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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째 굴러온 당신 "윤빈과 일숙, 스타와 함께 팬도 세월을 먹어간다."
나는 가수다2와 불후의 명곡2, 어느새 세월을 머금은 그리운 얼굴들을 떠올리다.
2012년 05월 08일 (화) 16: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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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그는 더 이상 스타가 아니었다. 매니저에게조차 구박받는 한물간 그저 그런 연예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숙(양정아 분)은 그런 윤빈(김원준 분)에게 그렇게 위로한다.

"그저 세월이 흘렀을 뿐이니까..."

조금 된 기억이다. 우연히 지인과 전인권의 라이브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어쩌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라이브였다. 고음이 올라가지 않아 갈라지고 찢어졌다. 과거의 사자후와도 같던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필자의 지인은 느낌이 달랐던 모양이었다.

"전인권의 목소리에도 세월이 내렸구나..."

그것은 전인권의 흰머리와도 같았다. 주름진 얼굴과도 같았다. 어느새 살이 오른 그의 몸과도 같았다. 세월이 흘렀고 그만큼 그도 예전과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조차 아름답지 않은가. 그에게 내려진 세월마저 사랑하는 팬이 있다. 솔직히 조금 감동이었다.

보톡스를 맞아 예전의 탱탱한 모습으로 돌아온 중견배우가 있다. 하지만 한 켠에서는 주름지고 쪼그라든 모습 그대로 방송에 나오는 배우가 있다. 예전처럼 아름답지는 않지만 어느새 그녀에게 내려진 세월을 보게 된다. 그녀가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게 된다. 그 하나하나가 모두 그녀에게는 훈장이었으리라.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흘러간 스타들의 컴백이 잇따르고 있다. 작년에는 임재범이 있었다. 그리고 연말에 박완규가 다시 돌아왔다. 올해는 백두산이 다시 <나는 가수다2>에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박미경과 이수영 역시 무대에 서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잊혀진 이들이었다. 멀리는 2008년 부활의 리더 김태원이 있었다. 솔직히 필자 역시 김태원의 예능출연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는 예능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가...

물론 전성기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임재범의 경우도 <나는 가수다> 첫출연 당시 그의 노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었다. 박완규 또한 최근 자신의 히트곡인 '천년의 사랑'을 다시 부르면서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백두산의 유현상은 벌써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해외에서도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의 록스타가 그렇게 무대에서 마지막까지 샤우팅을 질러대는 모습을 찾아보기란 힘들다. 역시 자격논란이 불거졌다. 너무 못한다. 이수영이며 박미경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그런 팬들이 남아있었다.

"세월과 그동안의 공백을 생각하라."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스타의 수명이 지나치게 짧다는 데에는 이런 요인도 작용하고 있지 않을까? 무리하게 보톡스와 성형의 힘을 빌려가며 젊음을 유지하려는 배우들처럼 팬들 또한 그들이 지나온 세월은 배제한 채 그들 자신의 현재만을 보고 판단하려 든다. 당연히 한참 젊은 전성기의 떠오르는 스타들에 비해 미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하지만 그들이 아니라면 또한 누가 있어 내가 지나온 시간을 증명해 줄 것인가?

일숙이 윤빈에게 집착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었다. 꿈도 많고 그 만큼 열정도 뜨거웠었다. 세상 모든 것이 자기 것만 같았다. 자기 뜻한 대로 이루어질 것 같았다. 찢기고 꺾인 지금 과거의 영화를 기억해 줄 한 사람은 필요한 것이다. 윤빈이 그런 역할을 한다. 백두산을 보며 80년대를 떠올리고, 임재범을 보며 90년대 그의 음악을 허세 가득한 목소리로 따라부르던 자신을 떠올리는 것처럼. 가장 힘들던 시절 부활의 음악이 있었다. 가장 동경하던 그가 시나위의 신대철이었다. 스타 또한 팬과 함께 나이를 먹는다. 세월을 증명해준다.

일숙에게 굳이 윤빈이 더 이상 전과 같은 스타가 아니어도 좋았을 것이다. 그저 그 자리에 있어만 주어도 좋다. 애써 예전의 인기를 되찾고자 비굴하게 나서지 않는 모습이 좋다. 하기는 과거 필자가 좋아하던 연예인이 - 아니 좋아한다기보다 동경하던 스타가  TV에 출연해서 동정을 구하게 된다면 그 또한 상당히 비참할 것이다. <나는 가수다>에 비판적이면서도 상당히 고마운 감정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재범이 돌아왔고 박완규가 다시 인정받았다. 논란은 있지만 백두산 역시 어째서 그들이 백두산이었는가를 보여줄 수 있었다. 결과는 다음 문제다. 아직까지도 건재한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그 시절의 열기를 다시 떠올려 본다.

지금 전보다 못하기에 비판부터 하는 사람과, 그럼에도 그조차 지나온 세월과 함께 사랑할 줄 아는 사람, 물론 어차피 연예인이란 대상이다. 스타란 욕망을 추구하는 대상일 수밖에 없다. 후자는 항상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환갑이 훌쩍 넘긴 나이에도 해외투어에 나서는 롤링스톤즈나 주다스 프리스트 같은 스타들을 보고 있으면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들의 기량만을 사랑하는가? 그럼에도 여전히 무대에 오르는 열정과 그들이 자신들과 함께 해 온 시간들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의 자신이 들려줄 수 있는 최선으로 팬들에 보답한다.

하기는 설사 윤빈이 과거의 추억을 팔며 인기를 구걸하는 모습을 보였어도 일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 또한 세월이 흘렀다는 증거일 테니까. 그 순간에도 윤빈은 지금의 자신의 모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숙 자신이 달라진 만큼 윤빈도 달라져 있다. 일숙 자신이 당시 꿈꾸었던 자신의 모습이 아니듯 윤빈 또한 세월이 시키는대로 지금의 모습이 되어 있을 뿐이었다. 스타와 더불어 팬도 나이를 먹는다. 팬이 나이를 먹는 만큼 스타도 나이를 먹는다. 그들은 그렇게 함께 같은 시간을 살아간다. 돌아보니 문득 그가 그 자리에 있다.

그러고 보면 KBS의 장수프로그램 <가요무대>야 말로 부모님세대에게 있어 <나는 가수다>이며 <불후의 명곡2>이 아니었을까? 어느새 지긋해져서는 주름이 깊이 패인 얼굴로 예전에 좋아하던 자신의 스타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된다. 즐겨부르던 노래를 들으며 반가움에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 이제는 많이 떠나고 남은 이들도 얼마 없지만 그 분들이야 말로 부모님 세대에게 살아온 시간을 증명해주는 증인들이었을 것이다. 함께 세월을 지나고 함께 늙어가며 함께 떠나간다. 가끔 부모님과 부모님 세대의 스타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렇게 기뻐하신다. 요즘 세대들이 연예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만큼 그분들께도 스타란 설레는 대상인 때문일 것이다.

스타들의 귀환은 어쩌면 팬의 귀환일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굳이 <불후의 명곡2>를 시청하며 지난 기억들을 떠올리듯, 어느새 지금의 기성세대들도 자신의 시간을 기억하고 증명해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게 된 때문일 것이다. 요즘의 아이돌이야 그들 또래의 스타이지 기성세대의 스타는 아니다. 자신의 젊음과, 자신의 꿈과, 자신의 열정과, 자신의 노력과, 자신의 성공과 좌절, 그 모든 세월의 이야기들을 함께 들려줄 스타를 요구한다. 남남구(김형범 분)과의 이혼 이후 다시 예전에 좋아하던 스타 윤빈에 대한 열정을 되돌린 윤빈처럼.

연예계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는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도 윤빈과 일숙이 보여주는 여상한 스타와 팬의 모습에 주목하게 된다. 단 한 사람의 팬만 있어도 그는 스타다. 스타가 있다면 그녀는 한 사람의 팬이 된다. 스타는 팬으로부터 힘을 얻고, 팬은 스타로부터 위안을 얻는다. 어쩌면 남자와 여자의 관계 이전의 보다 고차원적인 동반자의 관계가 아닐까? 두 사람이 연인관계로 발전한다면 어쩌면 상당히 실망할지도. 스타는 스타여야 하고 팬은 팬이어야 한다.

윤빈의 재기를 기대해 본다. 사실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새로 음원을 내기도 그렇게 어렵지 않아졌다. 단순히 사람들에게 들려주려 한다면 녹음도 그다지 많은 비용과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얼마전 인디밴드 하나도 휴대용 MP3만으로 녹음해서 음원을 내놓은 바 있었다. 윤빈에게 열정이 남아 있다면. 허세가 아닌 진심으로 스타로서 자신을 지키고자 한다면. 그에게는 그의 재기를 진심으로 기뻐해 줄 팬이 있다.

지난주 <나는 가수다2>를 보았다. 어쩌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무대였다. 세월을 이기지 못했다. 긴 공백을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 만큼 그들에게도 필자와 같은 세월이 흘렀다. 이수영의 눈물에 왈칵 함께 눈물을 쏟을 것만 같았다. 이수영이라는 가수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음에도 그녀가 겪어야 했을 시간이 그 눈물에서 보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무대에 올랐다.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고 1위를 했다. 그녀가 스타인 이유일 것이다. 그 순간 만큼은 진심으로 그녀가 좋아지고 있었다.

단순히 한물간 스타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굳이 연예계가 아니더라도 과거 한때 모두는 스타였었다. 빛나고 있었고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 열기와 열정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유독 윤빈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이유일 터다. <나는 가수다2>와 <불후의 명곡2>를 통해 보이는 반가운 얼굴들에 고마워하는 이유일 것이다. 필자 또한 아직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는 드라마일 것이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데 그것이 깔끔하게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되어 있다. 드라마가 되어 있다. 미덕이다. 감탄하는 이유다. 근래 최고의 드라마일 것이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란. 지금도 여운에 생각에 잠긴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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