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5.13 21:17

넝쿨째 굴러온 당신 "현실의 고단함을 낙천과 긍정으로 하찮게 웃어 넘기다."

코미디,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을 수 있어 행복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요즘 드라마 덕분에 어머니와 누이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을 일이 늘었다. 가끔은 현실의 고단한 그늘을 벗어나 드라마속의 유쾌한 이야기로도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니 필자 자신만의 생각이다. 결혼한 여동생에게 그것은 비단 드라마속의 이야기만은 아닌 탓이다.

어머니는 때로 친정엄마 한만희(김영란 분)의 모습이 되었다가 시어머니 엄청애(윤여정 분)의 모습이 되었다가 한다. 하기는 한만희 역시 딸 차윤희(김남주 분) 앞에서는 친정엄마였다가 며느리 민지영(진경 분) 앞에서는 전형적인 시어머니가 되어 있기도 한다. 엄청애 또한 차윤희에게는 시어머니지만 당장 일숙(양정아 분)에게는 친정엄마 아니던가? 이숙(조윤희 분)이나 말숙(오연서 분)이 결혼을 하게 되면 이들에게도 엄청애는 친정엄마가 된다. 시어머니와 친정엄마의 입장은 서로 다르다. 과연 엄청애는 한만희처럼 극적인 변화를 보이게 될까?

가장 적극적인 것은 역시 동생이다. 불만이 적지 않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불만들이다. 물론 앞에서는 감히 솔직하게 드러내 놓고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누이동생도 말한다. 그런 부분은 남자인 매제가 먼저 나서서 끊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방귀남(유준상 분)은 어쩔 수 없이 남자의 적일 수밖에 없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내의 편을 들어 자신의 가족과 맞서는 것은. 아내와 가족의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은. 이 역시 그래서 가정교육이 중요하다. 부모가 어떻게 가르치고 길렀는가에 따라 행동이 결정된다. 방귀남이 미국에서 자랐다는 설정은 그래서 매우 현실적이다. 어떤 부분들은 공각하며 어떤 부분들에 대해서는 현실과 얼마나 다를가를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드라마이기에 즐겁고 유쾌하다.

코미디의 원래 뜻일 것이다. 코미디란 말 그대로 희극이다. 웃음이나. 낙천이다. 긍정이다. 부정하지 않는다. 비관하지 않는다. 그리고 웃는다. 철저히 현실에 기반을 둔다. 비극이 현실의 모순에 치이는 개인의 운명을 다룬다면 코미디는 그럼에도 그것을 조롱할 수 있는 개인의 강함을 보여준다. 처음 남편이 잃어버렸단 가족을 찾으며 자기에게도 없던 시댁식구가 생기게 되었다 했을 때 차윤희는 차라리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제법 잘 적응해 살고 있지 않은가. 결코 며느리 입장에서 반갑다고 할 수 없는 시어머니와 시누이와 함께여도 말이다.

그렇게 가볍다. 그렇게 사소하다. 그러면서도 리얼하다. 그래서 웃게 된다. 가끔 현실의 고단함과 시름도 잊게 된다. 시댁식구와의 갈등으로 말미암아 치이느라 지친 남편이 젊고 매력적인 여자를 찾아 바람피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묘령의 매력적인 여자가 방귀남에게 친근한 태도로 다가서고 있다. 하지만 차윤희의 불안이 무색하게 오히려 남편을 첫사랑이라 부르는 여자는 기꺼이 자신을 방귀남의 아내로 인정하며 스스럼없이 언니라 부르고 있다. 드라마속 막장스런 불륜은 그야말로 드라마에서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더구나 방귀남에게 차윤희가 질투하듯 방귀남 역시 천재용(이희준 분)이 난입하며 차윤희가 천재용의 첫사랑 상대인 것을 알자 그것을 질투하는 모습을 드러내고 만다. 완벽해 보이는 방귀남에게도 그런 귀여운 부분이 있었다. 그런 정도 티격태격 않고서 과연 그것을 부부라 할 수 있을까?

시어머니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결국 운전연수를 한다며 서로 입장이 바뀐 것을 마음껏 즐기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사이에서는 어디까지나 윗사람인 엄청애에게 주도권이 있지만, 그러나 운전석에 앉고 나면 보다 운전에 능숙한 며느리 차윤희에게 주도권이 있다. 운전이란 여러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위험한 일이다. 당장에 위험이 눈앞에 닥치는데 얌전히 고분고분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른바 네티즌이 말하는 '김여사'에 대한 비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초보운전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 들키면 바로 타겟이 되고 만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토록 비난하고 조롱하는 그 김여사 또한 어쩌면 엄청애 같은 평범한 우리네 어머니인지도 모른다. 평생 살림만 하느라 운전면허를 따고서도 여직 장롱면허로만 간직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시할머니로부터 받은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는데 차윤희의 말이 자꾸 짧아진다.

촌지에 대한 대처도 명쾌하다. 복잡하게 고민할 것 없다. 한만희란 구세대다. 그녀의 세대에서는 그런 것들이 너무나 당연했다. 민지영과 차윤희는 한만희와는 다른 세대다. 그들과는 다른 합리를 추구한다. 민지영 역시 나름대로 현실과 많은 부분 타합혀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양보가 없다. 말 몇 마디로 끝나고 만다. 논리도 논쟁도 필요없는 명쾌한 명제이며 선언이다. 당연히 겪을 수 있는 일인데... 하지만 그렇더라도 방정배의 아들 방장군(곽동연 분)의 답을 밀려써서 등수가 10등 올라간 것은 심했다. 그래도 좋다고 방정배는 담임 민지영을 찾아간다.

한쪽에서는 엄청애의 동생 엄순애(양희경 분)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을 짓는다. 그런 한 편에서는 방정배가 현실에서 눈물을 삼키며 웃고 있다. 도저히 어떻게 해도 답이 보이지 않는 아들 방장군이 답답하다. 아내가 다시 임신을 했는데 가진 것도 이루어놓은 것도 없는 현실이 한심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에게는 가족이 있지 않은가. 답을 밀려썼지만 10등이나 오른 성적표를 가지고 온 아들과 새로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순종적인 아내. 그래서 엄보애(유지인 분)와 엄순애의 아버지도 그렇게 딸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해 헌신한 것이 아니었을까? 웃어서는 안되는데 어쩔 수 없이 방정배에 이르면 웃을 수밖에 없다.

하기는 그래서 방이숙의 곁에도 천재용이 있다. 천재용은 어떤 심각한 상황도 어처구니 없는 웃음으로 바꾸는 재주가 있다. 첫사랑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감정과 기억으로 괴로워하는데도 천재용은 그저 어린아이처럼 떼쓰며 윽박지를 뿐이다. 방이숙에 대한 배려따위는 없다. 아니 나름대로 배려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도리어 방이숙을 화나게 할 뿐이다. 방이숙은 화가 나지만 보고 있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온다. 천재용이 없는 말숙의 모습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실연의 아픔으로 괴로워하는 말숙의 주위에는 그것을 웃음으로 바꿔줄 누군가가 없다.

윤빈(김원준 분)이 재기를 꿈꾼다. 그의 곁에서 조언을 해주는 것이 과거 로비로 잘나가던 김장훈이다. 윤빈이 한참 잘나가던 때 김장훈을 일부러 무시하곤 했었다. 일숙은 김장훈을 아예 알아보지도 못한다. 로비의 방법이라는 것도 우습다. 하필 민지영이 받은 촌지와도 그래서 대비된다. 더 많은 쓰며 대단한 것을 해주기보다는 진심으로 필요한 것을 해준다. 얼핏 허황되지만 그래서 유쾌하게 현실에 안착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윤빈은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웃음의 의미를 떠올리게 된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것이 바로 코미디의 이유다. 현실은 고단하지만 코미디속의 현실은 하찮고 유쾌하기만 하다. 기분좋다. 때로 코미디가 현실을 대신하기도 한다. 드라마가 인기있는 이유일 것이다. 위로가 된다. 재미있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