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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5.12 10:24

댄싱 위드 더 스타2 "금요일밤 무대 위에서 변신하는 그들,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다."

무대 위에서 그들은 주인공이 되고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체험이 TV너머로 전해진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원래 춤을 춘다는 것은 많은 시대 많은 사회에서 매우 천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 공연예술이라고 하는 자체가 천했다. 소외되고 가난했다. 외롭고 배고팠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춤을 추기 위해, 무대에 서기 위해 그 어려운 길을 선택하고는 했다. 어째서일까?

"행복했어요. 그러니까 금요일 밤에만 그냥 변신하는... 애 키우고 그러다가 갑지기 여기서는 우아한 공주같은 느낌도 내보는 것이 너무 행복했어요."

방송인 최은경의 이 말이 바로 정답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천대받는 힘든 삶이더라도 무대위에 서는 순간 만큼은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모두가 나를 보고 나의 몸짓 하나 표정 하나에 반응하며 환호한다. 내가 주인공이다. 그것은 마약보다도 더 지독한 중독이다. 평생을 외로워하고 배고파하면서도 끝끝내 무대를 버리지 못하는 딴따라의 삶이란 그런 것일 게다.

공주가 된다. 왕자가 된다. 아름다운 레이디가 되고 세련된 신사가 된다. 귀여운 소년과 소녀가 되어 있기도 하다. 링 위에서는 누구보다 용맹한 투사지만 퀵스텝을 추는 순간 데니스 강은 덩치 큰 소년의 모습이 되어 있다. 누가 이 사나운 전사에게서 이같은 귀여운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을까? 점수는 그리 높게 나오지 않았지만 그 순간 시청하는 자신 역시 심사위원 김주원의 말처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링 위에서 마주했다면 결코 지을 수 없었던 웃음이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시즌1에서도 그랬지만 시즌2에서도 유독 여배우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니 여성참가자 전반이 상당히 강세를 보이는 양상이다. 아무래도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경직되기 쉬운 남성에 비해 여성참가자들의 경우 무대 위에서의 새로운 자신을 받아들이기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때문일 것이다. 팔색조처럼 자신을 바꾸며 무대를 즐긴다. 기술적으로도 공교롭게도 하나같이 같은 배우라도 여성들쪽이 훨씬 낫다. 아름다운 새가 되어 무대를 누빈다.

결국은 연기력이고 표현력이다. 무대가 익숙한 효연과 토니는 표현력이 좋다. 무대 위에서 자신을 어떻게 보여야 하는가를 안다. 그에 비하면 예지원과 최여진은 연기력이 좋다. 어떻게 그 순간 자신이 어떤 표정과 몸짓을 보여야 하는가를 안다. 보는 이들은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에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효연은 사랑스럽고 토니는 귀여우면서도 어느새 나이에 어울리는 안정감을 가지게 되었다. 무대 위에서 여배우들은 누구보다 아름답다.

물론 이훈과 선우재덕도 배우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무대 위에서 그들은 전혀 다른 자신이 되어 자기를 연기한다. 그러나 여전히 선우재덕은 선우재덕이었고 이훈은 약간 미치지 못했다. 근육을 뺀다는 것이 그런 의미일 것이다. 기술적인 것이야 송승환의 말처럼 전문가들이 잘 본다. 아마추어가 보기에는 그들의 춤이 보기에 어떠했는가 하는 것이다. 이훈은 딱딱했고 선우재덕은 지루했다. 오히려 선우재덕의 경우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이미지를 보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송종국의 퀵스텝도 반전이었다. 퀵스텝은 이제까지의 엄숙함을 벗어던지려 할 때 이미지의 반전에 매우 좋은 춤인 것 같다. 탱고는 카리스마와 섹시함이 있다. 왈츠는 우아함과 세련됨이 있다. 자이브는 경쾌하면서도 유쾌하다. 신수지의 탱고는 그런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 않았을까. 표현력도 기술도 모두 훌륭하지만 워낙 혼자서 무대에 서는 경우가 많았던 탓인지 마지막 섹시함에서 와닿지 않는 것이 있었다. 확실히 연기는 배우가 잘한다. 익숙지 않은 배우도 언제나 훌륭히 연기해낸다. 하지만 아직 이제 초반이니까.

김가영과 이강산조는 정말 의외였다. 배신감마저 느꼈다. 점수도 상당히 높게 나왔다. 지난주에 꼴찌를 했는데 그 불명예를 벗었다. 하지만 너무 집중한 것이 아닐까. 비슷한 과라고 여겼는데 아무래도 한 분야에서 세계챔피언이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일 게다. 표정마저 여유롭게 풀어진다면 역시 기대할만한 참가자일 것이다. 지난주 그렇게 뻣뻣하고 어색하던 그녀가 맞는지.

하기는 김가영과 마찬가지로 뻣뻣한 아줌마의 몸을 자랑하던 최은경 역시 이번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진심으로 무대를 즐기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우아한 공주가 된 자신을 즐기고 있었다. 몸짓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실수조차도 즐기고 있었다고나 할까? 집중해서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 수다스럽던 아줌마가 저렇게 멋지게 변신해 있다. 탈락한 건축가 김원철의 무대와 더불어 가장 기분좋았던 무대였다.

김원철은 아쉬웠다. 어쩔 수 없는 나이와 아마추어라는 한계를 이기지 못했다.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일 것이다. 연기를 해 본 것도 아니고, 무대에서 자기가 주인공이 되어 공연을 해 본 것도 아니다. 춤도 그다지 익숙지 않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그는 새로운 자신에 대해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파트너와 교감하며 멋진 자신이 되어 있었다. 연륜이라는 것일까? 굳이 기술적인 완결함을 요구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멋지고 즐거우리라. 행복할 것이다. 물론 더 노력해서 더 나아지는 기쁨도 있다. 초반에 탈락한 것이 그래서 너무 아깝다. 조금 더 남아 있어주었으면 했다.

문외한의 입장에서야 누가 더 잘추고 못추는가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심사위원들이 있다. 아마추어가 느끼는 감성적인 감상에 더해 전문적인 심사위원들에 의한 기술적 평가가 이루어진다. 예술이란 바로 이 두 가지의 조합이다. 감성과 이성, 감상과 비평, 영감과 기술, 알렉스 김의 엄격함은 그래서 의미를 갖는다. 보고 나면 뿌듯하게 남는 것이 있다. 춤이란 단순한 몸짓이 아닌 그 이상이다.

필자 역시 댄스스포츠에는 문외한이다. 댄스스포츠라고 하면 오래전 춤바람에 관련한 부정적인 기억이 가장 우선한다. 하지만 생각한다. 어째서 당시 가정주부들은 그렇게 사교춤에 열광했던 것일까? 자유부인이 사교춤에 빠져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책임을 저버리고 만 것은 무슨 까닭일까?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저 구경하고 있을 뿐인 필자 자신마저 무대 위로 데려간다.

본격적인 경연이 시작되었다. 마침내 탈락자가 나왔다. 갈수록 더 치열해진다. 누군가는 더 나아진 모습으로 더 높은 곳까지 살아남아 올라갈 것이고, 누군가는 끝내 경쟁에서 도태되어 사라져 갈 것이다. 그러나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가? 춤이란 이렇게 아름다운데. 멋지다.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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