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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왕 "이가영의 소망, 사장님이 갑자기 딴 사람이 되신 것 같아요."
강영걸의 GG와 자신의 YGM 사이에서 이가영 고민하다.
2012년 05월 09일 (수) 09: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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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젊음이란 끓어오르는 기름과 같다. 도무지 어디로 튈 지 모른다. 그리고 사방을 온통 기름투성이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주방 가스렌지 주위는 그래서 항상 기름때로 범벅이다. 마흔살을 따로 불혹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때쯤에는 더 이상 끓어오를 것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제 사랑하고 오늘 헤어진다. 오늘 원망하며 내일 다시 만난다.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 하고서는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바로 만나기 위해 전화를 하고, 또 만난 자리에서 다시 이별을 선언하기도 한다. 젊은 시절의 사랑이란 그렇게 자신을 태우는 불꽃이라 할 것이다. 기름과 불꽃이 만나니 이건 차라리 재앙이다. 한 나라가 망하고 하나의 문명이 소멸한다.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다. 지나치게 뜨겁다. 지나치게 뜨거워 자신조차 차마 감당하지 못한다. 강영걸(유아인 분)에게도 이가영(신세경 분)은 첫사랑이다. 아마 이가영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두렵다. 사랑하는 것도 두렵고 사랑받는 것도 두렵다. 그러면서도 사랑할 수 있게 된 순간 오로지 목적지만을 보고 달리는 급행열차처럼 정도라는 것을 모른다.

이가영의 감정의 변화가 불안하면서도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영걸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소유였다. 온전한 자기 것이었다. 믿을 수 있고 기대할 수 있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줄 자기만의 것이었다. 그에 비해 이가영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가 있을 곳이었다. 자기를 필요로 하고 자기를 인정해 줄 자기만의 공간이었다.

부모에게조차 버림받았다. 여동생마저 죽고 없다. 강영걸에게 돌아갈 곳이란 없다. 그래서 그는 소유에 집착한다. 돌아갈 곳 없이 평생을 외롭게 헤매고 있는 그에게 유일하게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소유밖에 없으므로. 그가 유독 정재혁(이제훈 분)의 소유를 흉내내려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자랑하고 싶다. 으스대고 싶다. 하지만 방법을 모른다. 누구에게 그래야 하는가도 모른다. 정재혁은 그가 갖지 못한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다. 소유하고 있었다. 그가 정재혁을 동경하면서도 증오해마지않던 이유였다. 어떤 의미에서 강영걸에게 진정한 친구는 정재혁 뿐이리라. 어지간히 친한 사이가 아니면 그렇게까지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란 힘들다.

하지만 이가영의 경우 부모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아무데도 머물 곳이란 없는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조순희(장미희 분)의 공장에 얹혀 지내고는 있었지만 그곳은 그녀의 집이 아니었다. 그녀가 머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조순희로부터 받았던 온갖 수모와 굴욕은 조순희에 대한 증오와 동시에 그녀가 편히 쉴 수 있는 어딘가를 그리게 했을 것이다. 강영걸은 조순희의 공장에서마저 쫓겨나 갈 곳 없이 떠돌던 그녀에게 머물 곳을 제공해 준 사람이다. 강영걸의 공장 한 켠에 그녀의 물건들로 꾸며진 작은 간이침대는 그것을 상징하듯 보여준다. 강영걸의 곁이야 말로 자기가 머물 공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강영걸의 곁에는 그녀의 자리란 없다.

그런 점에서 정재혁의 대처는 매우 적절했다 할 수 있다. 이가영이 가장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았다. 아니 몰랐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매우 적확한 판단이며 실천이었다. 그녀에게도 자기 방이 생겼다. 팀장이라고 하는 책임까지 주어졌다. 모두가 그녀를 인정한다. 그녀의 재능과 실력을 모두가 인정하고 필요로 한다. 반면 강영걸은 이가영에게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전하는 자리에서마저 일방적인 자기 이야기만을 들려주려 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강영걸을 사랑하더라도 일방적인 강영걸의 감정 속에 강영걸의 곁이란 오로지 강영걸만을 위한 공간일 뿐이다. 머물 수는 있지만 조순희의 공장처럼 그녀의 공간은 아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이가영의 눈에 뜨인 GG의 광고와 역시 YGM의 광고가 새겨진 버스가 그것을 대비하여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GG란 지금 강영걸이 소유하고 있는 브랜드다. 반면 YGM은 현재 이가영이 머물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강영걸이 그 YGM을 다시 되찾으려 한다고 그녀에게 말한다. 그녀가 머물 곳이 강영걸의 소유가 된다.

이가영이 GG의 광고를 보다가 YGM의 광고가 새겨진 버스에 올라타는 장면은 그런 점에서 어떤 상징이며 복선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에게도 강영걸과 맞서 지키고 싶은 것이 생긴 것은 아닐까? GG와 YGM은 그렇게 강영걸과 이가영 두 사람의 운명처럼 서로 갈리고 만다. YGM은 강영걸의 것도 정재혁의 것도 아닌 온전히 이가영 자신의 것이다. 정재혁이 또한 그렇게 만들고 있다.

확실히 강영걸이 달라졌다. 입으로는 정재혁에게 말한다. 돈으로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다 여기지 말라고. 하지만 정작 이가영과 만난 자리에서 계속 자기가 그동안 번 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던 것은 강영걸 자신이었다. 그것이 이가영은 당황스럽다. 뉴욕의 고급스런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들이 그녀에게는 아직 낯설고 어색하다.

그녀는 아직 저 아래 허름한 아파트 어딘가에 머물고 있다. 이런 높고 화려한 곳은 강영걸의 공간이지 그녀의 공간이 아니다. 높은 곳에서 그곳들을 내려다 보는 것 역시 강영걸의 눈이지 그녀의 눈이 아니다. 강영걸은 어느새 자신의 불우했던 과거에 대해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가 되었지만 아직 그녀는 저 아래에서 발바둥치며 살아야 한다. 그런 그녀에게 강영걸은 단지 돈으로 해줄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 하고 있다. 그 끝에는 이가영이 현재 머물고 있는 YGM의 회수까지 언급하고 있다. 단지 강영걸과 이가영 자신이 갖는 거리와 차이만을 깨달을 뿐이다. 그녀에게는 아직 겨우 생긴 자신의 방 자기의 자리에 설레며 좋아하는 그런 모습이 어울린다. 그녀의 자리다.

더구나 이가영은 강한 여자다. 순수하기에 순진하도록 올곧게 강하다. 기대는 법을 모른다. 응석부리며 이용하는 방법도 모른다. 그렇게 자라오지 않았다. 조순희가 그러도록 허락할 사람이 아니다. 그녀가 머물 자리란 그녀를 필요로 하는 자리다. 아직 자기만의 공간을 가져 본 적이 없기에 그 공간으로 다른 사람을 불러와 머물게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아직 알지 못한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살피게 된다. 상대에게 내가 머물 곳이 있는가? 없는가? 의외로 아무것도 없어 보이던 강영걸은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고,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던 정재혁은 아무것도 가지고 있는 것이 없다. 별 것 아닌 자신의 선물에도 간절히 바라고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강영걸이 자기로 인해 자신의 일마저 저버린 일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로 좋아하면서도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라는 것도 있다. 여전히 자기를 고집하려고만 한다면. 결혼을 앞두고 많은 커플들은 두려움과 불안에 떤다. 후회하며 지금이라도 달리 판단해야 하지 않는가 고민한다. 그만큼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 하는 만큼 포기해야 할 것도 양보해야 할 것들도 많다. 강영걸과 이가영 두 커플을 보면서 항상 가장 불안한 것이 그것이다. 어째서 두 사람은 싸우지 않는가? 차라리 강영걸과 최안나(유리 분)는 싸운다. 정재혁과 이가영도 서로 다추고 충돌한다. 하지만 정작 강영걸과 이가영은 싸우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끝나 버린다. 작가의 의도일까? 이렇게나 다른데 서로 다투지 않는다는 것은 헤어짐을 위한 전조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역시나 강영걸도 헤어짐을 앞두고는 비겁해진다. 강영걸도 최안나의 마음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알면서도 받아들였다. 알면서도 지금까지 함께 해 오고 있었다. 그녀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가영과의 관계가 진전을 보이는 듯하자 최안나에게 말한다. 최안나 자신이 먼저 원해서 찾아온 것이지 자기가 원해서 부른 것은 아니라고. 마치 두 사람 사이가 끝나는데 최안나에게 대부분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몰아세우던 정재혁처럼. 그래서 친구라 말한다. 이제 그는 힘을 가졌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 이가영을 최안나처럼 만들지 말라며 정재혁에게 경고하듯 말하던 것도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없다. 갈 곳이 없어진 최안나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아마 이것도 의도한 것일 것이다. 강영걸과 정재혁은 소유에 집착한다. 강영걸은 원래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기에, 정재혁은 또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부모의 그늘에서 부모의 것을 잠시 빌려서 쓰고 있을 뿐이었다. 이가영을 쫓아 뉴욕으로 가는 것조차 그는 부모로 인해 차마 행동에 옮기지 못한다. 반면 이가영과 최안나는 머물 공간에 집착한다. 무언가를 소유하고 싶은 곳이 아니라 어딘가 자신이 있을 곳을 찾고 싶은 것이다. 정재혁에게 버림받고 이제는 강영걸에게까지 내쳐지는 막다른 궁지에서 최안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강영걸이 정재혁에게 보이는 적의가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탐욕하는 약탈자의 본능이라면, 어쩌면 최안나가 이가영에게 드러내는 적의란 영역을 지키고자 하는 암컷의 본능일 것이다. 남성은 나가 사냥을 하고 약탈을 한다면 여성은 집을 지키면서 아이를 낳아 기른다. 남성은 빼앗으려 하고, 여성은 지키려 한다. 남성은 소유하려 하고 여성은 그곳을 지키며 머물려 한다. 남성은 유목민과 닮았고 여성은 정주민과 닮았다. 무의식이었거나, 아니면 의도된 설정이었거나. 그런 점에서 강영걸의 소유욕과 정재혁의 체념 사이에는 최안나와 이가영 두 사람의 서로 상반된 집착과 소망이 자리하고 있다. 어쩌면 의외로 해피엔드이면서 해피엔드가 아닐 수 있겠다.

아무튼 참으로 뜨겁게 살아가는 청춘들이라 할 것이다.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잠시도 머물지 않는다. 그런 건 불혹이라는 말을 듣게 된 뒤에도 늦지 않다. 부딪히고 깨진다. 깨지는 줄 알면서도 부딪히려 한다. 그것이 때로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렇게 마음껏 사랑하고 욕망하며 사는 것이 바로 젊음이다. 나이 먹고 지킬 것이 많아지면 그러고 싶어도 못한다.

강영걸의 성공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마치 신기루와도 같다. 언제 허물어질 지 모르는 허상의 공간이다. 허구의 소유다. 만일 그 과정이 그려졌다면 이가영과 다시 엮일 일도 없었으리라. 그 자리는 온전히 최안나의 것이었을 터이니. 이가영과 그 과정을 함게 했다면 거꾸로 최안나와 정재혁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남녀의 사랑과 열정만으로도 드라마는 넘친다. 그리고 패션이라는 욕망은 그같은 열기가 만들어낸 허세와 오기만으로도 충분하다.

더욱 앞으로를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처음의 의도대로 결국 강영걸과 이가영이 서로 이어지는가? 그러자면 어느 한 쪽이 비참해져야 한다. 그것은 그것대로 배드엔드다. 하지만 그렇다고 헤어지게 만들기에는 너무 서운하다. 작가의 고민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일단은 재미있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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