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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5.14 08:57

남자의 자격 "기적과 헤프닝, 코미디와 발명이 만나는 이유..."

리얼리스트 이경규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코미디와 기적은 한 가지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다. 놀라움이다. 일상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처구니 없는 웃음이 터져나오면 코미디가 되고 감탄사와 함께 경외의 감정을 가지게 되면 기적이 된다. 코미디언과 신은 동격이다. 항상 사람을 웃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매순간 행복을 창조하는 것과 같다. 위대한 직업일 것이다. 코미디언이란. 항상 감탄하며 존경하는 마음을 갖는 이유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원래 코미디와 발명은 매우 가까웠다. 웃음을 주기 위해 직접 소품을 고안하기도 하고, 때로는 발명 그 자체를 직접적인 웃음의 소재로 쓰기도 한다. 당장 <개그콘서트>만 보더라도 얼마나 기발한 소품들이 많은가? 일상을 부수고 논리와 개연성을 깨뜨린다. 놀라움과 반전속에 낙천과 긍정이 유쾌한 웃음을 만든다. 천연덕스럽게 비논리와 비현실을 말하는 엉터리발명가라는 것도 그래서 코미디의 가장 오래고 주된 소재 가운데 하나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기는 일반인들이었을 것이다. 웃음이 목적이 아니다. 단지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중파 프로그램을 통해 평가받고 싶은 것이다. 일상의 작은 아이디어가 놀라운 기적이 되고 삶과 세상을 바꾼다. 그것을 공유하고 싶다. 다만 그런 가운데 문제가 적지 않은 아이디어들도 물론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그 선의를 본다. 그 진지함을 이해한다. 비록 웃음의 소재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노력과 의도란 얼마나 기특한가. 버스에서 하차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장치를 고안했다는 경찰관 박홍필씨의 경우만 하더라도 바보같이 순수하고 열정이 가득한 진지한 모습이 기분좋은 웃음을 불러오고 있었다. 저런 좋은 바보들만 산다면 우리 세상도 아직은 조금더 살만할 것이다. 혹시나 방송에 출연해서 아이디어를 발표한 것으로도 법에 저촉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 차라리 귀엽기까지 했다.

세상에 자는 사람을 깨우려 전기충격까지 동원하다니. 몇 년 전 비슷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알람이 아닌 컴퓨터 마우스였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 게임캐릭터가 받는 충격을 마우스를 통해 전기충격으로 바꾸어 전달함으로써 보다 실감나는 게임플레이가 가능하도록 고안한 제품이었다. 아마 유럽쪽에서 개발되었을 것이다. 개발되었다는 말만 있고 실제 제품을 본 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비슷한 결론이 나지 않았는가 싶다.

비례의 원리다. 어쩌면 세상을 지배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원리일 것이다. 들어가는 수고와 노력과 비용에 비해 얼마나 그 결과가 자신에 유용한가? 자는 사람을 깨운다고 하는 필요와 그를 위해 전기충격까지 동원해야 하는 수단의 비용과 당위성을 따진다. 리스크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렇게까지 해야겠는가? 이를테면 애완동물의 배설물을 처리하기 위해 물을 가지고 다니며 그를 묽게 만든 다음 흡수기로 빨아들이려는 시도 역시 항상 물을 준비해 가지고 다녀야 하고 그 분량이 적지 않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수고에 비해 결과가 그다지 미치지 못한다.

대개는 그것을 보면 될 것이다. 자기에게는 충분히 필요하고 편리할지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기저귀에 비닐봉지를 포함시킨 아이디어는 얼마나 간단하면서도 유용한가? 당장 주부이기도 한경희 대표부터가 관심을 내보이고 있었다. 휴대용 애완동물 화장실도 매우 유용해 보였다. 부피도 크지 않고 구조도 간단하며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요긴하다. 아이들을 위한 휴대용 화장실은 간단한 구조에 비해 성의와 노력이 엿보였다. 무엇보다 가방형태로 거슬리지 않는 디자인으로 완성한 점이 활용도를 높였다. 비록 선행특허가 이미 있어 아쉽기는 했지만 경찰관 박홍필씨의 아이디어 또한 그 단순함이나 편리함에 비해 얻어지는 효과나 이익이 상당하다. 

우산 손잡이에 달린 고리에 압축고리를 달아 편리하게 우산을 걸어 말릴 수 있게 한 아이디어는 정말 탐이 났다.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돌아다니다 어딘가 들어가 앉으려면 우산을 처리하기가 얼마나 곤란하던가. 아무 테이블이나 벽에 붙여 자연스럽게 우산을 건조시킬 수도 있다. 우산을 접는 방식을 반대로 한 발명품 역시 아이디어와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으로 만일 시판이 된다면 반드시 사고 싶은 그런 제품이었다. 임보라씨의 압축고무를 손잡이에 달고, 접는 방식은 박진웅씨의 세우는 우산으로 만들어, 조진후씨의 음악이 나오는 손잡이가 달렸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아마 우산을 가지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사랑을 하고 싶어질 것이다. 김국진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아이디어였다. 비가 문제지만 비가 오는 이상에는 누구나 편리와 행복을 바란다. 그래서 발명을 하고 그 발명품을 사람들은 소비를 한다.

반기웅씨의 가방우산에서는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보였고, 개그맨 김영민의 스나이퍼바지와 스마트 넥타이는 우스으면서도 매우 요긴해 보였다. 스나이퍼바지는 전현무의 요란한 아이디어에 비해 아무래도 남자 입장에서 화장실 가는 것이 재미있어질 것 같고, 스마트 넥타이의 경우는 필자 역시 모바일기기를 쓰는 입장에서 간절히 필요로하던 것이었다. 웃음과 필요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점에서 역시 개그맨은 개그맨이라 하겠다. 웃음의 소재를 찾는 눈과 필요를 찾는 눈이 다르지는 않다는 뜻일 것이다. 바로 예능프로그램인 <남자의 자격>에서 굳이 발명대회를 여는 이유였다. 엉뚱한 시선과 그 안에서 기발한 가능성을 찾아낸다.

아무튼 멤버들로 넘어와서 이경규는 과연 리얼리스트였다. 어쩌면 이경규의 웃음은 바로 그같은 그의 현실에 대한 철두철미함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경규가 항상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대로 이경규의 웃음에는 언제나 페이소스가 녹아 있다. 페이소스란 현실이다. 현실의 격정이다. 그것을 낙천과 긍정으로 승화한다. 집요함이 있다. 그러나 꿈을 꿀 줄 아는 집요함이다. 피곤하게 사는 스타일이다. 아예 꿈을 꾸던가, 아니면 현실에만 안주하던가, 리얼리스트가 꿈을 꾸게 되면 세상은 편하지만 자신은 매우 힘들어진다. 공황장애가 괜히 생긴 것은 아니라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꼼꼼하게 치밀하게 그것도 매우 적확한 목적을 가지고 발명의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니.

사실 자주 보게 된다. 큰 가방에 작은 강아지를 넣고 돌아다닌다. 하지만 역시 물건을 담는 가방에 살아있는 동물을 넣는다는 것이 처음부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왕에 그러고 돌아다닌다면 차라리 그에 최적화된 제품을 직접 고안해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 그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필요가 있다는 것이며 그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편리 또한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필자의 경우 고양이를 기르기에 밖에 데리고 다니기가 상당히 애로사항이 많다. 작은 강아지를 기르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할 것이다.

자동차의 유턴표시등 역시 작지만 운전자의 입장에서 어쩌면 가장 요긴한 아이디어일지도 모른다. 혁명이다. 운전하다 보면 실제 좌회전인지 유턴인지 몰라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상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직 없는, 그러나 충분히 현실에서 실현하능한 아이디어들이다. 그조차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기꺼이 도움을 받아 그 의도를 적확하게 전달하는데 만전을 기한다. 확실히 영화제작과 프렌차이즈 사업을 하는 사장님이다. 그런 것을 관록이라 부르는 것일 게다.

전현무는 그냥 아이디어만 좋았다. 지난주 집짓기에서도 그러더니만 현실에서의 실제쓰임과는 상관없은 단순한 흥미위주의 발명이다. 전현무가 예능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그조차 신정환처럼 자연스럽지 않다. 가볍지만 작위적이고, 유쾌하지만 의도가 느껴진다. 의도가 느껴지면서도 정작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웃기기는 하지만 감동은 없다.

김국진은 어쩌면 일상에 있어서 어린아이와 같을 것이다. 현실성 없는 아이디어가 웃음조차 의도하지 않고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어서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바라게 된다. 전현무와 유일하게 일치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TV를 보면서 웃을 수 있었다. 예능이 발명과 만나는 이유다. 좋은 발명은 감탄해서 웃음이 나고 엉뚱한 발명은 어이없어서 웃음을 흘린다. 이래저래 웃게 된다. 웃게 만든다. 진지하게 웃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코미디언일 것이다. 김국진이란.

아마 주제별로 모아놓은 때문이겠지만 가장 많았던 것이 애완동물과 화장실과 비다. 애완동물은 아무래도 필요에 비해 애완동물 자신이 말을 못한다. 사람처럼 사람이 의도하는대로 따라줄수도 없다. 필요가 아이디어를 만든다. 화장실은 급하다. 사람이 가장 간절해지는 장소다. 비란 피할 수 없는 불편이다. 아예 집에서만 산다면 비와 관련한 아이디어는 없을 것이다. 김국진의 말처럼 비라는 것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우산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좋았던 것도 그래서 필자와 가장 관련이 깊은 우산에 대한 아이디어였다. 특히 빗속에 연인과 함께 음악을 들으며 걸을 수 있는 아이디어는 놀라웠다. 하지만 워낙 우산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우산값이 만만치않다.

아무튼 가장 생각을 많이 하며 보았던 미션이었을 것이다. 지난 라면대회와 거의 비슷한 정도였다. 필자도 라면을 좋아한다. 라면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다. 그리고 방송에서 보여지는 라면도 모두 한 번씩 만들어 먹어보고 싶었다. 필자라면 어떨까? 필자 자신이라면 그런 경우 어떻게 할까? 아이디어를 탐내고, 혹은 아이디어를 더하고, 때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정리하며. 웃음이 있어 좋았다. 그보다는 행복할 수 있어 좋았다. 딸을 위해 가방우산을 만들고, 물론 개선의 여지는 있지만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콧물을 빨아들이는 노력을 고안하며.

사람은 행복한 존재가 아닐까?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 항상 행복하기 위해 고민한다. 노력한다. 그렇게 인간은 지금까지 발전해 왔다. 그런 작은 아이디어들이. 더구나 시청자 자신의 일상과도 닿아 있어 더욱 유쾌하다. 시청자 자신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이고 보통의 일상들이다. <남자의 자격>이 갖는 미덕을 되새긴다. 이것은 좋다. 좋은 프로그램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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