더 킹이 보여주는 대한민국

위기 대응에 늦고 부정부패가 도사리는 대한민국을 조명하다

▲ 더킹, 마스터, 판도라 포스터 ⓒNEW, CJ엔터테인먼트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부정부패의 민낯을 제대로 드러낸 영화는 2010년에 개봉한 영화 <부당거래>였다. 그 전까지 오락영화 연출에 재능이 있다고 여겨졌던 류승완 감독이 본격적으로 평론의 호평을 받았던 시점도 바로 <부당거래> 연출 이후였다. 이후, 영화업계에서 흥행 불패 공식 중 하나는 대한민국 부정부패를 제대로 조명하는 것이라고 대다수 감독들은 주장하고 있다. 2013년 영화 <신세계>, <더 테러 라이브>, 2014년 <끝까지 간다>, 2015년 <베테랑>, <내부자들>, 2016년 <판도라>, <마스터>, 그리고 올해 1월 18일 개봉 예정인 <더 킹>까지 대다수 흥행 작품들의 공통된 키워드는 일관되다. 한국에서 엘리트, 고위공직자, 검찰 및 경찰들이 구축한 악의 연대기를 깊이 있게 조명하면 기본 관객 400만은 넘어선다는 것이다.

2015년에 영화 <베테랑>과 <내부자들>이 개봉되었을 때, 필자는 주변 지인들을 통해서 해당 영화가 국내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때로는 재벌가의 난폭한 행태를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다. 관객들이나 평론가들이 <내부자들>을 본 후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다’ 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비리로 얼룩진 현실에서 권력을 지닌 자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현실은 조금 더 잔인하고 조금 더 냉혹하다는 것이 그들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허무맹랑한 얘기 같지만 올해 초까지 이어지는 국정농단 사태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 등을 통해 이제 국민들도 현실이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어둡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판도라>는 지금까지 452만의 관객을 모았지만 해당 영화가 촬영을 종료한 시점은 2015년 7월 21일이었다. 영화업계에서는 ‘배급사가 NEW 였기에 영화 제작 및 투자가 가능한 일이었다’ 라는 소문부터 크랭크업 시점 이후 1년 5개월 동안 개봉 일정을 못 잡은 뒤에는 ‘보이지 않는 힘을 우려한 제작사 및 배급사 등의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루머가 한동안 퍼졌다. <판도라>의 박정우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속에 등장한 실세 총리는 실제로 시나리오 상에서는 실세 비서실장이었으나 촬영에 임박했을 때 투자사가 이렇게 하면 영화를 못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며 외압이 현실에서 존재했음을 드러낸 바 있다. <판도라>의 제작 투자 시기에 해당 비서실장이 누구인지는 이제 온 국민이 다 안다.

영화 <판도라>는 경주 지역의 원전을 모티브로 박정우 감독이 4년 전에 시나리오를 썼지만 제작사 및 투자사를 포함, 주변에서 ‘너무 비현실적이다’,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는 평을 영화 제작 당시 들어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경주는 560여차례가 넘는 여진이 이어지고 있고 영남뿐만 아니라 호남, 수원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미세한 지진 현상이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 대응이 어떠한지는 굳이 얘기할 필요조차 없다. 2017년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은 세월호 비극이 언제 발생했는지 조차 정확히 기억을 못할 정도였으니 해당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아온 관객은 저런 사태가 우리에게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영화 <마스터>는 이에 비해 애초 제작 단계부터 1000만 관객을 노리기 위해 범죄영화 흥행 공식을 모두 투입해서 만들었고 각각의 주인공을 원톱으로 군림할 수 있는 배우들을 투입하여 기획되었으나 650만 관객 선에서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정의로운 경찰 1명이 모든 외압을 극복하고 다단계 네트워크의 대부를 체포하고 마지막 단계에 경찰 차를 대동하여 국회의원들을 모조리 체포하기 위해 달려가는 경찰의 모습은 더 이상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제공하지 않는다. 영화 <마스터>에서는 경찰대 출신 지능범죄수사대 팀장이 온갖 정의로운 행동을 보이지만 어제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경찰대 출신 국장이 경찰 채용부터 주요 보직까지 온갖 인사 비리를 저지르는 모습이 비춰졌다. 현실과 영화의 괴리감이 클수록 관객들의 공감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영화 <마스터>가 흥행 공식을 모두 담아냈지만 1000만 관객을 동원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1월 18일 개봉될 영화 <더 킹>은 검찰이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고 기획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이다. 영화 속 부장검사는 검사장이 되기 위해 온갖 더러운 짓을 벌이면서 정계 풍향에 민감해서 대통령으로 어떤 인물이 되는지 노심초사하는 부패한 인물로 그려졌다. 일개 부장검사 라인이 대한민국을 기획하고 지배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스토리이나 워낙 비현실이 현실화되는 세상이기에 이 또한 단순히 ‘말도 안 된다’라고 무시하기엔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특히, 청와대 왕수석이라 불렸던 정책조정수석이 구속되었고 국정농단의 모든 주인공들이 감옥에 갇힌 상태지만 여전히 검찰을 지배했던 전직 청와대 민정수석은 콧대를 높이 세우고 세상에 대해 자신은 잘못한 점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렇기에 부장검사를 중심으로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보여주고자 기획한 영화 <더 킹> 또한 비현실적인 내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영화에서 벗어나 현실을 잠깐 살펴보자. 덴마크에서 체포된 정유라는 여전히 한국 행을 거부하고 있고 청와대 민정수석 및 경찰청 국장은 온갖 인사 비리를 바탕으로 채용 및 승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때 맞추어 중소기업 오너 아들의 대한항공 기내 난동에 이어 재벌 2세들의 묻지마 폭행이 연일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경주에서는 여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 및 국회는 국정농단 사태로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지진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 참고로 경주에서 벌어진 560 차례 지진에 대한 원인은 여전히 명확한 분석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상황이다. 위기 대응에 늦고 부정부패가 도사리는 현실 속 모습은 이제 영화보다 더 영화답고 더 공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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