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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5.14 09:52

넝쿨째 굴러온 당신 "시어머니와 며느리, 가족과 남의 경계에서 만난 그들..."

사소한 것을 사소하게, 그러면서도 모두가 행복하다. 가족드라마의 미덕을 본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어떨 땐 가족같고 어떨 땐 남같다. 도로에서 운전연수를 하던 도중 다른 남자 운전자가 엄청애(윤여정 분)를 도발하자 차윤희(김남주 분)는 마치 자기 일처럼 분노한다. 아니 오히려 엄청애 자신이 민망할 정도로 상대운전자에게 화를 내고 혼을 낸다. 그것이 그리 고맙고 기특하다. 물론 워낙 엄격하고 깐깐한 성격이라 운전을 배우는 입장에서는 조금 부담스럽다.

하지만 정작 딸이 실연을 당하고 앓아누워 있으니 며느리 차윤희의 말이며 행동이 모두 신경이 쓰인다. 혹시나 사이도 않좋던 시누이의 불행을 즐기고 있지나 않을까? 딸은 저리 아프고 힘들어하는데 며느리가 되는 이는 그저 기쁘고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닐까? 하다못해 밥 맛있다며 잘먹는 것까지 자꾸 거슬린다. 밥 한 공기를 다 비운 것은 딸인 일숙(양정아 분) 역시 마찬가지다.

바로 그것이 문제일 것이다. 차라리 남이라면 그저 거리를 두고 대하면 된다. 차라리 한 핏줄이라면 거리없이 어울릴 수 있다. 그런데 때로 남이 되었다가 가족이 되었다가 한다. 핏줄이 다르니 남이고,  하지만 아들과 결혼하고 가족이 되었으니 아들과 가족인 며느리는 또한 가족이다. 그래서 거리를 재기가 힘들다. 때로는 너무 가깝고 때로는 너무 멀다. 가끔은 딸보다 더 가깝다가 가끔은 남만도 못한 사이가 되어 버린다. 더구나 핏줄이 가리키는 원래의 가족과 함께 있을 때 그런 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아무래도 핏줄이 더 땡기는 것이 유전자가 시키는 본능일 것이다.

대부분의 갈등이 그로부터 비롯된다. 엄청애가 사사건건 차윤희의 일상에 간섭하며 개입하려드는 것이나, 그러다가도 말숙(오연서 분)의 일과 같은 경우 오히려 차윤희를 서운하게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단지 서툰 것이다. 과거에는 그것을 무리하게 가족으로 끌어맞추려 하면서 서로 이제껏 남으로 살아오며 다른 부분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그리고 그러면서도 때로는 결국은 남일 수밖에 없음을 뜻하지 않게 확인시키고 말았다. 시어머니에 의한 일방적인 관계이기 때문에도 한 몫 했다. 며느리에게는 아무런 권리도 없었다. 하지만 차윤희가 당당하고 시어머니 엄청애가 배려하니 둘 사이에도 얼추 거리가 그려진다. 드라마란 바로 그 과정이다.

서럽기도 하다. 억울하기도 하다. 그러나 차윤희는 꿋꿋하다. 그것이 시어머니와의 관계라는 것을 안다. 그것이 며느리의 삶이라는 것을 안다. 수용할 것은 수용한다. 일단 수용을 전제한다. 그러면서도 도저히 불합리하다 여기면 싸울줄도 안다.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차윤희 또한 한국의 전통적인 가치관과 방식에 익숙해 있다. 그녀 역시 남동생 차세광(강민혁 분) 앞에서는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인 누나로 돌변한다. 그것이 아슬아슬한 드라마의 선을 지킨다. 직접적으로 대립하지 않으면서도 결국은 화해의 여지를 남긴다. 그러나 결국 드라마의 대사를 주며 울어보라 했을 때 그녀의 서러운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만다. 그렇게 슬픈 대사였을까?

그야말로 핵심을 건드린다. 어디에서 문제는 비롯되는가? 역시나 심각하지 않다.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다. 가볍게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넌즈시 제시한다. 답도 들려준다. 되바라지기만 한 것이 아니다. 자기 멋대로 편하게만 행동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그분들은 그리 살아오셨기에 최대한 그에 맞춰준다. 양보할 것이 있으면 우선해 양보한다. 다만 선은 지킨다. 일정한 선을 긋고 그것을 넘어서려 하면 그때는 단호해진다. 서운하더라도 그것은 감수해야 한다. 어느새 모르는새 엄청애나 시할머니(강부자 분)이나 그런 삶에 익숙해 있다. 그래도 물론 갈등은 남아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역시나 사소하게 꼬집는다. 역시 드라마의 미덕이다. 사소한 이야기를 사소하게 털어놓을 줄 안다. 윤빈(김원준 분)도 열심히 하면 이승기처럼 될 수 있겠다. 과거 이승철이 부활과 함께 '네버엔딩스토리'를 히트시키며 화려하게 재기했을 때 누군가 그런 리플을 남겼다고 한다. 열심히 하면 조성모처럼 될 수 있겠다. 특히 최근 잊혀졌던 스타들이 <나는 가수다2>등을 통해 다시 대중들에 주목받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그런 예가 많아지고 있다. 김태원은 아예 예능인인 줄 알았다고 한다. 윤종신이 새로 음반을 내놓으니 개그맨이 음반도 내놓았다고 놀라워 했었다. 그것이 하필 방장군(곽동연 분)이라는 점이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방장군은 그야말로 천연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해맑은 두뇌의 소유자다. 윤빈과 방장군의 대화가 방장군과 라이벌 박만식과의 대화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해맑은 영혼의 소유자들일 것이다.

혹시나 생각하게 된다. 방장군의 노래실력이 의외로 괜찮다. 외모 역시 인근의 여학생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뛰어나다. 머리는 나쁘지만 인성은 나쁘지 않다. 학교생활이며 공부하는 태도며 성적과는 상관없이 모범생의 바로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윤빈이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방장군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방장군을 프로듀스하면서 윤빈도 다시 일어설 기회를 가지게 된다. 물론 일숙과 매니저 계약까지 맺었으니 다시 스타로의 도전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숙 앞에서는 윤빈 역시 예전 스타로서의 자신을 되찾는다. 해피엔드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여전히 그를 스타로 봐주는 일숙이 있기 때문에라도 그는 다시 재기해야 한다.

방이숙(조윤희 분)의 첫사랑 한규현(강동호 분)이 파혼한 사연 역시 그런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다. 특히 남성들 사이에서 곧잘 오가는 이야기다. 여성들이 습관처럼 말하는 헤어지자, 끝내자 하는 말들이 마치 협박처럼 들려 그다지 듣기에 기분이 좋지 않다. 그래서 실제 한규현 역시 약혼녀인 혜수와의 관계를 그녀의 말처럼 끝내고 말았다. 하필 하고많은 파혼의 이유 가운데 유독 혜수의 말버릇을 앞세운 데에는 그만한 의도가 있지 않을까? 역시나 하찮을 정도로 사소한 부분이다. 그것을 보며 질투하는 천재용(이희준 분) 역시 마찬가지다. 한규현을 물론 같은 레스토랑 직원들까지 질투하면서도 끝끝내 방이숙에 대한 감정을 인정하지 않는 그 고집도 대단하다면 대단하다.

사랑이냐? 아니면 우정이냐? 말숙은 꿋꿋하다. 그런 와중에도 다시 제발로 차세광이 자기를 찾아와주기를 바란다. 그래도 보기흉하지 않도록 립글로스까지 바르는 성의를 보이며 병원에 입원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다. 그것을 보고 차세광의 친구도 차세광에게 사실을 알리고 말숙을 찾아가지만, 그러나 정작 차세광은 말숙을 만나기도 전에 누나 차윤희에게 저지당하고 만다. 친구와의 의리와, 의리 때문에 사귀게 되었지만 어느새 말숙을 좋아하게 된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어쩌면 차세광도 진짜 사랑은 처음인 것은 아닐까? 오히려 시쳇말로 발랑까진 젊은 남녀가 어린아이처럼 서툴기만 하니 색다른 매력이 있다. 여자는 꿋꿋하고 남자는 뻔뻔하지 못하다.

과연 둘째작은어머니 장양실(나영희 분)와 방귀남(유준상 분) 사이에 얽힌 사연이란 무엇일까? 오히려 소문이 그렇다는 점에서 그것이 오해일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 이미 방귀남을 사칭했던 남자로부터 협박당하며 장양실 자신의 입으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반박한 바 있었다. 그런데 다시 소문대로 결론이 난다면 드라마가 상당히 성의없이 지저분해진다. 복선은 복선대로 내버려두어야 한다. 몽타쥬란 각각의 조각이 의미를 가질 대 제대로 된 형태를 갖는다. 장양실이 아니라 그랬다면 아니다. 만일 방귀남이나 다른 가족들 앞에서 그리 말했다면 거짓일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오히려 방귀남이 아니었기에 그녀의 혼란과 방황은 의미가 있다. 방귀남 역시 단지 장양실과 함께 버스를 탄 상황까지만 기억할 뿐 그 뒤까지 기억을 떠올린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너무 명확해서 오히려 의심하게 된다. 드라마는 역시 쪼는 맛이고 뒤집는 맛이다.

어쩌면 차윤희의 라이벌이 되었을 송수진(박수진 분)조차 착하다. 아니 방귀남이 착하게 만든다. 매몰찰 정도로 확실하게 선을 긋는다. 칼이다. 칼테리다. 그로 인해 그녀는 그저 성격도 좋고 외모도 예쁜 방귀남의 아는 동생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 불륜이나 질투와 같은 음험함과는 상관없다. 미혼모인 어머니가 다시는 찾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쓰고 버렸다고 하는 우울한 과거 때문에라도 그녀는 더욱 밝아질 필요가 있다. 드라마의 미덕이다. 모두가 행복하다. 보는 사람마저 행복해지게 만든다. 이제껏 완고하게 빵만 만들던 시아버지 방장수(장용 분)또 며느리의 제안에 팥빙수를 만들어 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확실히 드라마도 중반을 넘어가며 예고편도 없을 정도로 시간에 쫓기고 있는 모양이다. 연출이 처음에 비해 상당히 부실해졌다. 장면의 전환이 전에 비해 많이 부자연스럽다. 시간에 쫓기며 급하게 만드는 드라마의 공통점이다. 아무래도 각장면의 연출이나 편집에 전만큼 많은 공을 들이기는 힘들다. 다만 그럼에도 재미있다는 점이 모든 단점을 잊게 만든다. 유쾌하다. 즐겁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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