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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5.04 11:21

옥탑방왕세자 "개연성을 잃은 왕세자와 코미디가 되어 버린 홍세나의 음모..."

오히려 악역들에 동기와 개연성이 주어진다. 성급하여 허술해지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한 사람은 모든 거짓과 진실을 알게 된 뒤에도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전혀 문제가 안된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모든 사실을 알게 되고 난 뒤 그녀를 찾아와 죄인 대하듯 다그친다. 용서할 수 없다. 인정할 수 없다. 당장 사라지라. 그녀의 선택은 무엇일까?

처음부터 홍세나(정유미 분)가 용태무(이태성 분)의 계획에 동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박하(한지민 분)와의 일로 안좋게 헤어지고 난 뒤에도 용태무의 집착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약혼녀로서 이각에 대한 의리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었다. 과거 용태무와 사귄 사실이 있기는 하지만 그 순간 주차장에서 본 모습은 순전히 이각의 오해였다. 그녀는 용태무를 거절하고 자신의 차에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이유로 부당하게 비난을 듣는다.

물론 거짓말을 한 자체는 잘못이었다. 사실을 숨기고 사람들을 속이려 한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말을 듣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자칫 정도를 넘어서면 법적인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민사상의 소송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말로 끝낸 것이 오히려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서로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다면 표현에 더욱 신경썼어야 하지 않았을까? 행위에 대해 비판은 하더라도 사람에 대해 모욕을 주어서는 안된다. 하물며 당장 이각 자신도 거짓으로 자신을 감추고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중이다. 그는 이각이지 용태용이 아니다.

솔직히 보면서 울컥 짜증이 났다. 홍세나야 그렇다 치고 이각 자신은 어떠한가? 이각 자신도 지금 용태용이라는 전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행세하며 모든 것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박하에게 선물하려 했던 오피스텔마저 원래는 여회장(반효정 분)이 자신의 손자에게 준 카드로 산 것이었다. 여회장의 손자는 용태용이지 이각이 아니다. 단지 용태용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용태용의 전생이라는 명분을 들어 마치 자기 것처럼 쓰고 있을 뿐. 그런데 누가 누구를 비난하는가?

갈수록 드라마가 요상해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분명 악역이다. 하지만 악역인 용태무와 홍세나의 말이나 행동에는 충분한 명분과 개연성이 있다. 용태무는 바다에 빠지는 용태용을 보았다. 용태용이 다시 살아날 리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각이 용태용과 같은 얼굴로 용태용이라며 나타났다.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용태용과 닮았다는 이유로 원래 용태용이 누렸어야 했던 것들을 모두 차지하려 하니 용태무 자신의 몫을 빼앗긴다. 원망하는 마음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여회장 등에게 말하지 못하는 자체는 용태무 자신이 자초한 것이다. 그때 용태용이 빠진 것을 알리고 최대한 구조하여 노력을 했더라면.

홍세나 역시 마찬가지다. 홍세나가 먼저 의도를 가지고 유혹한 것이 아니다. 이각이 먼저 결혼하자고 청혼했었다. 그래서 이러저러한 일들이 겹치며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이 마침내 결혼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결혼상대자인 자신을 두고 이각이 자꾸 박하만을 보려 한다. 그래도 결혼할 사이라고 용태용이라 알고 있는 이각에게 최선을 다하려 하는데 박하만을 감싸며 그녀를 자꾸 소외시키려 한다. 그녀가 박하에게 갈 서류봉투의 내용물을 바꿔치기 한 것이 그냥 한 것이었을까? 그런데도 무고하게 의심하고 자신의 입장따위 전혀 생각지 않고 비난만 퍼부어대고 있으니. 좋은 말도 한두번이라고 그렇게 심한 말을 듣고 나면 반성하기는 커녕 반발부터 하게 된다.

결국은 이각이 문제다. 하기는 그래서 이각이 주인공인 것이다. 그는 왕세자다. 왕이 된 이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굳이 헤아릴 필요가 없다. 신하가 왕을 헤아려야지 왕이 신하를 헤아릴까? 여자가 남자를 헤아려야지 남자가 여자를 헤아릴 일도 없다. 그것이 조선의 남자이고 왕이었다. 명백히 잘못이 있다면 바닥까지 뒤집어 상처를 입힌다. 국문을 않은 것만도 그래도 21세기라는 자각은 가지고 있다는 점이랄까? 홍세나의 잘못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각의 무례와 오만이 도를 넘어선다. 주제넘는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 나무라는 격의 행동도 눈쌀을 찌푸리게 만든다. 어느새 드마라의 인기가 정체되는 이유일 것이다. 주인공들에게 이렇다 할 명분도 개연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어쨌거나 제대로 코미디일 것이다. 장회장(나영희 분)은 이미 홍세나가 자기 딸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홍세나가 엉뚱하게 자기 딸이라고 주장하며 나타난다. 이 도대체 무슨 조화일까? 이 도대체 무슨 수작들인 것일까? 기껏 음모를 꾸민 것치고는 전개가 너무 허무하다. 악역조차 될 수 없는 운명인 것이다. 악역이라기에는 너무 순진하고 더구나 운이 없다. 벌써부터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는 장회장 앞에서 홍세나는 재롱을 떨어야 한다. 그리고 아마도 그 재롱은 장회장의 또다른 딸 박하를 찾는 단서가 되리라. 또다른 반전을 예감한다.

아무튼 참으로 보고 있기가 절로 지치게 만드는 드라마일 것이다. 정작 큰 범죄는 이각이 저지른다. 그에 비하면 용태무의 잘못은 소소하거나 아니면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다. 홍세나의 잘못이라는 것도 조금은 허세이고 허영이라 여기고 넘겨줄 수 있는 문제다. 그조차 당사자 자신들은 그것이 잘못인 것을 안다. 하지만 이각은 모른다.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당당하기까지 하다. 이제 용태용이 나타났으니 이각의 사기행각도 이것으로 끝이 날까?

무리수다. 아마도 무리하게 사건을 끼워넣으려니 앞뒤가 제대로 개연성있게 붙지 않은 모양이다. 서류봉투를 바꿔치기하는 과정도 그렇고, 그것을 밝히는 과정도 그렇고, 결국 그것이 빌미가 되어 헤어지는 과정에서도. 이각의 눈물만 괜히 공허하다. 성급하면 허술하다. 안타까운 한계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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