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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문지훈 기자
  • 영화
  • 입력 2016.12.07 12:19

[S리뷰] ‘커튼콜’ 루저라도 괜찮다, 인생의 ‘커튼콜’ 위해 달린다면

▲ '커튼콜' 포스터 ⓒ커튼콜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

[스타데일리뉴스=문지훈 기자] ‘커튼콜’은 공연이 끝나고 난 뒤, 관객들이 찬사의 표현으로 함성과 박수를 보내 퇴장한 출연자들을 무대 앞으로 다시 불러내는 일을 말한다. 극중 극단 연출가와 배우들은 각각 가슴 찡한 사연과 구질구질한 현실을 딛고 무대에 서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모든 것이 허술해 준비한 공연은 졸작이 되어가지만, ‘진솔함’ 하나만으로 끝까지 헤쳐 나간다. 중도 포기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작품을 완성했고, 관객들에게 진심이 전달됐다. 작지만 큰 박수소리가 사방에 울렸으며, 결국 커튼콜을 이끌어냈다. 

영화 ‘커튼콜’은 문닫기 일보 직전의 위기에 놓인 삼류 에로 극단 ‘민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18년 전문 에로 연극 연출가 민기(장현성 분)는 에로 연극에 회의감을 느끼던 중 우연히 어렸을 적 자신이 '햄릿' 공연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이후 민기는 단원들과 연극 '햄릿'을 무대에 올리기로 마음먹고 프로듀서 철구(박철민 분)를 설득해 우여곡절 끝에 공연을 개최한다. 그러나 예기치 않는 실수와 애드리브가 난무하며 관객들이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 '커튼콜' 스틸컷 ⓒ커튼콜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

전형적으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을 소재로 한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결코 정해진 공식을 그대로 베끼지는 않는다. ‘사회의 루저들이 모여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내고 결국 높은 곳에 올라선다’는 공식 말이다. 대신 그들의 모험, 성취 그리고 실패를 통해 새로운 도전의 아름다움, 어둠 속 한 줄기 빛의 존재에 대해 소상히 알려준다.

극 초반 박수는커녕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관객들을 바라보며 우스꽝스러운 공연을 계속해나가는 배우들의 모습은 코믹하지만 절실하다. 웃음거리가 될 것임이 분명하지만 공연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각자 자리를 지켜야만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배가 고파도 열정 하나로 버티는 대학로 연극계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연극계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도 배우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웃음을 터트리면서도 캐릭터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며, 응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이 때문이다.

과정이 어떻든 이들은 결국 해냈다. 중간에서 멈춰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작품보다는, 부족하지만 열정으로 채워진 완성작이 낫다. 작품이 완성됐을 때 루저라는 이름을 벗겨내고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기 때문.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다. 최선의 노력을 하고 마침내 ‘커튼콜’을 받았을 때 환희의 순간을 맛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영화 ‘커튼콜’은 인생의 단면을 담고 있다.

▲ '커튼콜' 스틸컷 ⓒ커튼콜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

‘커튼콜’은 94분의 러닝타임 동안 약 60분가량을 연극 장면에 쏟는다. 그리고 연극 무대 안팎을 배경으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에 따르는 요소들은 배우들의 코믹한 행동, 다급한 외침, 1분 1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들이다. 이러한 장면들이 따로 놀지 않도록 이음새를 튼튼하게 만든 건 바로 배우들이다. 대한민국의 영화, 연극을 이끌고 있는 배우들은 남다른 내공으로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상황을 촘촘히 채웠다. 

장현성은 작품의 중심을 든든하게 잡고 이끌며, 그간 작품에서 양념 역할을 해왔던 박철민은 이번엔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모습으로 신스틸러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유지수는 자타공인 ‘연극 무대의 여왕’답게 지연 캐릭터를 완벽하게 입었다. 채서진은 고급스러운 이미지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그녀가 보여줄 새로운 모습이 영화의 킬링포인트. 12월 8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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